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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기획) 버려지는 열(熱)까지 다 잡을 수 있다?

유기 단분자(Organic Single Molecule)의 열전효과


최근 들어, 에너지문제가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들 중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태양전지, 연료전지, 수소전지를 비롯한 많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전 세계 국가들이 사활을 걸고 막대한 재정을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대체에너지를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이나 한편으로 낭비되고 있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개발도 매우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고 시급한 상태다.

그렇다면 여기서 에너지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기에 전 세계 국가들이 종전의 에너지를 대신할 만한 대체에너지까지 개발하려고 나서는 것일까? 물리학과 화학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어떤 물체가 특정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이 가해졌을 때 움직이는 것, 즉 물체가 힘을 받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을 때, 그 능력을 바로‘에너지’라고 하며 위치, 운동, 열, 전기, 화학, 핵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에너지가 있다. 일상생활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에너지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에너지는 인류의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전자제품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뿐만 아니라, 자동차, 공장 등에서 사용되는 열과 전기에너지 등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 때,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90% 가량은 (0~10 조 Watt) 열의 간접변환을 통해 얻어진다. 즉, 화석 연료 등을 태워 얻어지는 열로 엔진을 가동시키고, 그 기계적 움직임을 이용하여 전기를 얻고 있는데, 현재 발전시스템의 효율은 일반인들의 상상보다 훨씬 낮은 약 20~30% 수준이며, 전기로 전환되지 못한 열은 대기 중에 발산되어 실제 우리가 얻고자 하는 형태의 에너지를 얻지 못한 채 많은 에너지손실을 가져온다.

이를테면, 1 Watt의 전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3 Watt의 열이 가해지는데 이 중 2 Watt는 다시 열로써 손실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외부로 손실되는 열을 발전시스템에 재사용하여 전기를 발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가 활용하지 못하는 2 Watt의 열과 같은 막대한 에너지손실과 더불어, 엔진연소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등이 고스란히 지구온난화와 같은 심각한 환경문제를 가중시킨다.

이렇게 손실되는 열 에너지를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형태인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일은 (Energy Harvesting),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문제의 큰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등으로 경제학적으로나 환경학적으로 아주 큰 이익을 가져 올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수 십 년 간, 손실되는 에너지를 이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energy harvesting) 활발히 진행되어 왔고, 이 중 열전변환 (thermoelectric converter)에 관한 연구는 가장 간단하고도 직접적인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열전변환은 어떤 물질에 한쪽은 많은 열을 주어 고온으로 만들고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적은 열을 주어 저온인 상태로 만들어 온도차이가 나게 했을 때 유입된 열에너지의 일부가 전기로 전환되어 전력으로 추출될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열전현상을 이용했을 때는 작은 온도차만 있어도 에너지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화석연료를 태워 얻은 열로 터빈을 돌려 그 열의 약 30%만이 전기로 바뀌던 기존의 열기관 시스템과는 달리 낭비되는 나머지 70%의 열 중 일부를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에너지인 전기로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열전현상을 이용한다면 태양열, 해양열, 지열, 인체열을 비롯한 자연열원과 자동차, 쓰레기 폐열 등의 인공적인 열원을 포함한 지구상의 온도 차가 존재하는 다양한 열원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환경에 해롭지 않은 clean에너지를 만들며, 발전장치의 수명이 길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최근에 들어 보다 값싸고, 열전효율이 높은 재료의 발견과 개발에 대한 노력들이 매우 활발히 진행되어 왔으며, 나노 과학의 발달과 함께 복잡한 형태의 특정 합금을 (Bi2Te3) 이용하여 열전변환효율을 향상시키는 연구들이 주를 이루어 진행되었다. 그 결과, 기존의 열기관 엔진의 열전변환효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0~7% 정도의 효율을 보여주는 나노 구조 물질들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합금 물질들은 가격이 비싸고 실효성을 가지도록 제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어 현실적으로 이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본 연구팀은 한 개 또는 몇 개의 유기분자를 두 전극사이에 연결시키고, 전극사이에 온도차를 주었을 때, 발생하는 전압을 측정하여, 유기분자 하나의 열전기력 (thermoelectric power)을 세계최초로 밝혀내는 데 성공하였다. 사실 물질에서 물질의 고유의 성격을 갖는 최소 단위인 분자 하나만을 뽑아내 그 특성을 측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연구팀은 벤젠 구조를 갖는 세 가지 물질에서 분자 하나씩을 뽑아내 그 특성을 잴 수 있는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수백에서 수천 번을 반복해야 정확한 측정값을 얻어내는 고난도 기술이다.

하나의 분자 양끝과 연결되는 현미경의 뾰족한 탐침은 금으로 만들어졌다. 탐침과 탐침 사이에 분자를 위치하게 한 뒤 분자 양쪽에 10~50도 정도의 온도차가 나게 조절하면서 그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를 측정했다. 그 결과 1도 온도 차이가 나면 10마이크로볼트(㎶)의 전기를 생산했다. 온도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전기 생산량도 많아졌다.

이 연구는 유기분자 하나의 열전효과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측정함으로써 유기분자들이 열전발전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연구이다. 유기분자의 경우 그 가격이 매우 싸고, 많은 양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그 열전효율이 높지는 않지만, 낭비되는 에너지의 재사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유기물질의 경우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분자들이 무한히 존재하므로, 높은 열전효율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유기물질을 발견하고 개발함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이루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에는 저가의 유기분자들이 발전소나 자동차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재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서 각광 받고 나아가 미래형 플라스틱 발전기나 냉장고의 개발에 큰 초석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연구는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유기분자들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획기적인 연구로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유기분자 하나에 열을 가하여 얻어지는 열전효과(熱電效果ㆍthermoelectric effect)를 실험적으로 측정하여, 유기분자의 thermoelectric power를 단분자 (single molecule) 레벨에서 최초로 밝혀낸 연구이다. 이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기분자를 이용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재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연구결과이다. 이 연구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재직 중인 장성연 박사가 지난 2004~2006 UC Berkeley 화학공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으로 재직할 시 진행한 연구이며,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사이언스’지에 본인이 공동 주 저자 (공동 제1저자)로, 3월 16일 게재되었다.
-엮은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