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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을 보는 눈

50주년 특집 명사초대석-김상기 칼럼

지난해 10월 9일 북한은 핵무기 실험을 강행하여 핵보유국이 됐다.
이것이 일으킨 위기는 6자회담의 진전으로 수습의 가닥이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기를 기대하는 나라는 없다. 그 확산을 동결하자는 것이 한·미·일을 비롯한 관련 국가들의 목표다. 비관론이 현실론이 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뿐 아니라, 갖가지 탈법행위와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북한은 미국에서 정치쟁점으로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극적인 일괄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일본에는 북한을 극악무도한 범죄 집단으로 사갈(蛇蝎)시 하는 정서가 널리 퍼져 있다. 무고한 여인을 납치하여 지하실에서 살해하는 등 폭거를 수없이 저질러 왔으니 일본이 북한을 나라로서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북한이 일본과 정상적인 국교를 맺고 경제 원조를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그들의 말투로 “말랑한 환상”일지도 모른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일은 북핵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다. 전통적 동맹국이요 혈맹인 북한을 중국이 맹렬하게 비난하게 된 사정은 무엇인가? 북한이 동북아시아에 핵개발 도미노를 일으킬 수 있고, 한반도의 군사위기가 중국을 끌어들일 수 있으므로, 인민해방군의 수뇌부가 격노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한 모든 원조를 즉시 중단하라고 극약 처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대한 문제는 전술과 전략이나 당면한 국제관계를 넘어선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북핵이 미국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다. 일본이 떠들어대는 것도 군사대국의 부활을 꿈꾸는 보수 세력의 과장일 뿐이다. 중국은 자체의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핵무기를 대단치 않게 보는 전략사상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어느 나라보다 북핵에 대하여 낭패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이것이 이천년이나 누려온 변방의 한 속방에 대한 헤게모니의 손상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중국이 한반도를 물리적 폭력으로 강점하여 식민지로서 지배한 적은 없다. 그러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필요하면 언제든지 티베트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인의 생각이다. 북한이 수백만의 인민을 희생시키고 엄혹한 현실을 견뎌내어 폭탄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 가능성이 물 건너갔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하여 추구한 전략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북반부에 통제 불능의 파국이 와서 중국이 무력으로 개입, 친 중국 정권이 들어서게 되는 악몽의 시나리오는 망가졌다. 중국의 패권주의 속셈을 드러내 보인 이른바 동북공정도 한갓 해프닝으로 끝났다. 김정일 체제의 현상유지냐, 아니면 중국이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남북한의 모화주의자를 앞세워 북반부를 지배하는 체제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서 북핵이 뜻하는 바는 자명하다.

북한의 고통 받는 동포를 생각하면 지옥의 현상유지가 안타깝다. 등소평식 개방체제로 가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 그러나 자체방위와 무장중립의 길을 결사적으로 추구한 북한의 선택은 보다 큰 맥락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갖은 수모와 망신을 당하면서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를 취하여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되는 것을 막아낸 노대통령의 용기와 노력도 평가하는 것이 옳다.

정신 나간 골통을 치자고 돌팔매를 드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사족을 붙인다. 정치를 생각하는 사람은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산상수훈부터 저버려야 한다. “좋은 씨를 뿌려야 좋은 열매가 열린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정치의 세계에서 통하지 않는다. 막스 베버를 계명대의 모든 젊은이가 탐독하기를 기대한다.

* 필자 약력
서울대와 뉴욕주립대에서 철학 전공
중앙일보 기자
계명대학, 브록대학(캐나다), 남일리노이 대학에서 교편
자유기고가
올해 창간 쉰 돌을 맞이하는 계명대신문은 재학생은 물론 교수, 직원, 동문이 모두 볼 수 있는 새로운 칼럼을 연재합니다.

칼럼 필자로 위촉된 김상기 미국 남일리노이대 명예교수는 동서고금의 정치·사회·경제·문화 현상에 대한 독창적이면서 균형 잡힌 평론을 제시하는 기고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폭넓은 인문학적 상상력과 사회과학적 분석력을 토대로 한 김 교수의 칼럼은 합리적 담론과 미래지향적 비전이 필요한 우리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입니다.

-엮은이 말-




[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