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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누군가는 5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인공지능, 딥러닝,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누군가에게는 아직 생소할 이름의 기술은 이미 우리 삶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굳이 신기술을 언급하지 않아도 애플(Apple)이 아이폰(iPhone)을 최초로 공개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불과 15년이 흘렀을 뿐이다. 휴대전화를 공상과학 만화에서만 접하며 자란 어른들이 이제는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이 생겨난 이래로 변화가 더디다고 느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청동기 시대가 시작할 때 청동기라는 새로운 질감의 도구를 공포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돌로 만든 도구에 향수를 느끼던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농경사회로의 진입이 인간에게 준 충격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충격보다 오히려 더 컸을 수도 있다.

교육의 문제를 생각해 본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감에 있어 교육은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그래서 사회가 변하는 만큼 교육도 변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인가?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라는 영화를 보면 1980년대 초반에 예측한 미래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2019년으로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벌써 3년 전 과거가 된다. SF 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예측이 무색하게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고, 당대의 우려처럼 미국 경제가 일본에 종속되지도 않았으며, 인조인간도 아직 실재하지 않는다.

 

불과 30여 년 전에도 지금의 모습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듯 지금부터 30년, 심지어 10년 후의 미래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2016년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기 전에 컴퓨터가 바둑으로 인간에게 승리를 거두리라고 예측한 학자는 거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기계학습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완전자율주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여기에 미래를 준비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생각하는 우리의 고민이 놓여있다. 분명 미래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빠른 변화는 인간이 생긴 이후로 늘 겪어온 문제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찾아올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미래를 지배할 기술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을 준비할 수 없다. 현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만 과거 없이 존재할 수 없고, 앞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돌이켜보아야 한다. 고전주의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 끝없이 변하는 정보통신기술, 새로운 디지털 기기와 장비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을 내다보는 삶과 뒤를 돌아보는 삶이 공존하기를, 우리의 교육도 그러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