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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광주가 그럴 수 없다면

80년 5월의 광주는 쓸쓸했다. 하지만 비겁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비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립되었던 것이다. 국가에 의한 무자비한 고문과 살인, 납치가 횡행하던 그 시절,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불의 앞에 침묵해야 했던 어둠의 시대에 불을 밝힌 것은 다름 아닌 광주시민들이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참혹하게 유린당하는 현실 속에서 모두가 광주를 외면한 그때, ‘폭도’라는 누명을 쓰면서까지 광주시민들은 꿋꿋하게 저항했다. 이윽고 수백 명의 무고한 시민이 계엄군에 목숨을 잃었다.

 

“광주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80년 5월의 기록이 아니다. 지난 10월 26일 문재인정부가 노태우 씨의 국가장을 결정하자 광주시청과 광주시의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이다. 광주시는 노태우 씨 사망을 기리기 위한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5.18 광주 학살의 공범인 그는 끝까지 진실한 사과를 하지 않았고, 그날의 진실을 함구한 채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도 노태우 씨의 국가장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고, 광주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 7명 또한 국가장 반대를 분명히 했다. 광주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살의 책임자인 노태우 씨를 위해 국가장을 치른다면 민주주의와 정의를 말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가장에 관한 비판이 쏟아지자 행정안전부는 노태우 씨에게 역사적 과오가 있지만 직선제 대통령으로서 기여한 바와 추징금 납부에 노력한 점을 근거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항쟁 도중에 범한 ‘역사적 과오’란 무엇인가. 2009년 광주시가 집계한 5.18 희생자는 다음과 같다. 사망자 163명, 행방불명자 166명,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 101명, 부상자가 3천139명, 구속·구금 등 기타 피해자가 1천589명, 그리고 무연고 사망자 5명을 포함하면 총 ‘5천189명’이다. 아직 규명되지 못한 사고들까지 더한다면 이보다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을 것이다. ‘역사적 과오’ 다섯 글자에 욱여넣을 수 있는 희생이 아니다.

 

닷새간 치러진 노태우 씨의 장례가 바로 어제(10월 31일) 끝이 났다. 정치인부터 평범한 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배웅했다. 그러나 광주와 호남은 물론 경기, 강원, 인천, 울산, 대전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조기 게양을 거부하거나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았다. 광주가 그럴 수 없다면 ‘대한민국’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80년 5월에 이어 우리는 또다시 광주에 빚을 졌다. ‘앞서서 나가기 산 자는 따르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날이다.





[교수님추천해주세요]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 캠퍼스에 낭만이 사라진 지 까마득하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최근의 한 조사를 보면 많은 젊은이들은 여전히 사랑ㆍ우정ㆍ사회 같은 고전적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문학이 교양소설이다. 오늘은 한국 교양소설의 고전이라 할 만한 작품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이다. 80년대 초에 나온 이 소설은 70,80년대 한국 대학생들의 외적·내적 풍경을 여실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 대학사의 중요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영훈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형에게 얹혀살면서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지적 욕구가 강하여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다. 그 지력을 바탕으로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마침내 명문대에 들어간다. 그러나 1학년이 끝나기도 전에 깊은 회의에 빠진다. 생각했던 대학공부가 아니다. 2학년 때는 학과공부는 포기하고 문학 서클에 들어가 문학에 심취한다. 천 권의 책을 독파하고 소설이나 비평문도 거침없이 써낸다. 주위의 박수도 받고 시기도 받는다. 그러나 이것도 만족과 행복을 주지 못한다. 무엇이든 궁극적인 이유나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삶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