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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의 '진짜 빌런' 은 따로 있다

페미니즘에 분노한 사람들

웹툰, 광고, 방송…‘숨은 메갈찾기’ 혈안이 된 사람들

 

남성 역차별론·이대남 현상 확대재생산에 정치권도 가세

 

청년층이 겪는 불평등의 근본적 원인은 페미니즘 아냐

 

사회구조적 불평등 양산하는 ‘진짜 배후’에 집중해야

 

간혹, 그런 영화나 드라마들이 있다. 서사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정체는 드러내지 않은 채 한발 물러나 뒤에서 모든 일을 공작하는, 소위 ‘진짜 빌런(악당)’이 등장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다. 냉철함? 잔인함? 교활함? 아니다, 모두 틀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비겁함’이다. 이런 ‘진짜 빌런’들이 극악무도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는 종류의 범죄자나 힘이 센 악당들보다 세간에 ‘악명이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절대 자신의 손에는 피 한 방울 묻히는 법 없이 궂은 일, 험한 일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는 자신은 고상함을 유지한다. 그래서 이 비겁한 ‘진짜 빌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이용당하는 이들은 죄가 없고, 불쌍하다는 것? 역시 틀렸다. 이용당하는 이들이 죄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을 쓰러트리는 것이 곧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격을 막아내고 악당을 완전히 물리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진짜 빌런’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근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른바 ‘메갈·남혐 논란’의 주역은 단연 20대 남성인 듯하다. 논의의 시발점이 20대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이기도 하거니와 온라인뿐만 아니라 방송가, 언론, 정치권에서도 이들, 그러니까 ‘이대남(20대 남자)’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논란의 좀더 정확한 타임라인을 구성해보자면 올 초, 카카오톡 이모티콘 판매 중단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3월, 카카오톡은 치즈덕 작가의 ‘망충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을 비롯하여 4종의 이모티콘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해당 이모티콘들에 ‘허버허버’라는 남성 혐오 표현이 사용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카카오’라는 대기업의 즉각적이고 발 빠른 대처는 바람직한 선례가 아닌, 논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후, 반(反)페미니즘 성향을 띤 남초 집단에서는 ‘허버허버’ 외에도 ‘오조오억’, 집게손가락 모양, 월계수 나뭇잎 등 각양각색의 메갈·남혐 상징을 만들어 웹툰, 기업 홍보물, 방송 프로그램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숨어있는 ‘메갈 상징’을 찾는 데 혈안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온라인 20대 남성 커뮤니티의 집단 메갈 사냥이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앞서 2016년,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리부트 물결이 일었던 당시에도 ‘82년생 김지영’을 읽거나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는 등 페미니즘 인증을 했다고 여겨지는 셀럽들을 대상으로 ‘검열’과 ‘사상검증’을 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실제로 국내 게임유통사 ‘넥슨’의 ‘클로저스’ 게임의 ‘티나’ 캐릭터의 연기를 맡은 김자연 성우가 당시 페이스북에 ‘Girls Do Not Need A PRINCE(여자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퇴출당한 사건이 있었다.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일어난, 명백한 ‘백래시(Backlash)’였다. 그런데 카카오톡 이모티콘 사태를 시작으로 일어난 이번 논란은 지난 2016년에 있었던 백래시보다 좀더 심상찮게 느껴진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치권에서 작금의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지난 4월 있었던 여당의 재보궐 선거 패배 요인을 20대 남성들의 국민의힘 지지로 분석하며 이를 통해 ‘젠더 갈등’과 ‘이대남 현상’ 프레임을 구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율이 하락한 건 현 정권의 ‘친여성 정책 기조’와 페미니즘이 그 원인이며, 따라서 이들의 표심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현재의 여성 우대 정책 기조를 바꿔 젠더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홍보물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남초 집단의 메갈 선동은 젠더 갈등의 증거로 채택되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는 메갈을 비롯한 페미니즘 및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가 무슨 대단히 큰일이기라도 한 것 마냥 남녀평등복무제, 군가산점제, 여성할당제 폐지 등을 젠더 갈등 완화 정책이랍시고 내세우며 ‘이대남’을 담론화하고 선동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이 남혐을 조장·선동하는 원흉이며 20대 남성들도 피해자라는 ‘20대 남성 (역)차별론’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에 명백히 힘을 실어준 꼴이다. 

 

그 결과 이대남들은 정말로 영화 속 악랄한 빌런이라도 된 것처럼 일상 곳곳에 숨겨진 메갈·남혐 표식 찾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얼핏 보기에 이들은 페미니즘과의 전투에서 이미 승리를 쟁취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이 유치한 ‘빌런 놀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숨겨진 메갈·남혐 표식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들 뒤에 ‘진짜 빌런’은 따로 있으며 실은 20대 남성들 또한 이 진짜 빌런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배후에 있는 진짜 빌런은 누구인가. 

 

보수·진보 정당이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을 두고 이례적으로 ‘젠더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실, 오늘날 20대 남성들이 실감하는 남성으로서의 불평등이나 어려움은 페미니즘이나 남혐이 원인이 아니다. 2015년 무렵부터 위축되어 있던 고용시장, 군납 비리, 열악한 노동환경, 그리고 능력주의, 세습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오랫동안 누적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러니 이를 위해서는 특정 성별이 아닌, 현재 20대 청년 전체를 불평등으로 내모는 사회 구조 자체의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페미니즘과 남혐이 원인이라는 반(反)페미니즘 집단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이를 이대남의 분노로 포장하고, 젠더 갈등 문제로만 함축한다. 그로 인해 20대 청년층 전반이 실제 겪고 있는 청년 실업, 주거 빈곤, 군비리 등의 사회 문제와 이러한 문제의 실질적 원인 제공자로서 국가(정부)의 책임은 성공적으로 은폐되고, 남녀 간 성대결이라는 ‘젠더 갈등’만이 문제인 양 부각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반(反)페미니즘 남성 집단과 더불어 정치권까지 합세한 백래시에 대응하는 작업은 계속해서 악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및 차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은닉하는, ‘진짜 빌런’을 가리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오늘날 실재하지도 성립되지도 않는 ‘남혐’논란을 만들어내는 이는 누구인가. ‘젠더 갈등’을 논란의 중심으로 불러 세우는 이는 누구인가. 페미니즘(페미니스트)에 부여되는 사회적 낙인은 누구의 사회적 용인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한국 사회를 촘촘히 직조하고 있는 고질적인 불평등 구조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자, 이제 ‘반격’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페미니즘인가, 아니면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배후의 ‘진짜 빌런’인가. 

 

[용어 해설]

※ 백래시: 사회 · 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 메갈: 2015년경 창립된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를 의미하는 줄임말로, 당시 여성혐오를 남성에게 돌려준다는 ‘미러링’을 사회 운동 전략으로 삼아 주목받았다. 현재는 페미니즘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 이대남: 20대 남성의 줄임말





[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