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대학 경쟁률 ‘곤두박질’
일부 학과 지원자 ‘0명’…충원율 하락 불가피
시장주의적 접근은 오히려 지역대학에 악영향
지역대학 몰락 막으려면 수도권 편중 해소가 급선무
지역대학이 ‘패닉’에 빠졌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은 별안간 현실이 됐고,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대학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2월 <중앙일보>가 전국 187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을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대구·경북 지역의 경쟁률은 각각 3.14, 2.12에 불과했다. 정시모집에서 수험생 1인당 최대 3곳까지 원서를 제출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경쟁률이 3:1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사실상 정원 미달인 것으로 본다. 지난 1월 11일 정시모집 접수를 마감한 우리학교는 평균 경쟁률 3.47:1을 기록하여 겨우 미달을 면했다. 이는 지역 평균에 비해서 높은 수치지만 지난해 경쟁률인 5.19:1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 구멍 뚫린 지역대학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62곳의 추가모집 정원은 2만6천129명으로 지난해(9천830명)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지난 2005학년도 이후 1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역별 추가모집 현황을 살펴보면 경북 지역이 4천56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부산(3천883명)과 전북(2천566명), 충남(1천989명), 충북(1천986명) 등이 뒤를 이었고. 대구는 344명이었다. 경북의 경우 정시모집 인원이 9천여 명인데,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대구·경북 지역대학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역대학 정시모집 경쟁률의 낙폭은 최소 0.48(경북대)에서 최대 2.9(대구대)에 달한 반면, 경쟁률이 상승한 대학은 대구교대(1.7:1 → 2.1:1) 한 곳에 불과했다.
각 지역대학의 경쟁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3.59:1을 기록한 경북대는 3.11:1로 경쟁률이 소폭 하락했다. 경북대는 지난해(39명)보다 네 배 가까이 늘어난 149명을 추가로 모집했다. 영남대 또한 지난해 3.9:1보다 하락한 3.2: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영남대는 지역대학 중 유일하게 추가모집 인원이 두 자릿수에 머무르면서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지만, 지난해(31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70명을 추가로 모집했다.
대구가톨릭대와 대구대 등은 평균 경쟁률이 2:1에도 미치지 못해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각각 4.7:1, 4.65:1의 경쟁률을 보였던 대구가톨릭대와 대구대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각각 1.97:1, 1.8:1로 경쟁률이 1/4가량 낮아져 대규모 미달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대구대의 상황이 심각하다. 대구대는 2021학년도 정시모집 정원 1천348명 중 절반을 상회하는 876명(2월 22일 기준)을 추가로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2020학년도에 31명을 추가로 모집했음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사이에 추가모집 인원이 26배나 급증한 것이다. 대구가톨릭대는 378명을 새로 모집하는데, 지난해 25명을 추가로 뽑은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추가모집은 정시모집과 달리 지원 가능 횟수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추가 모집을 받는 학과는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학과가 대다수인 만큼 예년과 같은 충원율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사상 초유 0명대 경쟁률
지역대학들이 신입생 모집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우리학교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최초합격자에 대한 특별장학금 지급과 수험생 대상 전화/화상/방문 상담을 지원하는 등 신입생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수도권 편중 현상과 학령인구 감소의 악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1월 11일 정시모집 원서접수를 마감한 우리학교는 3.47:1의 경쟁률을 보여 전년도(2020학년도) 5.19:1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정시 최초합격 기준으로, 우리학교는 전체 110여 개 입학 단위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여 개 학과의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지난 2월 22일부터 27일까지 우리학교는 총 184명(2월 23일 기준)을 추가로 모집했는데, 이는 지난해(19명)에 비해 9배 넘게 폭증한 수치다.
2월 23일 기준 우리학교의 정시 추가모집(1차) 경쟁률은 평균 5.98:1을 기록했다. 그러나 의예과(446:1) 및 간호학과(62:1) 등 인기 학과를 제외하면 나머지 학과의 평균 경쟁률은 크게 떨어졌다. 대부분의 학과는 2:1에서 4:1 수준에 머물렀고, 심지어 ‘0명대’까지 떨어지는 학과도 나왔다. 7명을 추가로 모집했던 수학 전공에는 지원자가 6명에 불과해 경쟁률이 소수점 대로 주저앉았다. 인문국제학대학 소속 학과는 사학과(4:1), 영어영문학전공(3:1), 일본학전공(3:1)을 제외한 모든 학과가 2:1 이하의 낮은 경쟁률을 보이며 충원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날 기준 이부대학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학과가 0명대 경쟁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충원에 실패했다. 겨우 1점대 경쟁률을 넘긴 경영학 전공(야)을 제외한 중국학전공(야), 관광경영학전공(야), 경영정보학전공(야), 국제통상학전공(야), 행정학전공(야), 법학과(야)에서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한편 경제금융학전공(야간)은 2명 모집에 1명이 지원하며 수학 전공과 마찬가지로 소수점 대 경쟁률에 그쳤다.
● 구조조정,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우리학교는 지난 2015학년도부터 교육편제를 대폭 조정하여 법경대학, 패션대학, 미디어아트대학 등을 타 단과대학에 통폐합하고 수험생의 선호도가 낮은 학과들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또한 지난 2016학년도부터 이듬해에 걸쳐 입학정원을 소폭 감원하여 지난 2018학년도부터 4천635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편중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우리학교는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 심상찮다. 우리학교는 지방대학 중 동명대(274명→358명)에 이어 두 번째로 자퇴생 증가폭이 높았다. 지난 2016년 전체 학생 3만3천568명 중 592명(4.1%)이었던 자퇴생 비율은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해 지난해에는 3만583명 중 803명(4.9%)으로 늘어났다. 이는 2020학년도 전국 평균 자퇴생 비중(2.7%)은 물론 지방대학 평균인 3%보다도 2%p가량 높은 수치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정원을 감축하고 신입생 모집을 위해 갖은 유인책을 펴고 있음에도 증도탈락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대학의 위기가 본격화되자 그야말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우리학교는 지난 2월 열린 교무회의를 통해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학생들의 중도탈락 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학 입시에서의 수도권 편중 해소와 정부 차원의 고등교육의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 이뤄지는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대학 고사’라는 예기치 못한 결말로 치달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월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가 발표한 학령인구 추계에 따르면, 2021년 47만 명에 달한 만 18세 인구는 2024년 43만 명대로 떨어지고, 2040년에는 28만 명으로 추락한다. 만일 현재의 입학정원을 조절하지 않는다면 2040년에는 20만 명의 학생이 부족해진다. 대교연은 “현재의 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지방대는 2024년 3곳 중 1곳이 ‘충원율 70%’ 이하가 되고, 2037년에는 84%가 충원율 70% 이하가 된다”며 “등록금 수입으로 대학을 운영하는 구조에서 지방대학이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면서 생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결국 대학 구조조정이 ‘수도권 대학 특혜’와 ‘지역대학의 몰락’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지역 불균형 해소와 고등교육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대학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