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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호 사설]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대한 단상

현재 공포정치의 광풍이 북한을 몰아치고 있다. 김정은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했다. 장성택에 이어 김정남까지 모두를 죽이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자신의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지속될 전망이다. 공포의 정치는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한다. 엘리트의 은밀한 모의와 불만토로는 없다. 충성경쟁이 있을 뿐이다. 주기적 숙청, 공개재판, 공개처형은 엘리트의 반발이 아니라 권력질서의 공고성에 대한 엘리트의 믿음을 강화한다. 폭력적 권력행사의 공개성은 권력의 소재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함께 독재자의 권력정도를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절대적 개인독재에 대한 엘리트의 여론이 공고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주기적 숙청, 공개재판, 공개처형은 엘리트의 반발이 아니라 권력질서에 대한 엘리트의 기대를 더욱 공고히 한다. 여기에 잠재적 구심점으로 작동할 수 있는 김정남의 제거로 김정은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도전은 더욱 어려워졌다. 공포정치가 엘리트의 두려움을 공고히 하겠지만, 이들의 충성심을 훼손할 가능성도 역시 높아 보인다.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충성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심리학적으로 추측해 보자.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한 번 공동체관계가 파괴되고 물질적인 이해가 지배적인 상태가 된 이후에는 개인이 다시 공동체적인 신념을 회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한 번 어그러진 인간관계가 좀처럼 복원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공동체적 사회관계는 즉각적인 보상이나 처벌이 아니라 상호신뢰에 기초한 인내와 손해를 전제한다. 강등과 복권의 반복으로 두려움은 강화될 수 있지만, 충성심은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충성심의 침식이 당장 김정은 정권을 흔들 수 있다는 기대는 맞지 않다. 얼마나 많은 이가 진심으로 김정은 정권을 지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충성파가 줄어들지라도 북한 정권은 현재 정치질서에서 한 발짝도 이탈하기 어렵다. 김정은을 싫어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정치질서에 대한 행위적 의지에 대한 엘리트 사이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조금도 할 수 없는 북한 엘리트가 이러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김정은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이상, 엘리트가 주체적으로 공포정치의 막을 내리게 할 수는 없다. 다수의 행동의지에 대한 다수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엘리트의 최선의 선택은 묵종이다. 그리고 다수의 묵종은 관찰자의 기대를 더욱 강화한다. 새로운 기대와 확신이 생기는 대신 김정은 개인독재는 공고해진다. 따라서 김정은의 개인독재권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북한 엘리트는 계속해서 정치적 자율성이 전무한 가신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소수의 엘리트 탈북이 아직까지 다수의 연쇄반응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 공포정치에 직면한 북한 엘리트의 딜레마는 대안의 부재이다. 충성과 반대 대신 탈출의 대안이 존재한다면 엘리트는 공포정치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난한 북한이 가진 것은 국가 밖에 없다. 북한 엘리트들은 국가 조직의 일부를 떼어 내어 도망갈 수 없으며, 국가에 머무를 때만 자신의 특권과 지위가 발생한다. 소련 공산당 엘리트처럼 천연자원 등 국부를 훔쳐 도망갈 수도, 중국 엘리트처럼 시장에서 부를 축적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공포정치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수령과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