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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예산 낭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시민들이 납세자 권리의식 발휘해야

1. 지방정부 ‘복지 디폴트’와 예산 낭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9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중한 복지비용으로 지방정부가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복지 디폴트(지급 불능)’ 가능성을 밝혔다. 협의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지방정부의 사회복지비 연평균 증가율은 11%에 이르며, 전체 지방예산 증가율 4.7%의 2배가 넘는다. 또한 무상보육 전면 확대와 올해 기초연금 시행으로 연평균 1조 4,000억 원의 복지비가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 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는 국가사무인 만큼 비용을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데도 지방정부에 전가해 지방재정 위기를 부르고 있다는 것이 협의회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방정부들은 전반적으로 심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지방재정 압박은 급증하는 복지재정수요에 비해 재정수입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과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대응비용 부담은 지방재정 압박의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재정 위기가 재정환경과 중앙정부 복지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선심성 재정지출 등 방만한 재정운용에도 그 책임이 크다. 예산은 세금을 잘 걷고 적절하게 배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예산 낭비를 없애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예산 낭비를 줄인다면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지방정부 예산 낭비의 유형과 원인

예산 낭비란 불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거나 예산집행 과정에서 비효율적 지출을 하는 것을 지칭한다. 전자는 배분적 비효율성, 후자는 기술적 비효율성이라고 말한다. 선심성 정치공약으로 불요불급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배분적 비효율성의 예다. 이용률이 낮은 지방공항의 건설, 통행량 과다 예측으로 인한 불요불급한 민자 유치 도로 건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술적 비효율성은 경제성, 효율성, 효과성에서의 비효율을 지칭한다. 경제성은 투입, 효율성은 투입-산출의 비율, 효과성은 목표 대비 산출로서 목표 달성도를 의미한다.

경제성 측면의 예산 낭비는 투입 측면에서 적정 비용을 초과하여 예산지출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목포시는 전남도 종합감사 결과 10억원대 규모의 배전반 관급자재 구매업무 부당처리 등 모두 83건이 적발되었다. 14억 2,000여만원 상당의 전기 배전반을 구매하면서 일반경쟁 입찰 대신 다수 공급자 계약방식으로 진행하여 1억 9,400여만원의 예산을 낭비했으며, 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 소홀로 4억여원의 공사비가 과다 계상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효율성 측면의 예산 낭비는 투입 대비 산출이 적거나 산출에 비해 투입이 과다하게 지불되는 경우를 말한다. 보령시는 개설된 자전거 도로가 투입된 예산에 비해 이용객이 너무 적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난을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자전거 도로 중앙에 가로수가 있는 구간이 많고 일부 구간은 도로 폭이 좁고 급커브 등으로 사고위험마저 도사리고 있으며, 곳곳이 파이고 솟아올랐는가 하면 갈라져 부실시공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자전거 도로에 대한 예산 낭비는 어찌 보령시만의 일이겠는가?

효과성 측면의 예산 낭비는 원래 목표했던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인천시의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인천교통공사가 월미도 관광 열차를 만든다는 취지로 853억원을 들여 2008년 착공하여 2010년 준공되었다. 그러나 안전성 검증결과 치명적 결함이 드러나 준공 후 운행 한번 못하고 용도 폐기되었다. 경남 하동군은 2009년 23억 8,400만 원을 들여 하동읍 옛 흥룡초교 부지에 지상 2층 규모의 하동명품센터를 건립했다. 지역 농·특산물 판매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간 2,500만 원의 임대료를 받고 위탁업체인 S영농법인에 운영을 맡겼으나 위탁업체의 영업손실 누적 등으로 지난 6월말 운영이 중단됐다. 수원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수원천내 분수대가 잦은 고장과 전기료 등의 문제로 올 여름 내내 가동되지 않아 쓸데없는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예산 낭비의 원인을 규명해보면 크게 공무원 개인, 정치·정책과정, 그리고 제도적 결함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공무원 개인에 귀책되는 낭비 요인으로는 공무원의 능력 부족, 직무유기, 유착 비리 등을 들 수 있다. 정치·정책과정에서의 낭비 요인으로는 잦은 정책변경, 중복투자, 선심성 정치적 결정 등을 들 수 있다. 제도적 결함으로는 규정의 미비 등으로 낭비되는 경우다. 이러한 예산낭비의 원인들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동시에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한 예산 낭비 사례들을 보면 낭비의 귀책 사유가 공무원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3. 지방정부 예산 낭비 방지 방안

앞에서 살펴본 예산 낭비 사례들은 납세자인 시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꼬박꼬박 낸 우리의 세금이 헛되이 쓰이고 있음을 볼 때 화가 치민다. 예산이 시민의 진정한 이익을 위해 사용되게 예산 낭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방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산의 주인은 납세자’라는 납세자 권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것은 곧 재정민주주의의 근간이다. 학생들은 아직 소득이 없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도 물건을 사거나 자판기 커피를 사먹을 때 부가가치세를 내며, 술 먹을 때 주세를 내고, 담배 피울 때 담배소비세를 부담한다. 예산의 주인인 것이다. 우리의 세금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도록 예산의 주인인 납세자들이 감시의 눈을 번득여야 한다.

예산 낭비 방지는 제도 개혁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지만 납세자인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납세자의 참여는 개인 단위에서 참여할 수도 있고, 시민단체 등 조직화된 단체를 통해서도 할 수 있으며, 주민참여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개인 단위에서 참여한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빵집 아저씨 고토 씨와 미국 전 상원의원 윌리엄 프록시마이어를 들 수 있다. 고토 씨는 자기가 살고 있는 도쿄 중심가 세타가야 구의 예산에 관심을 갖고 자료 공개 요청과 주민소송 제기 등을 통해 예산 낭비를 줄이는 활동을 하여 많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프록시마이어 의원은 불명예 상인 ‘황금양털상’을 만들어 어처구니없거나 낭비가 심한 정부기관과 사업을 매달 선정하여 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국가 예산의 효율적 집행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고조시킴으로써 예산 낭비를 막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시민단체 활동으로서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예산 낭비 사업에 수여하는 불명예상인 ‘밑 빠진 독상’을 만들어 예산 낭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현재 예산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는 주민소송제와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있다. 주민소송제는 지방정부의 위법한 재무회계 행위에 대해 지역주민이 자신의 개인적 권리·이익 침해와 관계없이 그 위법한 행위의 시정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아직 제도적 결함이 많지만 앞으로 보완되어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 단계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의견을 반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제도로서 2011년 의무화되었다. 대구지역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전국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태인데 납세자 권리의식을 발휘하여 예산 낭비를 줄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