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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지원대책, 이대로 좋은가?

장애인 대책, 이제는 당사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정부는 지난 4일 장애인 교육, 기초생활, 고용, 이동권 등 장애인 관련 분야를 총 망라하는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을 브리핑한 한명숙 국무총리는 “장애인 복지의 획기적 향상을 위해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을 마련했다”며 “이번 대책은 예산이 뒷받침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고 강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책은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직접 관람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조정실,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10여개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범정부적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전국장애인교육연 등 6개 장애인 단체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들은 한결같이 ‘기만’, ‘우롱’, ‘생색내기’ 등의 수식어를 장애인지원종합대책 앞에 붙였다. 왜 장애인들은 장애인종합대책에 이 같은 수식어를 붙였을까?

정부의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은 △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의 보장 △사회참여 확대 및 촉진 △정책추진 시스템 혁신 등 3개 영역에서 13개 세부 추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13개 세부 과제로 △교육기회 확대 및 내실화 △이동권 증진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활동지원 △주거지원 확대 등을 밝히고 있다.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은 그간 장애인 당사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모든 대책을 표면적으로는 총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 ‘4년간 1조5천억원 투입’의 실상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대책 시행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다. 정부는 각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부제를 ‘2007년부터 4년간 1조5천억 원 추가 투입’으로 뽑을 정도로 ‘예산이 뒷받침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러나 정부가 밝히고 있는 대로 1조5천억 원은 총 4년간 투입 예정인 예산이다. 실제로 내년부터 매년 투입되는 예산은 3천8백억 원 수준이 된다. 이 금액도 온전히 대책 시행을 위한 복지예산 확대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현재 장애인차량에 지원되고 있는 LPG보조금 제도를 내년부터 축소해 2010년에는 완전 폐지한다고 밝혔다. LPG지원에 들어가는 연간 예산 2천7백억 원을 전용해 2007년부터 장애인 소득보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장애수당을 현재의 월 7만 원에서 2007년부터 13만 원으로 인상하고, 장애아동부양수당 역시 월 7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차상위계층 장애가구에 대한 지원도 신설, 중증장애인에게는 월 12만 원, 중증장애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15만 원을 부양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장애인소득 보장 영역에 들어가는 예산만 연간 3천4백억 원 수준에 이른다. 13개 세부과제를 설정하고 있는 장애인지원종합대책 시행에 3천4백억 원이 소요되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은 연간 4백억 원에 불과하다는 답이 나온다. 결국 소득보장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장애인 관련 영역을 4백억 원의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 활동보조인서비스, 75만명 중 1만3천명에게 하루 1시간 제공


이번 대책에는 그간 장애인 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활동보조인서비스 관련 내용도 포함되었다. 정부는 가족의 도움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저소득층 장애인 1만3천3백65명에게 활동보조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차상위 중증장애인 3백92명에게 시설 입소비 중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더라도 전체 장애인의 35%에 해당되는 75만 명이 일상생활에서 활동보조인이 필요하고, 특히 이들 중 34만 명은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보고 있다. 75만 명 중 2%가 채 안되는 1만3천 명에게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이번 대책에 장애인들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지원의 질적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활동보조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TFT’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위해 2007년도에 국고 예산과 지방비를 포함해 1백40억 정도를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투여하겠다는 예산을 시간당 단가 5천원(서비스 전달기관 운영비 포함)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장애인 1인당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월 평균 17.5시간으로 하루에 1시간도 안 된다. 활동보조인 서비스지원 대책에 대해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진정으로 장애인을 위한 제도라면, 대상 중 최소한 50%는 포괄해야 되는데 고작 1만 3천여 명만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은 장애인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어떻게 이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장애인 복지를 위한 제도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성토했다.



● 전 과정 의무교육, 당사자들에게는 ‘허황된 꿈’


정부는 장애인 교육권 보장에 대한 당찬 포부도 밝히고 있다. 2010년부터 유치원·초·중·고등학교 전 과정 의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특수학교 14개와 특수학급을 9백50개 증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2005년도 특수교육실태조사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백42개의 특수학교와 4천6백76개의 특수학급이 개설되어 있다. 이곳에 다니고 있는 장애학생은 5만8천3백62명에 불과하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만3세~17세 학령기 장애아동의 수가 23만45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장애아동 4명 중 3명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장애아동의 특수교육 수혜율은 25% 수준에 불과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있는 것만큼의 특수교육기관이 증설되더라도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장애학생의 교육기회를 완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보기에 허황된 꿈일 수밖에 없다. 또한 그나마 늘리겠다는 특수교육기관 증설 소요 예산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충당하겠다는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그간 ‘교육공공성 확보’를 외쳐온 장애인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이외에도 장애인 고용촉진, 이동권, 주거지원 등 각 부문영역 내용들이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 역시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생색내기’식 대책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정부는 장애인 노동권 보장과 관련해 “직업적 장애 개념 도입 방안 검토하고, 중증장애인 취업지원서비스 강화하겠다”라고 했을 뿐 이렇다 할 예산마련 계획조차 없다. 오히려 지난 2004년, 장애인고용장려금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장애인 복지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 듯 하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은 “빈 깡통에 돌멩이 하나만 집어넣고, 흔들면 요란한 것처럼 실효성 없는 이번 대책에 대한 홍보만 요란스럽다”는 푸념을 내뱉고 있다.

올해 초, 중증장애인 30여 명이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한강대교를 기어서 건너는 시위를 벌인 적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다리 대신 손으로, 어떤 이들은 굴러서, 어떤 이들은 말 그대로 기었다. 장애인들은 이날 온몸으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가 필요한 이유를, 그리고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다. 당시 다리 위를 힘겹게 기어서 건너던 한 장애인은 “정부는 선별적이고, 시혜적으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제공하려 하지만, 우리는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들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오랜 세월에 걸친 ‘투쟁’을 통해 교육권, 자립생활제도,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자신들의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요구들을 구체화하고, 법률까지 만들어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와 복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생색내기’를 위해 정책 ‘짜집기’에 힘을 뺄게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