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독일), 릴케는 대체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기실, 릴케는 시인 이상의 시인이다. 20세기 독일어 권 전체의 시문학을 대표하는 주자라고 해도 시비 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에게도 오래 전부터 ‘가을날 Herbsttag’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인젤 출판사에서 릴케의 시를 다 모아 시집을 펴냈는데, 1100페이지에 이르렀다. 이런 시인 중의 시인이 소설을 한 편 썼다. 평생 딱 한 편 쓴 소설이 문학사에 큰 논쟁을 일으켰다. ‘소설도 아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릴케가 소설이라고 한 적도 없다. 그저 ‘산문서 Prosabuch’라고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편의상 소설로 칭한다. 이 문제적 텍스트가 바로 ‘말테의 수기’이다.‘말테의 수기’는 릴케가 1902년 파리를 방문한 뒤 그 인상을 바탕으로 1904년에 시작해서 1910년에 완성한 수기 형식의 소설이다. 독일어로 250페이지 내외이니 그렇게 두껍지도 않다. 그 사이 이 작품은 세계적인 고전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이야기랄 것도 없다. 통상 문학이라고 칭하는 책에서 얻는 재미나 감동을 기대했다가는 크게 실망할 것이다
4월 13일, 독일 문학계의 별 하나가 떨어졌다. 뤼벡 발 부고는 고속 뉴스 망을 타고 전 세계로 날아갔다. 북독의 뤼벡에 기거하던 귄터 그라스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라스는 누구인가? 한 마디로 말해야 한다면, 그라스는 소설가이다. 소설가? 문학이 고사한지 오래된 캠퍼스에 죽은 소설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도 자갈밭에 밀알 한 줌 뿌리는 심정으로 몇 자 적어본다.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라스라는 이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잘 알려져 있다. 첫째는 노벨상을 받은 작가라는 점이다. 문화민족이라 자부하는 한국은 노벨문학상 하나가 너무나 아쉽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스웨덴 한림원에 코리언 네임 하나 뜨지 않나, 학수고대한다. 우리도 안 읽는 소설을, 우리도 흥얼거리지 않는 시를 물 건너 코쟁이들이 알아주면 그리 좋을까? 독일은 그라스를 포함해서 8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독일문학사에 편입되는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합치면 13명에 이른다. 2004년에는 자국에서는 별 관심도 못 받던 엘리넥이 노벨상에 낙점되자 적지 않은 독일 언론들이 그의 자격을 의심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우리로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기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