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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의 위기(危機)에서 보여준 안재근 상병의 위기(危己)의식과 계명정신

지난 5월 28일 해군교육사령부에서 있었던 해군 부사관 227기 임관식에 다녀왔다. 다수의 우리학생들이 임관을 하게 되어, 해군과의 협약대학 성원으로 총장님과 나는 공식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해군교육사령관(김정두 제독)은 환담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계명대학교 출신이 보였던 몇 가지 미담을 전했다.

그는 지난 2개월 동안 백령도 앞 바다에서 천안함 함수와 함미 인양작업을 비롯하여, 북한이 발사한 어뢰동체를 인양하는 등 현장을 지휘 했던 장본인이다. 그가 전한 미담 중에 계명대학교 가족과 연관된 내용은 안재근 상병과 고(故) 손수민 중사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안재근 수병이 수행한 영웅적인 행위는 계명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는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 화학시스템공학과 2학년을 마치고 해군에 자원입대했다.

나는 두 해군의 미담을 확인하려고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과 통화를 했다. 함장과의 통화에서 안재근 수병이 어떤 일을 했는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통기장, 고 손수민 중사도 성실하고 착실한 모범 부사관이었으며 계명대 관광경영학과(04학번)를 다니다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고 한다. 최 함장은 대구 출신으로 대명동에 부모님이 살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기에 계명대학교를 잘 알고 있었고, 안 수병이 계명대 화학시스템공학과 2학년까지 다닌 것도 상세히 알고 있었다. 그는 통상 1년 보직의 함장을 긴장이 고조된 서해의 특수사정으로 휴가 한 번 없이, 2년이나 함장으로 근무 하면서 부하들의 신상을 환히 꿰뚫고 있었다. 함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위기(危機)에서 침착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안재근 수병의 미담을 계명대학교 가족들에게 널리 알려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구조 현장의 작은 영웅, 안재근 상병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맞아 급속히 침몰하는 순간, 병기병으로 당직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폭침 순간, 다행스럽게도 몸이 온전한데다 후레쉬를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이 승조원들의 구조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침몰하는 함의 침실을 뒤져 12켤레의 신발과 구급상자, CO2 구명 재킷 5개, 옷가지 등을 챙겼다. 당시 많은 장병들이 여기저기를 다치고, 속옷차림으로 대피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은수 이병은 샤워 중 사고를 당했다. 이 이병은 샤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캄캄한 상태에서 헤매었는데, 안 수병이 덮어준 담요로 체온을 유지했으며 무사히 밖으로 나와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안재근 상병은 손가락이 부러지고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전환수 이병을 구해 간부에게 인계하고 자신은 다시 암흑천지의 승조원 침실로 뛰어 들었다. 혹시 발견하지 못한 장병들이 있나 확인하려고 침몰하는 함정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안 상병은 마지막으로 어둡고 적막한 함내(艦內)를 순찰한 후, 함장에게 남겨진 승조원은 없다고 보고했다.

암흑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함정에서 자신의 안위보다는 전우들의 생명을 먼저 구하려고 했던 안재근 수병의 행동은 살신성인의 모습과 다름없다. 시시각각으로 침몰하는 전복된 배 위에서 이런 영웅적인 행동을 수행한 안 수병은 해군의 자랑임과 동시에 우리 계명대학교의 자랑이다. 그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신을 바르게 구현할 수 있었음(危己)은 계명대학교의 “진리·정의·사랑”이라는 교육관에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특별히 진리와 정의와 사랑의 계명정신은 이순신 제독의 ‘필사즉생(必死則生)’과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군인본분’과 맞닿아 있음을 떠 올려 보게 된다. 그래서 안재근 상병이 보여준 군인 정신을 나는 계명대학교의 교육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게 된다.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다. 특히 금년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수많은 학도병들이 다투어 전선을 지켜냈듯이 계명대학교의 안재근 수병도 그런 학도병들의 정신을 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한복판 메모리얼처치(church)의 벽면에는 제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에서 전사한 하버드 출신들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도 300년 전통의 낫소홀에 전몰 동문 명단을 새겨 놓고 있다. 이런 미국 대학들의 의식이 지금의 미국을 만든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 우리 계명대학교도 나라와 이웃을 위해 헌신한 안재근 동문과 고 손수민 중사의 아름다운 미담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이타적인 사랑의 정신은 계명대학교의 정신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나라 발전의 초석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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