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지 꽤 오래된 30분짜리 단편영화이다. ‘인권’이라는 화두 아래에서 만들어진 6개의 인권영화들 속에서 이 영화의 제목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한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욱 감독이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라 하니 더욱 구미가 당겼다. 그러나 작품을 보고나서는 이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기를,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그의 무한한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통해 들어왔지만 이처럼 기막힌 일이 또 있을까?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그래서 제목도 ‘믿거나 말거나...’인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 속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1993년 서울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던 찬드라 쿠마리 구릉은 네팔에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이다. 어느 날, 기숙사 동료와 다투고 홧김에 공장을 나선 찬드라는 어느 한 분식집에 들어가 라면을 먹었으나 돈을 잃어버려 라면 값을 지불하지 못한다. 한국인처럼 생긴 찬드라가 어설프게 한국어를 하자, 알아듣기 힘든 말을 구사하는 정신병자로 오인하여 주인 아주머니는 경찰에 신고한다. 찬드라가 무서워서 하는 네팔 말을 경찰 역시 정신 나간 한국사람이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찬드라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정신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또한 찬드라를 정신지체 한국인으로 판단하여 입원시킨다. 찬드라는 한 때 서울특별시립부녀보호소에 보내지기도 하였지만, 이 곳에서도 네팔어로 말하는 찬드라를 여전히 정신분열증세가 있다고 생각하여 다시 정신병원으로 보낸다. 다시 정신병원으로 보내진 찬드라는 정신분열이라는 최종진단을 받게 된다. 찬드라를 찾는 네팔 친구들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하여 사진이 있는 전단지를 배포하지만, 그 전단지를 본 경찰들은 실종된 네팔인이 찬드라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렇게 6년여의 세월이 흐른 후, 한 병원관계자를 통해 드디어 네팔 사람을 만나게 되어 찬드라의 신원이 밝혀지게 된다. 그리하여 6년 4개월 동안 한국의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던 찬드라는 드디어 네팔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 사회의 무엇이 잘못되어 있기에 한 외국인 노동자를 정신병자로 오인하여 7년이라는 세월동안 감금해 놓은 것일까?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 경찰, 의사, 간호사 등 그 어느 누구도 악의를 가지고 찬드라를 궁지로 몰아넣은 사람은 없다. 다만, 우리들은 타인의 인권에 민감하지 못했으며, 우리와 닮은 외모를 가진 그녀가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상상력이 부족했다. 또한 이는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주류’국가들에 대한 무지와 무의식적인 무시가 가져온 비극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대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적극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