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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대출순위로 본 대학인의 독서문화(1)

독서생화, 이렇게 제안합니다


지난 5년간 동산도서관 연간 대출 상위 100위를 분석한 결과 판타지·무협·추리소설이 2003년 67종, 2004년 79종, 2005년 79종, 2006년 85종, 2007년 74종으로 평균 77%에 이른다.

최근 5년간의 연도별 차이는 미미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조정래의 한국 근현대사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의 경우 2003년에는 비교적 상위 순위인 8위, 4위, 32위에 있다가 2006년과 2007년에는 아예 100위권 밖으로 밀려갔다. 소설류 중에서도 긴 호흡을 요구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것보다는 가볍고 감각적인 작품들이 선호되는 현상을 방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만화류와 일반소설류를 더하면 약 92%에 이른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독서 수준에 대한 염려와 탄식이 나올 수 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경향이 우리 대학만의 현상은 아니다. 2005년 동아일보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부산대, 경북대 등 전국 14개 대학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의 대학도서관 도서대출 순위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상위 20위 가운데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1종뿐이고 나머지 19종은 모두 소설이었으며 그 중 13종은 판타지·무협·추리소설이었다. 전국의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학도서관이 동네 만화방이나 도서대여점 수준으로 전락하였다고 하면서 대학생들의 독서 수준을 질타하고 개탄한다. 하지만 필자는 기본적으로 판타지·무협·추리소설류는 기본적으로 나쁜 책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TV나 인터넷 등 매체환경의 변화가 오락적 텍스트에 대한 접근이 소비의 기회를 자극하고 확대했다거나 취업난으로 가중된 학습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가벼운 독서를 선호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필자는 제대로 된 독서 습관과 개인의 독서 문화가 아예 정립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의 교육 방식과 어른들의 독서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에 의해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책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교육, 스스로 책을 읽지 않으면서 책을 읽히기 위해 억지스러운 방법을 사용하는 어른들 때문에 학생들의 독서 문화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독서 자료들을 안내하고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찾고 고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의 도움을 받으면 어렵지 않게 좋은 성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 당국은 학생들의 독서 문화를 위해 같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한 책 한 캠퍼스’ 운동이나 음악과 책이 만나는 ‘북 콘서트’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여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주도하도록 전향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