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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술 작가들의 몸값, 해외서 오름세

동양적인 감성이 인기 요인 …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 수준 검증 받아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 무대에 자주 선보이면서 점차 ‘몸값’이 올라가고 있다. 해외 아트페어와 경매 그리고 개인전 등을 통해 우리 작가들의 작품 수준이 검증을 받으면서 국내외 시장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서구 미술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작가의 작품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세계 미술 아시아로 눈 돌려
아시아 미술에 대한 세계 미술계의 관심은 2004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세계 미술시장의 변화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의 미술시장은 반 고흐·피카소 등 인상주의(Impressionism)계열 작가의 걸작을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컨템포러리 아트로 수요가 확산됐다. 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컬렉터의 연령층이 낮아진 것도 현대미술을 시장으로 끌어들인 요인이다. 인상주의만큼이나 그림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젊은 컬렉터들이 팝아트 등 컨템포러리 아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미국 중심의 컨템포러리 아트의 작품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2004년부터 아시아와 아프리카 미술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에 대한 세계 미술계의 열풍은 세계 미술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던 한국에도 불었다. 무명 작가였던 최소영·김동유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2006년 이후부터 홍콩 크리스티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시작했다. 최소영 씨는 부산 동의대학 출신으로 크리스티에서 인기를 끌면서 작품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3년 전만 해도 200만 원 선에 머물러 있었던 그의 작품은 최근에는 5천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금까지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작가로 최고가를 기록한 작가는 경원대학교 출신의 홍경택 씨.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서 그의 작품 ‘연필 I’은 7억 7천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신작을 기다리는 컬렉터가 줄을 섰을 정도로 그는 단박에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작가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 10월 21일 싱가포르 라라사티 경매에서 열린 ‘모던 & 컨템포러리 파인아트 세일’에 첫 선을 보인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추정가에 낙찰받았다. 그 중 조각가 이환권의 ‘바람부는 날’이 추정가의 4배를 넘어선 6만 4,900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4,100만 원)에 낙찰되면서 싱가포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A4종이박스 정도 크기의 작은 이 조각은 1년 전만 해도 200만 원 선에 머물러 있었다. 미술계에서는 오는 25일 홍콩에서 열리는 크리스티경매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세일로 그 열기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경매는 크리스티 아시아 컨템포러리 아트세일에 한국작가가 처음 소개된 2004년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김동유·윤병락·데비한 등 크리스티 스타 작가들이 대거 참가한다.

·세계 무대로 향한 작가들의 잰걸음 본격화
한국 현대 작가의 해외전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작가 백남준에 이른다. 유럽에서 활동하던 그는 당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부수고, 소 머리를 전시장에 걸어놓는 등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던졌다. 2000년 이후부터는 해외 갤러리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국내 작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가나아트 갤러리의 전속작가인 조각가 지용호, 사진작가 배병우, 화가 안성하 등은 2003년부터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올해는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데비한과 이환권 등이 유럽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또 파리 카르티에 재단 미술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설치작가 이불이 16일부터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천안에 위치한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들의 해외 개인전도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사진조각’으로 이름을 얻은 작가 권오상이 내년 4월부터 영국에서 두차례 개인전을 갖고, 엽기적인 조각으로 눈길을 끄는 작가 이동욱이 내년 6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개인전을 연다.

·아시아의 감성 세계가 공감하다
세계 무대에서 인기를 끄는 작가들의 공통된 특징은 동양적인 감성을 갖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동서양의 미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이들의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맨해튼에서 열린 아시아 작가들만의 미술장터이자 축제였던 아시아 컨템포러리아트페어(ACAF)에는 국제갤러리, 가나 아트갤러리, 아라리오 갤러리, 박여숙 화랑, 아트싸이드, 학고재 갤러리 등 20여 개의 화랑이 부스를 마련하고 홍경택·배병우·안성하·권오상·정연두·지용호·최소영·이강소등 20명의 작가 작품을 선보였다.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 많아지면서 그 동안 한국 화단의 큰 병폐로 지적됐던 H대와 S대 중심의 학력과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 국전 수상 경력 그리고 인맥이나 처세력에 의해 좌우됐던 관행이 점차 바뀌며 작품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특정대학이 아닌 이른바 비주류 대학 출신이면서도 자신의 예술세계가 분명한 2030세대 젊은 작가들이 홍콩 크리스티 등 해외 경매에서 추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특정 학교와 수상 경력에 대한 프리미엄이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 특히 2~3년간 컬렉터들에게 집중적인 주목을 받던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들어 그 인기가 다소 시들해지면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좋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해외 화랑들의 한국지점 개설과 국내 화랑들의 해외 진출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국내 젊은 작가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 청담동에 지점을 낸 마이클슐츠 갤러리 대표 마이클 슐츠 씨는 “최근 세계가 중국 컨템포러리 미술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한국 작품의 수준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작가의 미술적인 감성과 소질이 탁월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작품의 성장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