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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농촌에 대한 도시의 착취와 지배를 뜻한다. 시장과 행정조직, 군대의 본부가 돈과 폭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동서와 고금에 그 예외가 없다. 옛날 하(夏), 은(殷), 주(周)가 그러했고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선진 자본국들이 도시의 망을 이루어 제3세계를 지배하는 것도 도시문명의 지구화에 다름 아니다. 도시문명에 대한 나의 반감은 나이로비, 뭄바이 등의 빈민굴이 도시문명의 야만성을 집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도가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은 인류의 큰 희망이 아닐 수 없다. 그 뿐 아니라 이집트 학자들의 수준이 놀랍게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과 공동 연구하는 이란 출신 동료는 이집트가 제어과학(system science) 분야에서 강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다.

서열과 석차를 금과옥조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메카인 MIT, 하버드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동안, 학문과 기술은 급속히 다극화의 길로 가고 있다. 정보혁명 때문에 일어나는 도농(都農) 간의 지각변동은 우리의 시각교정을 요구한다.

역사학자 홉스봄은 지난 3백년의 세계를 산업혁명과 민주정치혁명이라는 이중 혁명의 과정으로서 큰 그림을 제시한 바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세계의 대세는 이미 정해진 코스를 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혁명은 대환영이지만, 그 물질적 기반을 이루는 산업혁명이 우리를 짓누른다. 이것이 엄청난 대가와 희생을 치루는 고난의 길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의 극심한 착취와 억압으로 잉여노동을 창출하는 원초자본축적이 이뤄지면 엄청난 자연파괴가 현실로 되어 우리의 숨통을 조여 온다. 현대의 산업문명이 얼마동안 지탱가능한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인도를 비롯한 정보산업강국들이 중화학공업을 비켜가면서 이를 뛰어넘어 다음 단계로 앞질러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이유다. 이집트, 케냐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이 흐름이 제3세계 전체로 퍼져나가길 바랄뿐이다.

정보혁명과 더불어 눈부시게 비약하고 있는 생명공학이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함께 사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는 소리가 회자한다. 이것은 농촌에 대한 도시의 지배와 착취가 끝난 세상을 꿈꾸게 한다.

물리학자 프리만 다이슨은 이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로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세기 과학의 총아는 물리학과 화학이고 이것이 중화학공업을 회색기술로 주도했다. 그러나 21세기는 녹색기술이 주도하는 시대가 되어, 태양과 게놈 그리고 인터넷이 전 세계 농촌의 부를 창출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 그는 내다본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물과 탄산가스를 써서 뿌리와 잎, 열매를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극히 비효율적인 것이 문제다. 가장 효율적인 사탕수수와 옥수수조차도 받는 햇빛의 1%를 화학물질에너지로 바꾸는데 그친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15%의 태양에너지를 전력으로 만들 수 있다. 만일 유전인자를 조작하여 실리콘과 같은 효율의 잎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농촌의 생산성은 수십 배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20세기 식 중화학 공업은 사양길에 접어들 것이다.

오늘의 제일 큰 문제는 농촌의 빈곤이므로 이것을 퇴치하는 길만이 도시의 빈곤을 없애는 길이라고 역설하는 다이슨은 어느 철학자보다도 사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냉소적 인사들은 비웃는다. 미래에 대한 장미 빛 예언이 수 없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원자력발
전이 전기를 너무 싸게 생산하여 빈곤을 일소할 것이라고들 했다. 레이건은 초전도체기술이 새 시대를 열 것이라 했고, 클린턴은 인간 게놈 연구가 암을 정복하여 ‘캔서’는 별자리 이름으로 기억될 것이라 했다. 줄기세포 연구가 의학의 신기원을 가져온다고들 야단인데 이것도 헛소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까만 색깔의 잎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다이슨의 꿈은 더욱 황당하게 들린다. 너무 태양열을 효율적으로 받아 식물 속의 수분이 모두 증발하여 타죽지 않을지 걱정된다. 새까만 숲 속을 산책하는 사람은 낭만은커녕 흑심만 동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다이슨의 상상력은 10의 계수가 넘는 농업생산성의 비약을 꿈꾸는데서 비롯하는 것이지만, 유전자 변형이 이미 생산성을 엄청 높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독과점기업의 반사회적 이윤 추구가 되어, 복지를 증진하기는커녕 인류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비관론이 무성하지만, 우리는 크나큰 가능성을 함께 본다.

정보와 지식의 독점은 정보혁명의 시대에 결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녹색기술이 굶주림으로부터 모두를 해방할 것이다. 기형적으로 큰 농작물을 볼 때마다 유전자 조작전문 회사 ‘몬산토’에게 갈채를 보낸다.

14세기에 이븐 바투타는 여행기에 썼다. ‘중국의 닭은 그 크기가 엄청나다. 수탉은 거의 타조의 크기만 하다. 때때로 털을 가는데 엄청 큰 붉은 알몸을 드러낸다. 카울람에서 이걸 보고 놀랐는데, 중국인 주인이 자기나라에 가면 더 큰 놈도 볼 수 있다기에 반신반의했는데, 내가 직접 가서 보니 그의 말이 사실이더라’

바투타의 스케일 큰 거짓말이 현실이 되어 나타날 날이 멀지 않았다. 닭 한 마리 잡으면 한 마을이 큰 잔치를 벌일 수 있을 때, 예(禮)와 악(樂)으로 세련된 선진 문화인들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족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제3세계에 늘어날 것이다. 닭이 홰 치는 소리, 개 짖는 소리를 서로 들을 수 있는 지척에 살면서도 오가지 않는 목가(牧歌)의 삶이 다가오는 꿈을 꾼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총, 균, 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을 때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 ‘총, 균, 쇠’를 떠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여 년 전, 문학사상사에서 펴낸 6백60여 페이지의 방대하고 육중한 이 책을 보름을 넘겨 독파했을 때 그 만족감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한마디로 감동과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지역적으로 위대한 발상지나 그 이동과 인종주의적인 이론들로 가득했지만 ‘총, 균, 쇠’는 달랐다. 우선 이 책은 1만3천 년 인류역사의 기원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풍부한 자료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엮어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유전학, 병리학, 생태지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진화생물학, 고고학 등 온갖 학문들을 동원해 인류 발전의 속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지나치게 과학적 이론이나 깊이 있는 생물학 또는 역사와 지리적 상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대한 양임에도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강대한 이웃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독특한 문화, 언어, 민족과 독립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지리적 조건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수려한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