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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태초의 혼돈으로 이끌어갈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도서명 :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출판사 : 문학동네
저자명 : 미르치아 엘리아데, 이재실 옮김고대 창조 신화에는 ‘죽음-재생’의 원리가 은밀하게 숨어있다. 새로운 세계의 탄생을 위해서는 먼저 어떤 존재가 희생을 당해야 하고 그 대가로 깊은 혼돈 속에 빠져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혼돈 속에서 아버지인 하늘과 어머니인 대지가 만들어지고 또 그 둘의 결합으로 인류를 비롯한 수많은 물질을 생산해낸다는 원리가 숨어있다. 불을 발견하지 못한 초기 인류는 이러한 신화의 원리에 따라 돌이나 쇠붙이를 어머니로서의 대지가 품고 있는 태아로 이해했다. 그 품에서 성숙한 광물들이 황금의 완벽함에 도달하기까지 질적 성장을 하는 태아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상징체계를 흡수한 연금술은 세속적 과학이 아닌 ‘신성한 과학’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차차 불을 발견하고 지배하면서 인간도 대지의 생산에 개입할 수 있으며 나아가 돌이나 쇠붙이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도공에 이어 불의 지배자가 된 대장장이가 그런 존재였다. 따라서 칼이나 농기구를 만들어 내는 그는 농경문화가 싹튼 곳에서 창조주와 같은 영웅이 되었다. 그의 작업장과 작업과정은 샤만이 그러했던 것처럼 금욕과 희생제물을 통해 신성시되고 또 입문의 비의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대장장이처럼 불을 지배하고 자연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창조에 몰입했던 연금술사는 ‘죽음-재생’이라는 원리에 충실했다. 즉 대지라는 모태 안에 광석의 성장을 자연의 몫으로 맡긴 것이 아니라 조작에 의해 성숙 시간을 가속화시켜 비천한 금속을 고귀한 금으로 최종 변성시키고자 했다. 물질이 부패되고 용해되었다가 ‘현자의 돌’이 되는 조작과정을 물질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로 보고, 이 통과의례적 체험을 연금술사 자신의 영혼에도 투사시켰다. 그들은 금속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아의 완성이라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해 스스로도 완벽성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연금술은 하나의 통과의례로서, 인간조건의 근본적 변화를 목표로 하는 특수한 체험이었다. 모든 문화권의 연금술이 비교(秘敎)적 전통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비록 근대 과학이 대장장이와 연금술사가 꿈꿔오던 무한에 가까운 물질의 완성을 이룩해 내었다고 하나, 연금술이 추구했던 창조의 원리와는 오히려 멀어져 인간은 노동의 노예가 되고 또한 자연의 시간을 떠맡아 스스로 소외되고 말았다. 기술문명이 극한으로 달려가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를 태초의 그 혼돈으로 그리고 다시 깨달음으로 인도해 갈 연금술의 비의를 찾아 나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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