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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비언어극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기존의 연극, 뮤지컬 등과 전혀 다른 형식을 도입해 새로운 바람 일으켜


‘점프’는 연극도 아니고 뮤지컬도 아니다. 굳이 명칭을 붙이자면 ‘비언어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점프’는 작년 8월 영국 ‘에든버러페스티벌’에 참가해 코믹 마셜 아츠(martial arts) 퍼포먼스 장르에서 티켓 판매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또한 1천8백편이 넘는 전체 페스티벌 참가작 중 40편만 선택되는 오프닝 공연에도 초청되었다. 페스티벌이 폐막될 때에는 ‘베스트 공연 5’에 뽑혔을 정도이다.


그 후 ‘점프’는 세계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중이다. 1주일 공연에 5만 달러를 받고 있으며, 모두 3팀이 각각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한다.


이러한 ‘점프’의 성공은 흔히 ‘난타’와 비교된다. 실제로 대사가 없는 비언어극이라는 점에서 점프와 난타는 많이 닮아 있다. 모두 기존의 연극이나 뮤지컬 등과는 전혀 다른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세계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비언어극’의 가장 큰 장점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좋은 연극이라도 번역을 통해 다른 문화권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데 비언어극은 연극의 언어적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다른 국가 혹은 문화권에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잇점이 있는 것이다. ‘난타’의 경우에는 타악기 연주와 부엌 도구들의 결합을 통해 관객들에게 독특한 매력을 선사했다. 타악기의 요소들은 한국의 전통적 악기의 요소를 차용한 것이며, 부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맞닥뜨리는 일상의 공간이다. 이런 부분은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기성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경험을 뛰어넘는 새로운 실험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점프’ 역시 새로운 실험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점프’는 무술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다. ‘무술’은 전통적으로 동양의 것이다. 현재 일본을 중심으로 이종격투기대회가 유행하는 것도 동아시아가 격투기의 본고장이기 때문인데, 이종격투기는 태권도와 합기도, 쿵푸 등 다양한 격투기의 세계가 한 자리에 모여 신체를 이용하는 몸놀림의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점프’의 경우 한 팀의 배우 9명의 무술을 모두 합치면 117단이나 된다는 사실은, 무술을 통한 신체의 새로운 이용이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지를 알려주는 수치이다. 이처럼 신체를 이용하는 비언어극의 요소는 무용이나 마임과 같은 형태도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혼성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극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사적 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비언어극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욱 중요하게 된다.


단지 현란한 몸놀림이나 무술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오산이다. 전체적인 극의 배경과 줄거리가 ‘가정’을 무대로 하고 있는데, 가정 혹은 가족이라는 소재는 서양 전통에서도 매우 오래된 강력한 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무술이 뛰어난 가족들의 집안에 도둑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해프닝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내용에 태권도와 쿵푸 등 동양무술의 예술적인 공중돌기 등을 가미함으로써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테크닉의 요소는 성공 요인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점프’를 비롯한 최근의 21세기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을 말할 때 자칫 오해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는, 그것들이 마치 현란하거나 아주 깔끔한 이미지만으로 승부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미지 등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누구나 가능해졌다. 물론 아직도 국내 영화의 DVD 출시를 위해서는 미국에 가서 색보정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이미지와 같은 기술적 요소들은 대부분 일부에 해당된다.


영화로 치자면 화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고 고도의 기술이 동원된다. 과거 CF 장면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지금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단지 화면이 아름답다고 해서 영화를 보진 않는다. 컴퓨터그래픽을 많이 사용하면 화면은 멋지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그 영화를 지탱하는 것은 ‘서사’(narrative)이다. 서사, 즉 이야기는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만들어내는 기술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최근 영화 ‘왕의 남자’나 드라마 ‘궁’ 등이 모두 원작을 다른 매체에서 찾아내는 것도 ‘서사의 완성도’ 때문이다. 이런 부분은 이미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미국의 수많은 헐리웃 영화들이 문학작품이나 코믹스(만화)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던 것에서 잘 설명될 수 있다. 새로운 서사의 창조가 그만큼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류 열풍을 비롯해서 한국의 문화예술이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컨텐츠나 인프라의 부족 속에서 이미지나 일시적인 ‘붐’(boom)으로 휩쓸려 가는 것은 오래 갈 수 없다.


‘난타’나 ‘점프’와 같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전통과 문화의 토양 위에서 소재를 찾고, 동시에 전세계적인 보편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문화적 생산물을 제작한다면 다양한 문화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문화유산] 대구시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위치한 옻골마을은 자연생태, 사회생태, 인문생태를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경주최씨의 종가가 살고 있는 이곳의 마을숲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비보숲이다. 비보는 부족한 곳을 보완하는 신라 말 도선 풍수이자 중국과 다른 우리나라 풍수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남쪽에 느티나무를 심어서 마을의 숲을 만든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좋지 못한 기운과 홍수를 막기 위해서다. 3백 살의 느티나무가 모여 사는 마을숲은 아주 아름답다. 숲과 더불어 조성한 연못은 홍수를 막는 기능과 더불어 성리학자의 정신을 담고 있다. 성리학자들은 중국 북송시대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 따라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연꽃을 닮기 연못에 심었다. 마을숲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는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성리학의 상징나무다. 회화나무는 학자수라 부른다. 중국 주나라 때 삼공이 천자를 만날 때 이 나무 아래에서 기다렸고, 선비의 무덤에 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옻골처럼 조선의 성리학자와 관련한 공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회화나무를 지나 아름다운 토석담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백불고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