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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수와 명분


4년 전 미군의 공격으로 바그다드가 함락됐을 때 나는 쾌재를 불렀다. 선제공격의 문제점을 몰라서가 아니다. 독가스로 수천의 쿠르드인을 학살한 도살자가 심판 받을 차례가 온 것이 기뻤기 때문이다. 축배를 들며 역사학자 J교수와 닥쳐올 일을 토의했다.

이라크는 그 국토가 43만 5천 평방 킬로, 인구가 2천 4백만 명이나 되는 큰 나라다. 미국이 만일 50만의 지상군을 이 나라에 주둔시켜 20년을 버틸 수 있다면, 미국식 자유민주국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해병대를 포함한 지상군이 모두 60만 정도였으니 이것은 불가능한 얘기다.

하는 수 없이 차선의 길을 택하는 것이 옳다. 사담 후세인과 그 측근, 그리고 도살과 집단학살에 직접 책임이 있는 극소수의 지도자만을 그 죄를 물어 벌하고, 관료조직과 군대, 특히 경찰조직을 모두 포섭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바트(Baath)당의 골간을 유지해야 한다. 그 파시스트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 당은 종교의 정치참여를 철저히 배격하는 세력이므로, 신정(神政)체제의 경향이 강한 이 지역에서 소중한 정치자산이다. 미국이 이것을 살려야 한다.

미국의 도움으로 질서유지와 민생안정에 전력을 하면서, 산업발전에 박차를 가하면 이라크는 중동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 30년이나 소외와 압박을 받아온 시아(Shia)파 다수가 이라크 사회의 주류로 나아가는 것을 미국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태를 대체로 이렇게 봤다.

그러나 J교수는 나의 생각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인의 전통적 결벽증 때문에 악당들을 싹쓸이로 몰아내고, 백지(clean slate)위에 새 그림을 그려나가는 것이 미국식이라는 것이다.

과연 미국은 J교수의 말대로 미국식의 정책을 펴나갔다. 하지만 그 후 이라크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 일로로 치닫게 되었다. 무자비한 테러와 살육이 한참 진행되고 난 후에야 그는 나의 견해를 선견지명이라며 찬탄했다.

그러나 선견지명 운운은 한국 사람이 들으면 실소할 일일 수 있다. 왜냐하면, 나의 이라크사태 해법은 대한민국 건국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택한 길로서 현 정권이 추진한 역사바로잡기에서 홍역을 이미 치렀고, 아직도 그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우리의 발자취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 직후 우리 사회와 건국 초기의 역사가 아득한 옛일로 느껴지는 젊은이들에게 몇 마디 하고 싶다. 해방 당시 우리 인구가 3천만일 때 대학교육 받은 사람이 2천 명 정도 됐다.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은 손꼽을 정도였고, 따라서 일제시대에 고등교육을 받은 분들과 조선총독부와 만주국에서 관리로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새로 세운 나라의 중책을 맡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을 모두 친일파로서 배척하여 그들의 공로를 청산한다면, 우리 자신을 통째로 부정하자는 것이니 우스운 얘기가 되고 만다.

이 문제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민족정기 뻗치는 분들의 몫으로 남겨 놓고,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은 이승만 정권이 독립운동가들을 취조하고 고문한 이른바 고등계 형사들에게 경찰을 맡긴 사실이다. 언론이 이를 비판하자 이 대통령은 이들이 기술자이기 때문에 중용(重用)했다고 하여 국민들이 격분했다. 특히 정(政)은 정(正)이라는 유교사상에 깊이 젖어 있던 젊은이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난세를 겪으면서 정치에서 기술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사(李斯), 상앙과 같은 정치인들이 없었던들 진시황(秦始皇)이 위업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호메이니가 이란에서 샤를 몰아내고 그 기득권세력을 칠 때, 샤의 악명 높던 비밀경찰 사바크의 ‘기술자’부터 다시 중용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명분과 대의에만 투철하면 술수 없이도 세상이 바로 잡혀질 것인가? 술수 없는 정치는 환상이다. 그러나 술수 때문에 모든 정치는 정통성의 문제와 도덕적 파산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라크의 비극을 지켜보면서, 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한 이승만 박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