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대명캠퍼스의 건축문화와 구 본관

문화재청, 대명캠의 구 본관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 등록 예고


문화재청은 지난 3월 22일 우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구 본관을 한강철도교, 성공회대구교회 등 19건과 함께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 등록할 것을 예고했다. 대명캠퍼스 구 본관은 기독교 선교활동의 일환으로 대구경북지역에 처음으로 설립된 고등교육시설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필자는 이 짧은 글을 통해서 구 본관의 건축적 특징을 조명하고자 하는데 대명캠퍼스의 건축문화와 대학캠퍼스 건축의 계보라는 두 가지 맥락도 함께 고찰하기를 원한다.


계명대학교는 1954년 미국 북장로교회 선교사 안두화 목사(본명 에드워드 아담스) 및 지역 교계 인사들에 의하여 계명기독대학으로 설립되었다. 대명캠퍼스는 대구시 중심부에서부터 2km 가량 남서쪽으로 떨어진 대명동의 나지막한 언덕을 안고 자리하고 있으며 1980년까지 건물들을 지어 왔다. 초창기에는 학교 맞은편에 화장터가 있었다고 하니 꽤나 외진 땅에 학교가 세워진 것이다.


3만평 외짓한 대명캠퍼스에는 현재 붉은 벽돌로 지장된 서양식 복고풍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건축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명캠퍼스의 붉은 벽돌 건물은 미국 동부의 유서 깊은 대학을 방불케 한다. 이렇듯 대명캠퍼스의 건물들은 연세대, 이화여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대학 캠퍼스에서 쉬 찾아볼 수 있는 돌로 외장된 신 고딕양식 건물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사립대학이자 가장 오래된 기독교 대학인 숭실대학교(1897년 설립)는 오늘날 서울에 소재하지만 원래는 평양에 위치하였으며 벽돌로 외장된 그 건물들 중 적어도 일부는 고딕양식을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명캠퍼스의 독특함은 TV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도 잘 입증되고 있다.


대명캠퍼스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간직하게 된 데에는 학교경영을 맡았던 역대 학교장 내지 이사장들의 캠퍼스건물과 조경에 대한 사랑 어린 관심, 그리고 그들의 의향을 따라 헌신하는 전문가와 직원들이 있었다고 본다. 건축가이자 구조전문가인 조자용씨가 대명캠퍼스 첫 건물인 구 본관(1955년)에 대한 설계위탁을 받았을 때 그는 초대 학장이었던 미국인 감부열(본명 아치벌트 캠블) 목사로부터 ‘콜로니얼 양식’(즉 영국치하 미국의 식민지 양식)으로 설계해달라는 주문을 특별히 받았다. 조자용씨는 미국 동부에서 공부하였으며 특히 대학원 공부를 하버드에서 한 사람으로서 콜로니얼 양식의 건물을 많이 접할 수 있었기에 그에게 구 본관의 설계를 맡긴 것은 아주 적절하였다. 단, 여기서 말하는 콜로니얼 양식이란 유럽중세 말기의 특성을 지닌 17세기의 ‘초기 (뉴잉글랜드) 콜로니얼 양식’이 아니라 18세기에서도 영국에 대한 독립전쟁(1775-83년) 이전의 ‘후기 콜로니얼 양식’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영국식민지시대의 조지안 양식, 즉 ‘조지안 콜로니얼 양식’이다. 초창기 계명대학에서 조지안 콜로니얼 양식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이 양식이 미국의 유서 깊은 기독교 정신의 명문대학을 연상시킴으로써 학문적 우월성과 기독교 신앙이라는 이미지 부여를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 본관은 대명캠퍼스의 첫 건물로서 1955년 준공되었다. 이 건물은 원래 바위산이었던 언덕 정상에 자리하여 능선이 내려가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설계자 조자용씨가 생전에 말한 바에 의하면 원래 두 가지 설계안을 제시하였는데 그중 더 얌전한 안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구 본관은 고탑(쿠폴라)을 제외하면 2층 건물이다. 정면이 좌우로 뻗은 동시에 뒤쪽(남쪽)으로는 강당이 뻗음으로써 T자 평면을 이루고 있으나 열주현관(포티코)이 조금 앞으로 나옴으로써 ‘라틴십자’에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건물 외관이 전반적으로 인간적인 스케일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 열주현관은 위엄 있게 2층 높이로 솟아오르고 있다.


2층 내지 그 이상 높이의 거대 열주현관은 영국치하 식민지시대의 조지안 양식 건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데 독립전쟁 이후의 건물들, 즉 페더럴 양식, 제퍼소니언 양식, 그리고 그리스 복고풍 건물들에서 더 흔하게 사용된다. 이와 관련된 사례로서는 버지니아 대학교에 있는 로툰다(미국 제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이 원래 도서관으로 설계한 둥근 건물)(1817-26년)가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구 본관에 대한 영감은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의 베이커 도서관(1926년 설계)과 같이 거대 열주현관을 지닌 20세기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베이커 도서관은 또한 영국 런던에 있는 첼시 병원(크리스토퍼 렌 설계)(1682-89년)의 주 현관건물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구 본관 정면 입면을 보면 중앙부는 박공이 얹혀진 거대 열주현관과 고탑에 의해 부각되어 있으며 좌우 단부는 박공이 얹혀진 파빌리온으로 취급되어 있어 5분구성을 이루고 있다. 이는 중앙부에만 박공으로 덮인 파빌리온과 고탑을 배치한 3분구성을 변형시킨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대명 캠퍼스에서 다른 건물들 가운데 구 본관을 시각적으로 가장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거대 열주현관 뒤에 올라가는 고탑이다.


대명캠퍼스의 건물들은 건축된 지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 건축시대양식 요소들을 엄격하게 표현한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 건축사학적 측면에서 그다지 많은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요번에 구 본관이 근대문화재로 지정된다면 이를 계기로 대명캠퍼스가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건축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대명캠퍼스의 독보적인 건축문화를 귀중히 여기면서 성서캠퍼스는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면서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지닌 또 하나의 아름다운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앞으로도 어떻게 조성되어 갈것인지 기대하면서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