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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시대이 출판 패러다임 변화

일본의 전자책 급성장,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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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로그’ 출판 시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문화콘텐츠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출판의 경우 여타 콘텐츠와 달리 아날로그 매체(종이책)로부터 디지털 매체(전자책)로의 시장 지형 변화(shift)가 어느 분야보다도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문자 텍스트 기반의 가독성 문제 때문이다. 많은 기술 결정론자들이 예단한 것처럼 종이책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주요국들의 전자책 시장 규모는 아직까지 전체 출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디지털환경은 이미 종이책 생산·유통·소비의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요인이며, 전자책은 종이책과의 상호 보완관계 속에서 독자적인 직립보행을 시작했다. 바야흐로 출판 콘텐츠의 다중 활용이 가능한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수요자(독자)의 측면에서 보면 디지로그 독서환경이 시작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한 전자책의 시장구도 정립, ▲종이책 단행본 시장의 25%를 차지할 만큼 유력한 유통경로로 자리잡은 인터넷서점의 발달, ▲디지털 출판 콘텐츠의 소량 인쇄출판을 가능케 하는 주문형 출판(POD : Publishing on Demand), ▲인터넷상의 도서 본문검색 서비스 보편화, ▲인터넷 블로그 게재 콘텐츠의 종이책 제작 및 베스트셀러 판매 현상에 이르기까지 출판을 둘러싼 매체와 콘텐츠의 융합이 가히 혁명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제 출판은 종이책의 편집-복제 개념에서 탈피해 디지털 네트워크 미디어로 산업 범주가 확장되고 있으며, 서점 중심의 콘텐츠 유통 역시 인터넷과 방송, 뉴미디어를 포함한 다채널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DMB 등 동영상 멀티미디어와의 길항, 평생학습 사회의 도래에 따른 콘텐츠 수요의 급증으로 위기와 기회 요인이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 급팽창하는 일본의 휴대폰 전자책 시장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보다 IT 인프라가 뒤쳐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앞서 유비쿼터스 독서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휴대폰을 이용한 전자책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한 일본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2005년에 7천2백24억엔(약 5.8조원)으로 전년 대비 39% 신장했는데, 그 중에서도 전자책이 괄목할 만한 성장 분야로 꼽힌다. 휴대폰 전자책의 성장률이 전년 대비 400%나 되어 PC 기반 전자책 시장을 훌쩍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소설(모바일소설) 전문업체 ‘마법의 i랜드’는 회원(약 5백만 명)의 작품 40만 종을 모아 ‘마법의 도서관’ 사이트를 운영하는가 하면, ‘일본 휴대폰소설 대상’ 문학상 제정, 휴대폰 게재 작품의 종이책 제작 등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특화된 활동을 기울여 화제를 모았다. 말하자면 UCC(이용자 제작 콘텐츠) 트렌드를 전자책, 종이책과 유기적으로 연동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휴대폰소설의 대표작인 <딥 러브(Deep Love)>는 2천만 건이나 다운로드된 다음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1백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출판계도 변하고 있다. IT 전문 출판사인 임프레스는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먼저 발행한 후 종이책으로 펴내는 시스템을 일찌감치 도입했다.

일본 전자책 시장은 2002년 무렵부터 PC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로에 선 것처럼 보였으나, 모바일 전자책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소니, 마츠시타 등 글로벌 가전업체를 중심으로 가독성 높은 신형 전자책 전용 단말기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하이브리드카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듯이, e-페이퍼를 채용한 고급 사양으로 세계 전자책 단말기 시장 선점 전략을 펼치고 있다.

모바일 전자책은 독서율이 감소 추세에 있는 신세대의 독서 형태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독서 풍속도의 변화는 새로운 출판시장의 출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동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전자책출판의 오늘과 내일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약 5백50억 원 수준이며, 모바일 기기보다는 PC 경로가 중심이다. 판매 비중에서는 행정기관·학교·도서관 등의 기관구매(B2B)가 약 70%를 차지하여 개인 구매(B2C) 비중은 매우 미미하다. 6만여 종에 이르는 콘텐츠 및 판매량을 보면 ‘장르문학’ 등만 강세를 보여 지식기반 정보사회의 콘텐츠 저수지 기능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자책 이용률 역시 성인 7%, 초중고 학생 12% 수준으로 정체되어 아직 갈 길이 멀다. 가독성, 가격 등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따라서 향후 전자책이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독자에 대한 편익 제공과 수요 증대의 관점에서 유용한 지식 콘텐츠의 대폭 확충, 전자책 포털 사이트 구축, 고기능 전자책 전용 단말기의 저가 공급, 선진국에서 급신장세인 오디오북과의 연계 육성, 관련 법제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유사 이래 언어·문자 기반의 다양한 기록매체를 거치며 발전해 온 출판은 이제 디지털시대를 맞아 형질 전환의 진화기를 맞고 있다. 이는 단지 매체 형태의 변화만이 아니라 인간이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고 재생산하는 ‘인지 생태계’의 지각 변동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부단한 관심을 통해 진정한 IT 강국의 비전을 세워가야 할 때이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살 떨리는 완벽주의로 만들어낸 늙은 부부의 순애보: 영화 ‘아무르’ 2012년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아무르’는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런 질병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신파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이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내러티브를 활용한 완벽에 가까운 형식미를 통해서 탁월한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내러티브의 탁월함, 그 살 떨리는 완벽주의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네케 감독은 영화 ‘아무르’의 도입부에서 외출 후 열려 있는 문, 도둑에 대한 잡담, 한밤에 깨어 있는 아내, 건네지지 않는 양념통, 흘러넘치는 커피 물을 통해서 사소한 일상에서 극적인 문제로 향해가는 이야기 전개를 천의무봉의 솜씨로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이용해서는 아내의 뇌질환 발병을 일단 부정한 후 다시 제시하는, 이야기가 직선적인 순서로 나아가는 단순한 방식을 배신하는 연출을 통해서 ‘눈 위로 걸어간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며 나아가듯이’ 이야기의 인위성을 가리면서 아내의 뇌 질환이 확인되는 극적인 순간을 스크린 위에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도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