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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위조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갈수록 똑똑해지는 위폐, 갈수록 위폐위조가 대량화 되는 것이 문제

최근 대구의 성인오락실을 시작으로 1만원권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발견됐다. 위폐가 오락기도 감별하지 못할 만큼 정교해진 점도 그렇지만 수천장씩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통화당국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돈의 위조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정남석 한국은행 발권국 발권정책팀장은 "돈이 생기면서 위조도 시작됐다고 봐야한다"면서 "언제 누가 위폐를 처음 만들었느냐를 말하기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한은의 위폐 집계도 1998년부터 시작됐다.



<짝퉁의 변천사>


위조라고 하면 형태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옛날 옛적에는 내용물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고려 숙종 때의 기록을 보자. 1101년 고려는 대각국사 의천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반도 지형을 본 딴 `은병 화폐'를 만든다. 은 1근으로 만든 이 돈은 정부가 표인(標印)을 해 보증했다.


하지만 동이 함유된 가짜 돈이 대량 유통되면서 논란이 된다. 고려는 더욱 순도 높은 소은병을 만들지만 이 역시 동을 섞은 위조품이 나오면서 시장을 극심하게 교란시키자 조선초기인 태종 때 통용 금지령이 내리게 된다.


화폐가치가 액면 표시가로 바뀐 근대에 와서는 ‘베끼기’가 등장한다. 류일녕 한국조폐공사 위조방지센터 부장은 "초기에는 손으로 그린 뒤 파스텔로 색칠을 하는 조악한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1970년대 흑백복사기가 도입되면서는 돈을 복사한 뒤 파스텔로 색을 입히는 방법이 동원됐다. 이때까지는 그나마 대량으로 유통되지 않아 사회적 문제까지는 되지 않았다.


1980년대 초 컬러복사기가 보급되면서 사정은 달라진다. 위조지폐가 통화질서를 무너뜨릴 만큼 대량생산 된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 컴퓨터와 스캐너, 잉크젯프린트가 보급되면서 전문위조단까지 등장했고 위폐는 육안으로 감식할 수 없을 만큼 더욱 정교해진다.


위조기술이 발전하면서 통화당국과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됐다. 1950년대를 컬러인쇄를 했고 1960년대는 금속선과 색실을 첨가한다. 1970년대는 은화(숨은 그림, 隱畵)와 자외선감지요소가 더해진다.



2000년에 들어서는 부분노출 은선, 미세문자, 숨은 막대 그림 등이 새로이 첨부되는 등 돈은 갈수록 똑똑해 진다. 올해 나온 5000원 신권의 경우 홀로그램, 색변환잉크 등을 포함, 위조방지 요소가 무려 20여 가지나 포함돼 있다. 이는 2000년 나온 구 5천원권의 8가지 위조방지요소에 비해 크게 강화된 것이다.


정남석 팀장은 "위조지폐는 진품에 비해 한 두단계 낮은 수준이지만,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아예 돈의 재질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호주, 태국, 브루나이, 스리랑카, 파푸아뉴기니, 싱가포르 등에서는 ‘폴리머노트’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돈을 발행하고 있다.



<짝퉁이 국가 경제를 흔들다>


앞서 언급한 은병 예를 들지 않더라도 ‘짝퉁과의 전쟁’을 벌인 기록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직후인 1946년 공산당의 조선정판사(朝鮮精版社)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남조선노동당이 조선공산당 활동자금을 조달하고 남한 경제를 교란하기 위해 대량의 위폐를 유포하다 발각된 사건이다.


위조지폐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위폐는 총 1만2천8백99장으로 전년(4천3백53장)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최고치로 98년(3백65장)과 비교해 보면 무려 35배나 많다.


대구경북에서 지난해 발견된 위폐는 7백78장으로 2004년 3백73장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중 96%가 컴퓨터 스캐너와 컬러프린트를 이용한 것이라고 한은 대구경북본부는 밝혔다.


이처럼 급증했지만 시장에서는 좀처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정 팀장은 "지난해 일반국민이 위폐를 발견해 신고한 것은 전체의 1.2%인 1백51장 뿐"이라고 말했다. 67%는 한은이 돈을 정사하는 과정에서, 31%는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찾아냈다.


무엇보다 갈수록 위폐 제조가 대량화되는 것이 문제다. 똑같은 돈이 50장 이상 발견된 사건의 경우 2004년 22.4%에서 지난해에는 84.1%로 급증했다.


반면 20장 이하 발견된 사건은 2004년 32.9%에서 지난해에는 14.0%로 급감했다. 위조지폐는 이제 애들 장난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위조지폐범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중대 경제사범으로 다루고 있다. 과거 중국에서는 위폐범들의 손을 잘랐고 지금도 법정 최고형은 사형이다. 형법 제 207조에 따르면 무기 또는 2년 이상 징역이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죄가 적용되면 무기 또는 사형까지 가능하다.


정 팀장은 "미국의 경우 달러를 받으면 문질러보고 불빛에 비춰 보는 등 위폐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다"면서 "우리도 위폐 사건을 사전예방하기 위해서는 덥석 돈을 받을 게 아니라 한번쯤 유심히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