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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경북지역 문학관 건립 열풍 특집

대구경북지역 문학관 열풍?, 문학관 건립의 현재와 미래
우후죽순 건립보다, 미래를 생각하고 교육적 가치에 중점 둔 운영이 먼저

 

● 건립의 시작은 현재보다 미래 생각해야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처럼 지원 및 관리 역할을 수행할 국립한국문학관이 2024년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이 개관하면 전국 문학관에 다양한 지원행정이나 관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실질적으로 국립한국문학관을 대신하고 있는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된 문학관 수는 95개관이다. 등록되지 않은 문학관과 추진 중인 문학관이 전국에 70여개 쯤 된다고 한다. 지자체들이 나서서 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거나 개인이 사비를 출연해 사립문학관을 건립하기도 한다.

 

문학관 건립은 작가 중에 사후에 제자들이나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 출신 작가를 현창하기 위해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실정은 작가가 생존해 있어도 문학관이 세워진다. 시인들의 시비도 사후가 아니라 생전에 마구잡이로 세운다.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흉물이 될 소지가 많다. 작품성도 없고 유명 시인도 아니고 지역에 있는 시인들의 시비가 더 많이 세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문학관 건립은 재제가 없다보니 본인의 능력이 되면 건물이 규모가 작거나 크거나 상관없이 세워지고 있다. 문학관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겠지만 우후죽순처럼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건립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작가 사후에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면 처치 곤란한 건물로만 남을 수밖에 없다.

 

● 다양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필요

문학관 건립은 미래를 보고 지어져야 한다. 유명 작가의 이름을 달고 지어지는 문학관은 개인 입장에선 반대다. 현장에서 15년 근무하는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결과 중의 하나다. 개인 이름을 달고 문학관을 건립하면 한 사람 외엔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콘텐츠도 한사람 작품과 그 작가의 삶 외엔 스토리를 입힐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지역 출신 작가들을 지자체 이름을 달고 문학관을 지으면 다양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생산되고 활용할 수 있다. 지역 이름의 문학관엔 소설가, 시인, 희곡, 수필가 등 다양한 작가들을 수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문학관이 대구문학관, 대전문학관, 목포문학관, 순천문학관, 충남문학관 등이 있다.

 

 

대구문학관은 접근성은 좋지만 대구 출신 작가들을 다 수용하기가 협소하고 주차시설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현재 대구문학관을 별관으로 하고 본관을 다시 건립하는 것이 미래를 봐서도 좋을 것 같다. 작가 개인 이름을 달고 문을 연 소설가 이태원문학관은 머지않아 문을 닫거나 흉물로 변할 소지가 많다. 안에 전시되어 있는 전시물 외엔 볼게 없다. 보고 느낄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한번 와본 사람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시인 정호승 문학관이 건립되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어떤 콘텐츠로 관람객을 사로잡을지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 개인 이름을 달고 문학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지역 명을 달고 운영하는 문학관보다 몇 배의 노력과 관심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 문학관 건립이 아닌 운영에 대한 고민이 먼저 

문학관이 잘 운영되다가 삐걱거리면서 옛 명성에 흠집을 내는 경우도 있다. 경주의 동리·목월 문학관이 그렇다.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영 주체가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운영하다가 경주문인협회가 운영하다가 이젠 경주시에서 운영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민간위탁을 맡은 단체가 서로간의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경주시의 행정도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문학관을 운영하는
주체가 어떻게 잘 운영하는지에 따라 문학관의 위상이 달라진다.


김유정문학촌도 김유정기념사업회에서 운영을 맡아 하다가 춘천문화재단으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기존에 운영하던 단체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춘천시에서 문화재단으로 운영권을 이관시킴으로 문제가 노출되어 법적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 현재의 문학관 운영은
현재 문학관 운영은 대부분 세 가지로 요약된다. 지자체에서 운영을 하거나, 민간위탁으로 운영을 하거나, 개인이 직접 운영을 하는 사립문학관이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을 할 땐 지자체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문학관 운영의 승패가 갈린다. 민간위탁도 운영을 맡은 단체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사립문학관은 작가 개인이 재산이나 땅을 기부하거나 문학을 좋아하는 독지가가 나서서 문학관을 설립하는 경우이다. 운영이 잘 되고 있는 문학관 중에 안성에 있는 조병화문학관은 조병화 시인이 살았던 집을 리모델링해서 문학관을 설립하였다. 지자체의 도움으로 많은 관람객이 찾고 있다. 원주의 박경리 문학관은 개인과 지자체가 앞장서서 만들어 놓은 문학관이다. 박경리 선생의 사비와 원주시의 합작품으로 지금도 문학도들과 관람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강진의 시문학파기념관은 강진군에서 운영 중이다. 시문학파 동인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문학관이 꾸며져 있다. 바로옆에 「모란이 필 때까지」의 유명한 시인 김영랑의 생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영랑 문학관으로 명칭을 짓지 않고 시문학파 기념관으로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김영랑이란 이름을 붙이면 김영랑 외엔 콘텐츠가 들어가기가 어렵다. 하지만 시문학파 기념관으로 하면 동인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 관장을 사무관급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에 맡겨 지자체 운영 문학관 모범 운영사례로 꼽힌다.

 

민간위탁 문학관 중에 이효석문학관은 이효석 문학선양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단법인 가운데 문학관으로서 가장 많은 자본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듣기로는 현금만 10억이 넘는다고 한다. 부동산도 있다. 이효석문학관은 주변 전체가 관광지로 만들어져 있다. 이효석문화예술촌은 스토리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메밀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구문학관은 사단법인 대구작가콜로퀴엄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전에 대구문화재단에서 운영을 하다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다. 대구문학관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여 전시하거나 행사를 하고 있다. 대구 출신이 아니어도 대구에서 활동한 많은 문인들이 있다. 그중에 성주가 고향인 문인수, 통영이 고향인 김춘수, 안동이 고향인 이육사 등 대구에서 연고를 두고 활동했던 많은 문인들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하여 전시
하고 있다.


세 가지 사례 중 문제점들도 따르기 마련이다. 사립문학관 운영은 자금에 대한 어려움이 큰 문제다. 개인이 계속해서 운영비를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 자식에게 문학관을 물려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자식이 문학관을 맡아서 운영을 하겠다고 해도 불확실성의 문제는 상존하기 마련이다.


지자체에서 문학관을 운영할 때는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을 대표로 앉혀 놓은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문제다. 그리고 자체 운영비가 과다 지출될 확률이 많다. 또한 지자체장 교체에 따른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민간위탁 문학관 운영은 운영비 및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타 단체와의 이해충돌로 이어져 이권 다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민간위탁 운영에 있어 법인 이사장과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 교육적 가치에 중점 두어야
문학관은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려면 문턱이 없어야 된다. 문학관은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문학인만이 아닌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면 언제든지 문학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문학관은 문학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 공간으로서, 사랑방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된다.


문학관 역할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되는 것이 교육기관으로서의 가치다. 문학적 기능은 각종 문학 행사를 통해 작가들의 정신을 알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문학관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은 전시물만 보고 가서는 안 된다. 최소한 문학관에서 한 가지는 느끼고 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체험이든, 영상이든, 이미지든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여주거나 느낄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앞으로 건립되는 문학관들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줘야
될 것이다.


지난 민간위탁 적격심사에서 심사위원이 심의를 하고 있는데 시의원 한 분이 질문을 했다. “시에서 주는 운영비는 이렇게 많은데 관람료를 포함해 들어오는 돈은 이렇게 적어서야 되겠습니까?”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질타성 질문이었다. 그때 제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의원님! 문학관을 찾아온 관람객들의 교육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습니까?” 민간위탁 운영 문학관은 지자체에선 조금이라도 운영비를 덜 주려고 한다.
하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게 교육적 가치다. 문학관은 문화공간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교육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