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교환학생으로 갈 학교를 선정하던 날 아침이 생생하다. 알람도 없이 일어나 마음 졸이며 시침이 9를 가리키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최종 2위라는 만족스런 결과를 안을 수 있었지만, 서류합격 통지나 면접 때보다 교환학교 선정이 더 긴장되었다. 그때까지도 노르웨이에 갈지 미국에 갈지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학교는 텍사스에 위치한 아주 뜨거운, 글로벌한 학교였다. 범죄학이나 수사학 등 나의 전공 과목을 제공하는 학교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 미국.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가 더 끌렸다. 사람은 종종 촉을 믿는다고 그랬나. 그래서 1위 학생이 미국을 선택해주길 바랐다. 미국 학교의 티오가 남아나지 않도록, 내가 미련을 버릴 수 있도록. 그러는 사이 내가 지원한 전형의 교환학교 선정이 다가왔다. 1학년 때부터 바라고 바라왔던 일을 눈앞에 두어서인지 손바닥이 흠뻑 젖었다. 담당 선생님이 1위 학생에게 어디로 선정할 거냐고 물었다. 일본이었다.
30초정도 후에 내 차례가 돌아왔다. 복잡하다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내 자아가 싸우기 시작했다-기보단 이미 싸우고 있었다. 1년 동안 아메리칸이 될 지 유러피안이 될 지 그 30초 만에 정해야 했다. 나는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라고 대답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이잖아. 노르웨이 사람들은 영어를 잘 해. 노르웨이는 수도꼭지에서 맛있는 물이 나온다더라. 살면서 오로라 한 번은 보고 싶었어. 하지만 맛있는 물이나 오로라보다 더 알고 싶었던 건, 행복이었다. 행복지수 상위에 이르는 노르웨이의 이유가 알고 싶었다. 나는 범죄에 대해 공부하며 항상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내 전공으로 먹고살기 위해선 할 일이 많아지는 게-웃기게도 범죄가 느는 게-맞다.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해야 내가 그 속에 비집고 들어갈 기회라도 생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복을 지향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범죄학과 내가 지향해야 할 행복은 같은 프레임 안에 들어가기 참 어색하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사라져야 마땅한 일이라는 게, 항상 내 마음속에서 역설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둘 사이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노르웨이행 4개월째, 나는 벌써 무언가를 찾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