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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살 떨리는 완벽주의로 만들어낸 늙은 부부의 순애보: 영화 ‘아무르’

 

2012년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아무르’는 사랑하는 아내가 갑작스런 질병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결국 그녀를 죽음으로 인도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신파적인 스토리다. 그러나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이 뻔한 이야기를 가지고 내러티브를 활용한 완벽에 가까운 형식미를 통해서 탁월한 드라마로 완성시켰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내러티브의 탁월함, 그 살 떨리는 완벽주의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하네케 감독은 영화 ‘아무르’의 도입부에서 외출 후 열려 있는 문, 도둑에 대한 잡담, 한밤에 깨어 있는 아내, 건네지지 않는 양념통, 흘러넘치는 커피 물을 통해서 사소한 일상에서 극적인 문제로 향해가는 이야기 전개를 천의무봉의 솜씨로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그리고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이용해서는 아내의 뇌질환 발병을 일단 부정한 후 다시 제시하는, 이야기가 직선적인 순서로 나아가는 단순한 방식을 배신하는 연출을 통해서 ‘눈 위로 걸어간 자신의 발자국을 지우며 나아가듯이’ 이야기의 인위성을 가리면서 아내의 뇌 질환이 확인되는 극적인 순간을 스크린 위에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도래시킨다. 여든에 가까운 나이의 하네케 감독은 특별한 효과나 장치 없이 단지 기초적인 장면 구성만으로 영화의 도입부를 완벽에 가까운 내러티브로 연출해낸 것이다.

 

이처럼 영화 ‘아무르’는 현실과 포개지는 콘서트장에서 시작해서 고결한 아내가 심각한 뇌 질환에 걸렸다는 극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전개 방식을 통해 도입부를 소개했다. 다음은 오히려 쉽다. 심각한 뇌 질환이란 문제를 풀기 위해 두 부부가 우왕좌왕 갈등하며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영화에 담으면 그만이다. 영화의 결말에서 프롤로그에서 이미 확인했듯이 남편은 아내를 안락사하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고, 관객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존엄에 대한 정서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죽기 전에 꼭 한번 이 영화 보기를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