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4.2℃
  • 맑음강릉 0.7℃
  • 맑음서울 -1.8℃
  • 맑음대전 -0.1℃
  • 맑음대구 1.8℃
  • 맑음울산 2.5℃
  • 구름많음광주 3.8℃
  • 맑음부산 2.5℃
  • 흐림고창 2.8℃
  • 구름많음제주 9.0℃
  • 맑음강화 -3.5℃
  • 맑음보은 -1.7℃
  • 구름조금금산 -1.5℃
  • 맑음강진군 3.7℃
  • 맑음경주시 1.5℃
  • 맑음거제 3.8℃
기상청 제공

[키워드로 보는 세상] 퇴직금 50억, 분노의 방향

URL복사

막대한 이윤을 독점하는 특권층

‘게임의 구조’는 누가 만드는가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게임 속 ‘말’일 뿐입니다.” 화천대유 1호 사원이자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모 씨가 한 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 속에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에 빗댄 표현과 패러디가 넘쳐나고 있다.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수령한 이가 장기판 속 한낱 말이었다는데 공감할 수 있을까. ‘나는 왜 그 말이 되지 못하느냐’는 조소가 나온다.

 

자본금 50억 원으로 배당금 5천903억 원을 가져간 이들을 살펴보자. 화천대유 대주주는 전 머니투데이 기자 김만배였다. 고문으로 이름 올리고 자문료를 받은 법조인 명단은 화려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원유철 전 국회의원이 있다. SK증권을 경유해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간 이들의 직업은 회계사, 변호사, 언론인 등이었다. 수사를 통해 이들이 막대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왜 이런 사업구조를 만들었는지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뇌물, 투자 정보 사전유출, 업무상 배임 등에 대해서는 따져봐야겠지만, 이들이 막대한 배당금을 받은 것만으로는 현재까지 불법은 없다. 터져나오는 분노만으로 처벌을 할 수도 없다. 

 

우리들의 분노를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배우 김부선 씨가 9월 22일 유튜브에 남긴 말을 보자. “대장동 정보를 나한테 알려줬으면 우리 관계가 비밀일 텐데…” 분노가 여기에서 그친다면 부동산 투자로 몇십 배 자산을 불린 자를 부러워하고, 사전에 투자 정보를 알아낸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살아야 할 테다. 상대적인 박탈감만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이재명 지사가 내놓은 “개발이익을 환수해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라는 이야기도 별로 다르지 않다. 개발이익은 어디서, 왜 발생하는가. 대구 전역은 공사장으로 뒤덮였다. 권영진 시장의 임기가 시작한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0건의 재개발·재건축 인가가 났다. 거주민들이 토지를 넘기고,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공사를 시작한다. 금융사들은 엎어질 염려가 없는 도심 개발사업에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다. 심지어 개발 특수목적회사(SPC) 주식을 사들여 몇백 배의 배당금도 챙겨간다. 개발이익은 아파트 구매자, 건설노동자에게서 나왔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개발 착취’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은 말을 바꿔야 한다. “토지와 주택을 통한 개발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개발이익을 부정하면 위험부담이 있는 개발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개발을 안 하면 된다. 주택이 부족하다고? 2019년 기준 대구 주택보급률은 103.3%다. 이미 2009년에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가점유율은 2015년 기준 58.7%다.

 

오징어게임의 설계자가 누군지 찾는 쪽으로만 고개를 돌려서는 안 된다. 설계자는 ‘왜’ 465억 원을 손에 들고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 사실, 465억 원은 465명에게 새겨진 목숨값이었다. 왜 목숨값을 1억 원으로 매겼는지, 그 돈을 왜 설계자가 쥐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사람이 아니라 구조에 불만을 던지기 시작해야만 이 게임을 할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일까? 20년 전 사춘기의 소년에게 ‘노팅힐’은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로 다가왔다. 작중 세계적인 여배우인 주인공 ‘애너 스콧(줄리아 로버츠 분)’이 런던 인근의 노팅힐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다가 우연히 들린 서점의 주인 ‘윌리엄 태커(휴 그랜트 분)’와 사랑에 빠지는 ‘신데렐라’ 같은 러브스토리이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으로 나온 이 영화는 엘비스 코스텔로가 부른 ‘She’라는 OST로도 매우 유명하다. 주인공 윌리엄 태커가 길모퉁이를 돌다가 애너 스콧과 부딪혀 그녀에게 오렌지 주스를 쏟고 만다. 이에 윌리엄은 바로 앞에 있는 자기 집으로 그녀를 안내하여 씻고 옷을 갈아입도록 한다. 그 순간 애너는 그의 집에서 샤갈의 작품인 ‘신부’를 발견한다. 그녀는 윌리엄에게 “당신이 이 그림을 가지고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당신도 샤갈을 좋아하나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윌리엄은 “네, 무척이나요. 사랑은 그런 거죠··· 짙은 푸른 하늘을 떠다니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염소와 함께··· 이 염소가 없다면 그건 행복이 아니죠”라고 대답하였다. 이 짧은 공감 속에 싹트기 시작한 둘의 사랑은 이 영화의 결론이 해피엔딩임을 암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