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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여성징병론이 은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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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여성징병론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시작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지난 4월  19일에 출간한 저서에서 “지원 자원을 중심으로 군대를 유지하되 온 국민이 남녀불문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 병역제도인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하되, 모든 성별이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도록 한다면 ‘불필요한’ 성차별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성징병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지금 수준의 병력을 현행 징병제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25년을 기점으로 병력 자원이 복무필요인원보다 줄어드는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병력 50만 명 규모에 18개월 복무를 가정하면 2025년에는 예상 징집인원이 복무필요인원보다 8천 명 부족해지고, 2040년부터는 입영 대상자 숫자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다. ‘50만 대군’을 유지하려면 ‘복무기간 연장’ 혹은 ‘여성징병’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복무환경이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인권침해와 불합리한 대우가 여전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9년 군대 내 인권상황을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인권침해를 경험한 군인이 계급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10명 중 7~8명꼴이었다. 이 중 남성 병사는 금전적 보상 취약(37.1%), 휴식 미보장(12.8%), 비인격적 대우(8%) 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고, 여군은 보직 및 직위관련 문제(24.6%), 화장실 등 편의시설 관련 문제(15.7%)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성폭력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2017년 인권위가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213명의 여군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가해자 중 징역 등 실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고작 31명(16%)에 그쳤다. 여성징병제를 시행중인 이스라엘에서도 여군에 대한 성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이스라엘 일간지 ‘이스라엘 하욤’은 지난해 이스라엘군의 성범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1천542건의 성폭력이 신고되었고 피해자 중 절대다수가 여군이라고 보도했다. 여성징병론자들은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등한 병역’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트랜스젠더 고(故) 변희수 하사는 고환을 제거했다는 이유로 ‘장애’ 판정을 받아 군에서 쫓겨났다.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또한 육군 중령으로 복무하던 지난 2006년 유방암으로 인해 유방을 절제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한 바 있다. “여군은 편한 일만 한다”라는 편견은 덤이다. 기계적 평등이 실존하는 차별을 대하는 방식은 이토록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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