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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재앙, 진화하는 바이러스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과 빠른 전파 속도 주의해야

2009년 4월, 멕시코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가 유행해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희생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세계가 긴장했다. 돼지독감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넘어온 것으로 밝혀져 두려움이 증폭됐고,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졌다. 그래서인지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 수가 3만 명을 돌파하자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하고 백신 개발을 독려했다. 다행히 ‘타미플루’라는 독감 치료제가 있었고 5개월 만에 백신도 개발돼 신종 플루는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나중에 치명률을 조사하자 계절성 독감 수준으로 나와(특이하게도 고령층은 잘 걸리지 않았다) WHO는 과잉대응을 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10년이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집단 발생했고 조사결과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를 넘겼다. 환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우한을 봉쇄하고 중국 전역을 통제하는 압박 전략을 펼쳐, 현재는 기적적으로 바이러스 퇴치 일보 직전에 와있다. 환자 급증으로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우한을 제외한 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치명률이 0.2%를 기록했고, 세계는 계절성 독감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치명률과 낮은 듯 보이는 전파력에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2월 하순 무렵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쏟아져 나오고 3월에 이르러서는 이란과 이탈리아 서유럽 나라, 미국 등지에서 환자가 급증하자 전 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망설이던 WHO도 환자 수가 12만 명에 근접한 3월 11일 뒤늦게 팬데믹을 선언했다.

 

세계의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사망자가 9000명에 육박한다(2020년 3월 19일 기준). 초기 예상과는 달리 치명률도 4%가 넘는 꽤 높은 수치다. 검사를 받지 않은 경증 환자를 감안하여 실제 환자 수를 90만 명이라고 치더라도 치명률이 1%로 0.05% 내외인 계절성 독감의 약 20배에 이른다. 각 나라가 병의 확산을 최대한 억제해 환자 수가 의료 인프라가 감당할 수준을 넘지 않게 하고, 그 사이 효과적인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해 사태를 수습하지 않는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스페인 독감에 버금가는 팬데믹으로 의학사에 기록될 것이다. 도대체 왜 21세기 들어 바이러스를 병원체(병의 원인이 되는 본체. 세균, 리케차, 바이러스, 원생동물, 기생충 따위의 병원 미생물)로 하는 질환이 발생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러한 바이러스 감염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인류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전염병에 의한 인간의 희생이 반복돼 왔다.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는 중세 유럽을 강타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희생시킨 페스트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도 잊을 만하면 돌림병 또는 역병이라고 불리는 전염병이 돌아 지역이 쑥대밭이 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나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20세기 중반부터 여러 병원체, 특히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천연두, 홍역, 소아마비를 비롯한 여러 전염병이 퇴치됐거나 막다른 길목에 몰렸다. 그럼에도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전히 인류의 골칫거리다. 매년 지구촌에서 수십만 명을 희생시키는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종류가 많고 변신에 능하다. 따라서 매년 유행할 바이러스 유형을 예측해 백신을 만들어 접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지금 인류를 궁지로 몰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온순한 녀석들이었다. ‘감기’는 상기도 감염으로 인한 경증 호흡기 질환의 일반명으로 병원체가 다양한데, 전체 감기의 원인 중 10~15%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는 관심 밖이었고 굳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심각한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속출했고, 홍콩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로 밝혀졌는데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는 전혀 다른 종류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인류에게 전파한 동물은 박쥐로 밝혀졌다. 바이러스는 박쥐를 잡아먹은 사향고양이에게 전파됐고, 야생동물을 즐겨 먹는 중국인이 사향고양이를 다루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영문 약자인 SARS(사스)로 명명된 이 신종 전염병은 2003년 7월 소멸될 때까지 17개 나라에서 8096명의 환자를 냈고 774명이 사망해 치명률 9.6%를 기록했다. 만일 전염성이 조금만 더 높았거나 각국의 대처가 늦었다면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2012년 중동에서 발생한 심각한 호흡기 질환 역시 또 다른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동호흡기중후군’의 영문 약자인 MERS(메르스)로 명명된 이 질환은 간헐적으로 발생해 지금까지 26개 나라에서 2506명이 감염돼 862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이 34%로 꽤 높지만 다행히 전염성은 낮다.

 

코로나19 역시 박쥐가 출발점으로 보이지만 어떻게 사람에게까지 오게 됐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사스 때처럼 야생동물을 즐겨 먹는 중국인의 식도락이 바이러스를 불러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사스와는 달리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전염성이 더 크면서도 병원성은 다소 낮아 더 빨리 퍼질 수 있었다. 무증상 감염자가 많고 유증상자도 80%가 감기 수준이라 평소처럼 활동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17년이 지나는 사이 지구촌 시대가 가속화된 것도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중국인 해외여행자 수가 17년 사이 2000만 명에서 1억6800만 명으로 8배 이상 늘었고, 중국을 찾는 외국인의 수도 크게 늘었다. 중국이 우한을 봉쇄한 뒤에도 “문을 걸어 닫으면 안 된다”며 중국을 두둔하기 급급했던 WHO도 확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중국과 교류가 활발하면서 WHO의 권고를 따른 나라들(한국, 이란, 유럽)은 인적교류가 계속되면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졌다. 반면 일찌감치 빗장을 건 싱가포르, 대만, 홍콩은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세계로 퍼질 수 있는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미지의 병원체에 의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해당 국가는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세계에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WHO의 신속한 현장조사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진상을 숨겼고 WHO의 조사도 거부했다(뒤늦게 이뤄졌지만). 그리고 사태를 수습한 뒤에는 ‘중국이 발원지라는 증거가 없고 오히려 대응을 잘 해 세계가 시간을 벌게 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을 감싸기 바쁜 WHO는 이런 주장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모든 일은 끝이 있기 마련이고 코로나19 역시 언젠가는 수그러들 것이다. 그러나 지구촌 시대라는 구조적 요인과 무능한 WHO라는 정치적 요인의 시너지 효과가 계속되는 한 또 다른 바이러스 질환의 위협은 시간의 문제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총, 균, 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했을 때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명저 ‘총, 균, 쇠’를 떠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여 년 전, 문학사상사에서 펴낸 6백60여 페이지의 방대하고 육중한 이 책을 보름을 넘겨 독파했을 때 그 만족감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한마디로 감동과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지역적으로 위대한 발상지나 그 이동과 인종주의적인 이론들로 가득했지만 ‘총, 균, 쇠’는 달랐다. 우선 이 책은 1만3천 년 인류역사의 기원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풍부한 자료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엮어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유전학, 병리학, 생태지리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진화생물학, 고고학 등 온갖 학문들을 동원해 인류 발전의 속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지나치게 과학적 이론이나 깊이 있는 생물학 또는 역사와 지리적 상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대한 양임에도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이 강대한 이웃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독특한 문화, 언어, 민족과 독립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 지리적 조건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수려한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