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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정비소] ‘망년회’, 술과 안주로 도배된 술자리를 뜻하는 일본말

망년회가 아닌 송년회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

“망년회, 근년에 와서 시작된 야릇한 버릇이다. 망년회가 남겨 놓은 우스운 이야기, 슬픈 이야기를 나는 많이 알지만 편집일이 몰려 더 쓰지를 못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실은 망년회의 희비극을 나보다도 여러분이 더 많이 체험하였으리라 본다.” 이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잡지 「별건곤」 제21호(1929.12.1.)에 실린 ‘세모희비교향악’이라는 제목의 글 가운데 일부다.
 
1929년에 나온 기사인데 망년회라는 말이 ‘근년에 와서 시작된 야릇한 버릇이다.’라고 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근년’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근거는 1914년 12월 6일 치 부산일보에 ‘금요회 은행 망년회’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망년회’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보도되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말인 망년회(忘年會, 보넨카이)의 유래를 보면 ‘망년(忘年, 보넨)이 아니라 ‘연망(年忘, 도시와스레)’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무로마찌시대(室町時代,1336-1573)의 책인 「간문일기(看聞日記)」(1430년)에 나오는 말로 지금으로부터 6백년 전 이야기다. 어느 시대건 연회 때는 술과 좋은 안주가 나오기 마련인데 이 술과 안주를 잔뜩 먹고 춤을 추는 등 놀면서 세월(年)을 잊자(忘)는 뜻에서 ‘망년회’라는 말이 생겼다.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로 들어서면 특권층 사람들 사이에서 걱정을 잊고 풀어버리자는 뜻으로 즐겼다. 망년회는 메이지시대(明治時代,1868-1912)에 들어서서야 일반 시민들이 즐기게 된다. 1910년 무렵의 신문 곧 부산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중외일보, 신한민보 등을 보면 12월 한 달 내내 망년회 기사가 도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망년회는 곧 술자리이다 보니 여러 부작용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동아일보 1923년 12월 25일 치에 ‘망년회의 무용(無用), 허례허식은 폐지함이 좋다.’라는 기사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아 폐해도 많았던 듯하다. 이미 1920년대에 망년회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부정적이던 망년회는 광복 뒤에도 여전히 망년회라는 일본말을 쓰면서 ‘전국민’이 즐겨왔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올해 10월 9일, 573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꼭 가려 써야 할 일본어 투 용어 50개’를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망년회가 첫 번째로 나온다. 국립국어원이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우리말 속에 일본말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 장 남은 달력이 쓸쓸해 보인다. 곧 송년회 계절이다. 한 해의 마무리를 잘하고 새해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우리말글살이’의 원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름다운 문화유산] 대구시 동구 둔산동 옻골마을 대구시 동구 둔산동에 위치한 옻골마을은 자연생태, 사회생태, 인문생태를 완벽하게 갖춘 곳이다. 경주최씨의 종가가 살고 있는 이곳의 마을숲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비보숲이다. 비보는 부족한 곳을 보완하는 신라 말 도선 풍수이자 중국과 다른 우리나라 풍수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남쪽에 느티나무를 심어서 마을의 숲을 만든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좋지 못한 기운과 홍수를 막기 위해서다. 3백 살의 느티나무가 모여 사는 마을숲은 아주 아름답다. 숲과 더불어 조성한 연못은 홍수를 막는 기능과 더불어 성리학자의 정신을 담고 있다. 성리학자들은 중국 북송시대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에 따라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은 연꽃을 닮기 연못에 심었다. 마을숲을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는 두 그루의 회화나무는 성리학의 상징나무다. 회화나무는 학자수라 부른다. 중국 주나라 때 삼공이 천자를 만날 때 이 나무 아래에서 기다렸고, 선비의 무덤에 이 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래서 옻골처럼 조선의 성리학자와 관련한 공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회화나무를 지나 아름다운 토석담을 즐기면서 걷다보면 마을의 끝자락에 위치한 백불고택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