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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계천예술제 개천문학상 장원 조지원(문예창작학・4) 씨

“시는 지치고 힘들 때 숨 쉴 수 있게 하는 존재에요.”

 

우리학교 조지원(문예창작학·4) 씨가 10월 3일에 열린 진주 개천예술제 개천문학상에 참여하여 ‘들꽃’을 시제로 장원을 수상했다. 조지원 씨를 만나 수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겸손한 태도를 갖고 앞으로의 갈 길을 준비하는 새옹지마의 자세를 가진 조지원 씨의 밝은 미소와 재치 있는 답변 덕분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Q1. 개천문학상에서 장원을 수상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아직 등단(시인이나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을 출판해서 문학계에 이름을 올리는 것)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고 저는 아직 출발선에도 못 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수상이 제게 과분하고 큰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만하게 될까봐 더 의미부여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리고 아직 올해 남은 대학 문학대회들이 많아서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좀 부끄러워요.

 

Q2.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개천문학상에 작년 한 해를 제외하고 열일곱 살 때부터 매년 참가했어요. 백일장 중에서는 권위 있는 대회이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개천문학상이 열리는 시기에 진주에서 유등축제가 열리는데, 축제를 구경하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그 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개천문학상은 매년 여행하는 마음으로 참여해왔던 것 같습니다.

 

 

Q3. 올초 계명문화상에서도 가작에 입상하였는데요. 연달아 상을 수상 하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올해에 좋은 상들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달리기나 공무원 시험처럼 객관적인 점수로 우위를 따질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우연히 제 글을 좋게 봐주는 심사위원 선생님들을 만났기에 제가 수상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수상의 비결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번 개천문학상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틀을 부수기 위해 보다 다양하게 시를 쓰는 것에 중점을 뒀던 것 같아요.

 

Q4. ‘들꽃’은 어떻게 탄생한 작품인가요?

시제가 들꽃이었습니다. 들꽃이라는 시제를 받자마자 코스모스가 떠올랐습니다. 들꽃으로 무엇을 말할지 찾아야 했기 때문에 시제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지 않고, 당장 제가 쓰고 싶은 시가 뭘까 생각했습니다. 그때 문득 스스로 죽을 때까지 평생 볼 수 없는 곳이 떠올랐고 그 곳은 바로 사람의 뒷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음으로 사람의 벗은 뒷모습을 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인 목욕탕이 생각났어요. 생각난 것들을 연관지어야 하는데 들꽃의 속성에 대해서도 모르고 제가 아는 들꽃은 코스모스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름 모를 들꽃처럼 ‘이름 모를 남자. 슬픔의 들판에 핀 남자의 등’이라는 시를 완성하여 제출했습니다.

 

Q5. 이렇게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1학년 때에는 제가 좋아하던 소설만 공부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점점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게 힘들다고 느껴졌고, 성취도 없어서 흥미가 점점 떨어졌습니다. 포기할까 고민 하던 중에 소설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마저 ‘엉덩이가 무겁지 않아서 소설과 안 맞는 것 같다’는 말을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듣고 충격 받았죠. 그때 시창작 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며 ‘네가 쓴 시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너는 시의 문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지금 와서 보니 저는 동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치밀하게, 끈기 있게 앉아서 써야하는 소설과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시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진정성있는 시를 쓸 수 없어요. 저는 그 선생님이 제 앞날을 바꾸어 놓은 인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Q6.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시와 관련된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는 제가 지치고 힘들 때 숨 쉴 곳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대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기는 해요. 시인만큼 세상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 지금 언론영상학과를 복수전공 하고 있어요.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저는 기자가 될 만큼 똑똑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는 대학원 진학과 일반 기업 취직도 생각하고 있어요. 훗날 제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시를 꾸준히 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