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사 : 시대의 창(2002)
◎ 저자명 : 노암 촘스키어느새 가을이 깊다. 가을이 오면 세상을 향해 무작정 나가고 싶다는 욕망과 내면의 진실을 찾아 자신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이 동시에 자신을 끌어당긴다고 어느 젊은 소설가는 이야기했다. 색색으로 변해가는 자연을 보며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청춘이 있을까? 스산한 가을저녁의 바람을 맞으며 삶에 대해, 또 자신에 대해 막막한 질문을 던져보지 않은 젊음이 있을까? 이 좋은 가을, 우리 젊은 계명인들도 아마 세상을 향해 또 자신을 향해 여행 떠나고픈 맘을 가슴 한구석 조용히 묻어두고 있으리라.
거의 20여 년 전 이맘때, 필자도 도서관 끄트머리 누렇게 색깔 변한 잔디에 앉아 단풍에 물든 캠퍼스를 내려다보며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현실은 왜 이렇게 힘들고 어두울까 하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왜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부정부패와 싸우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고통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왜 사회는 이다지도 불공평하기만 한 것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상이 거대한 수수께끼처럼 여겨지기도 했었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읽어야만 하나…
그때 우연히 발견했던 노암 촘스키의 책은 내게 빨간 단풍의 선명함처럼 뚜렷한 색깔로 다가왔었다. 촘스키의 책은 세상을 읽어내는 대안적 방식을 이야기하며, 답답하게 산재해있던 많은 문제들을 줄줄이 엮어서 몇 가지의 주요한 가닥들로 정리해주었다. 20대 초반, 세상에 대해 막연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 촘스키를 통해 내가 속한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법과, 나를 포함하여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촘스키는 세상이 무엇인지 그 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고민하는 일이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던 것 같다.
지금껏 세상을 읽어가는 바른 방식을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지만, 필자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세상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의 세상읽기 방식을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 필자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노암 촘스키가 이야기하는 세상읽기 방식에 젊은 계명인들도 한번쯤은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하고 싶다. 50년을 연구와 강의에 몸담으며 이제 여든을 눈앞에 둔 노장 학자이자, 평생 자신의 소신을 버리지 않고 세상을 향해 직설적인 질문을 던져온 할아버지가 세상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한번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지 않은가. 이 가을, 세상을 향해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향해 여행 떠나고픈 청춘들에게 촘스키의 이야기는 작지만 밝은 손전등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