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올리비에는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독학으로 공부를 마친 후, 프랑스 유수의 언론기관에서 30여 년간 정치,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였다. 정년을 맞아 은퇴한 그는 62살의 나이에 예전부터 꿈꾸던 여행을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그 여행이란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에 이르는 12,000킬로미터의 실크로드를 단 1킬로미터도 빠지지 않고 걷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1999년부터 1099일에 걸쳐 실크로드를 걸었다. 그의 저서 ‘나는 걷는다’는 그 여정을 기록한 책으로, ‘1권, 아나톨리아 횡단’, ‘2권, 머나먼 사마르칸트’, ‘3권, 스텝에 부는 바람’의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환전을 위해 들른 이스탄불의 한 은행에서 그는 ‘아마 운이 많이 따라야 할 겁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저자 스스로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고백하는 이 여정은 이스탄불에서 시작하여 중국을 제외하고는 이슬람 국가들을 지나게 된다. 저자는 화려한 역사에 매혹되어 걷기 시작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고 적고 있다. 언어소통의 한계를 느껴야 했고, 여행자를 환대하는 이슬람 전통을 몰라 큰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여행기간 내내 그는 ‘나는 왜 걷는가?’라고 자신에게 되묻는다. 책은 그 해답을 문장으로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가 행간에 숨겨 놓은 여행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책 속에는 저자가 12,000킬로미터의 고독한 길을 걸으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긴 여행길을 완수하기 위하여 저자가 얼마나 많은 내면의 다짐을 하는 지도 엿볼 수 있다. 삶은 뒤가 아니라 앞에 있고, 반드시 앞으로 걸어서 중국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글 곳곳에서 담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 책에는 여행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사진이 한 장도 실려 있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외부의 풍경이라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시선이 물질화된 것이기 때문에, 글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전달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와 함께 실크로드를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의 유언에서 ‘사람의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또 다시 학기가 시작되어, 앞으로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엄청난 여행기 한편,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