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지구는 둥글다. 지구 둘레 길이는 약 4만km이고, 직경은 약 1만 2,756km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지구 정반대편에 있다. 비행기로 지구 둘레를 돌아가면 약 2만km, 지구를 관통해서 최단거리로 간다고 해도 1만 2,756km나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지구 정반대편에 있는 나라는 우루과이이다.
필자가 라틴아메리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였다. 당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서 자원봉사 운영요원으로 근무했고, 우연치 않게 지구 정반대편 우루과이의 올림픽 선수단과 함께 생활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만난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차이는 있었다. 언어가 달랐고, 라틴아메리카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 나름의 가치관과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친해지려면 먼저 그들의 역사와 사상을 알 필요가 있었다. 그 때의 인연이 필자로 하여금 라틴아메리카 지역학을 전공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후 한참이 지난서 만난 책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사상”이다.
이 책은 1492년 콜럼버스의 탐험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 50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여타 역사서와 다른 점은 인물 중심의 역사서라는 것이다. 아스테카, 마야, 잉카 등 고대문명에서부터 정복자들인 콜럼버스와 코르테스 그리고 독립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와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혁명가 체게바라에 이르기까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중요 인물들의 삶과 사상에 대해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다루는 분야가 많아 저술에 참여한 연구자가 무려 17명에 이른다.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문학 등 각 분야의 우리나라 라틴아메리카 연구자들이 집필에 참여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또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많은 라틴아메리카 사상가들의 지적 고뇌를 유럽 중심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풀어 설명해 주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지역학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라틴 문화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계명대 학생들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