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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의 무한한 존엄성을 찾게 되는

권장할 만한 책이 있으면 추천해달라는 주문에 나는 주저없이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이 쓴 책을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밤과 안개’란 제목으로 출판된 것을 읽었다. 최근에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제목으로 두 번역서(이시형 옮김, 청아출판사, 정순희 옮김, 고요아침)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은 틈틈이 다시 보는 책 가운데 하나인데 그 이유는 인간의 육체적 생명이란 파리 한 마리 목숨 그 이상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그가 소유하고 있는 정신이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생각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2차대전 중 유대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3년간을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보내야 했던 프랭클의 체험을 통해 나는 인간의 도덕적 한계를 본다. 인간이 인간을 살상하기 위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과 지혜를 동원한 기록이다. ‘밤과 안개’란 나치의 대량학살계획을 뜻하는 암호였다. 나치의 치밀한 계획아래 진행된 유대인말살정책은 곧 인간말살정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인간의 잔혹성과 조직적 범죄에 대한 분노를 느꼈지만 몇 번 다시 읽으면서 오히려 인간의 무한한 존엄성을 찾게 되었다. 인간의 범죄성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에 가득 찬 고발과 증언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지닌 숭고함을 노래한 인간승리의 나팔소리로 보게 된 것이다.
인간은 한꺼번에 수 백명의 인간을 단 몇 분 만에 죽일 수 있는 가스실을 발명한 존재인 동시에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가슴을 펴고 가스실로 들어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자신을 만든 ‘신’을 저주하며 죽어 가는 것이 인간이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를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려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인간에 대한 환멸을 말하고 있다기보다는 인간본성의 위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육체적인 고통이 극한상황에까지 이르러서도 인간의 존엄성이 최후까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켜질 수 있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 준 것이었다. “정신적으로, 인간적으로 붕괴해 버린 인간들만이 수용소 세계의 영향에 빠져버렸다”는 프랭클의 말은 그것은 정녕 인간에의 신뢰에 대한 구원이었다. 그 인간성을 유지하고 키워나가는 내적인 힘은 결국 ‘사랑’이었음을 그는 적고 있다.
강제수용소의 생체실험실에서 어떤 사람은 돼지처럼 행동하고 어떤 이는 성자같이 행동한다. 인간은 이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문제는 자기 삶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것을 택하느냐하는 결단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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