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기적이 필요한 시간이 있었다. 견디기 힘든 고통과 신체의 아픔 속에서, 삶 보다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했던 나. 나는 그 누구보다도 기적을 꿈꿨고 원했다. 그러나 신은 나에게 그 기적을 허락하지 않았다. 매 초, 매 분, 매 시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는’ 나에게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하루를 사는 것 자체가 그 누군가에게는 기적이라고, 넌 그 기적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고 알려 준 책이 오늘 우리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故 장영희 교수의 이야기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다. 소아마비라는 장애, 9년간의 암 투병 등 듣는 순간부터 암울해지기 쉬운 소재들을 그녀만의 유머와 위트로 펼쳐낸 순수 에세이 집이다. 그녀의 글은 참 맛깔나다. 에세이집인 만큼 학생들에게 부담이 적을 수도 있겠지만 주제가 너무 많다 보니 작가에게는 힘들 수도 있는 것이 에세이 집이다. 그러나 그녀는 일상, 사람 혹은 사물, 환경, 인생에서 에피소드를 찾아내어 그녀 특유의 일기문체 같은 느낌으로 잘 빚어내었다. 보통 사람이 고통과 절망 가운데 놓이게 되면 주변을 둘러 볼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누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글들로 오히려 누군가를 위로하고, 사람과 사물에 애착을 갖고 모든 곳에서 희망을 찾는다. 나 또한 그녀처럼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작년에 큰 수술을 받은 후, 터널과 같은 긴 어둠의 시간을 지나면서 그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이 겪었던 모든 일들을 다 털어냈던 아니면 속에 꼭꼭 감추고 있던 겉으로 허허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던지며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그녀는 얼마나 혼자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을까. 그런 그녀가 괜찮다고 하니까, 희망을 잃지 말라고 하니까 그녀의 말대로 그녀도 축복 받은 삶이고 나 역시 축복받은 삶이니까 오늘도 행복하단 생각에 웃으며 지내본다. 그녀가 말하는 기적은 가까운 곳에 있으며,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면서 버텨낸 자신이 살아온 나날들이 바로 기적이라고 전한다. 우리 학생들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고 눈부신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면 그 친구는 벌써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