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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갈 길 먼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성공, 증자에 달렸다

케이뱅크는 올해 4월 3일 영업을 개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달 동안 가입자수는 25만명을 넘어섰고, 예·적금 등 수신규모는 3천억원, 대출금액은 2천억원으로 출범 당시 연간 목표치(예·적금 5천억원, 여신4천억원)의 절반 이상을 불과 한 달 만에 돌파했다고 한다. 케이뱅크의 돌풍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케이뱅크가 성취한 수신규모 3천억원은 대략 어느 정도의 규모일까? 산업은행같은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을 다 빼고 시중은행하고만 비교해 보자. 작년말 현재 시중은행의 원화 예수금 합계액은 약 838조원 정도다. 따라서 시중은행 원화 예수금 전체에서 차지하는 케이뱅크 예적금의 비율은 0.036%다. 시중은행중 가장 큰 국민은행의 예수금 규모는 약 220조원이고, 가장 작은 씨티은행의 원화 예수금 규모는 21.5조원이다. 케이뱅크는 이 씨티은행의 1.4% 정도 된다. 따라서 케이뱅크가 일으킨 돌풍은 상당 부분 언론사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당장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지금 이 숫자야 한 달밖에 안된 숫자니까 그렇지,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금방 다른 은행들을 따라잡을 것 아닌가?” 그럴 수도, 안 그럴 수도 있다. 첫 관문은 자본 확충, 소위 증자(增資)다. 문제는 케이뱅크가 이 첫 관문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케이뱅크는 누가 보더라도 KT와 연관이 깊은 은행이다. 형식상으로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는 우리은행 등 금융권 주주지만 아무도 이들이 케이뱅크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4%밖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감독당국에 약속한 KT가 케이뱅크의 지배자라고 생각한다. 거기서 매우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케이뱅크가 은행법을 어겼을 가능성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처음에 은행법상의 은산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할 생각을 했다. 국회 뜻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회에서 탈이 났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이 사업을 접었어야 했다. 그런데 금융위는 끝까지 이를 밀어붙였다. 일단 얼기설기 현행 은행법을 준수하는 모양새를 갖추어 인터넷 전문은행부터 출범시켜 놓고 법개정을 압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규제가 그대로 남아 있는 현행 은행법상 은행으로 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은행은 아무나 맘대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 매우 엄격한 조건을 심사받아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그 중 하나가 자본의 적정성이다. 충분한 자본을 갖추어야 하고, 영업 규모가 증가하면 계속 자본을 늘려 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은행업 인가의 핵심 조건 중 하나다. 그래서 케이뱅크도 21개 주주로 구성된 은행업 인가 신청을 하면서 증자 계획을 냈다. 어떻게 냈을까? 금융위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 답변한 문서에 따르면 “현행 ?은행법? 및 그 하위법규에 따라서 경영지도기준 충족 등을 위하여 모든 주주가 그 지분율에 비례하여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소위 ‘비례형 자본조달’방안)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4월4일자 보도자료 참조) 그럼 그대로 증자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아닌 것 같아서 문제다. 케이뱅크 측에서는 지금 노골적으로 이 인가 신청시의 진술과는 다른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례적 증자는 사실상 어렵고 실제로 증자할 수 있는 곳은 KT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법이 이것을 막고 있으니 법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정말 KT밖에 증자할 수 있는 주주가 없다면 그런 상태에서 거짓으로 비례적 증자 방안을 감독당국에 제출해서 터억 하니 은행업 인가를 받은 것은 괜찮고? 만일 정말 이랬다면 이것은 매우 큰 일이다. 거짓으로 은행업 인가를 받은 은행은 영업의 전부 정지를 당하거나 인가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적인 문제 말고도 문제는 너무도 많다. 우선 비대면 방식의 본인 확인부터 보자. 본인 확인이 쉽다는 것이 과연 장점일까? 세계 각국은 자금세탁 방지 규정을 두고 금융거래의 개설과 송금등 거래에서 자금의 실소유주를 끝까지 파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은행에서 계좌를 신규로 개설할 때 까다로운 것이다. 그런데 주민증 스캔과 사진만으로 본인확인한다고? 과연 이런 본인확인 절차가 자금세탁 방지규정상의 실소유주 확인 의무를 잘 지키는 것일까?

대출이 쉽다는 점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는 대부업체들이 “돈 쉽게 빌려가세요”라고 맘대로 광고하는 것을 규제해 왔다.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자칫 약탈적 대출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어떨까? 상환능력을 꼼꼼하게 심사해서 대출해주는 것일까?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은행은 채권추심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채무자는 돌려막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부실대출이 쌓이면 은행이 보란 듯이 높은 예금금리를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올해 말에는 케이뱅크가 증자를 해야 한다. 이 때 인가받을 때의 약속대로 비례적 증자를 할 것인지, 기를 쓰고 은행법을 바꿔서 KT가 단독 증자를 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케이뱅크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은행법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개정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