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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 ‘삼시세끼’, 먹는다는 것의 관계성

-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다

그가 만든 요리를 한 입 맛보고 싶었다. 아니다. 그냥 그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지난 겨울의 화제작 tvN <삼시세끼-어촌편> 얘기다. 배우 차승원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차줌마’라는 별명으로 통하게 됐다. 드라마에서 여전히 매력적이고 섹시한 주인공을 도맡아하는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삼시 세끼를 척척 차려내는 ‘능숙한 주부’ 같은 모습으로 ‘캐스팅’된 건 사실 뜻밖이었다. 처음에는 ‘제법인데’ 하는 흥미로움이었고, 점점 지나면서는 그의 손동작이며 심지어 말 한마디며 숨소리까지 주시하며 보게 되었다. 완전히 빠져들었다는 말이 맞겠다.

그렇다. 요리는 다만 완성된 음식 ‘한 그릇’이 아니었다. 누군가 먹을 사람이 정해지고 그때부터 온갖 아이디어와 칼질과 손놀림과 마음 씀씀이가 필요해지는 전체 과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그것을 대단히 투박하면서 진실하게 담아냈다. 어떤 요리 프로그램도 담지 못했던 본질이었다. 먹는다는 것에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 느끼고자 하는 것, 결국 ‘집밥’을 눈물겹게 그리워하는 이유들까지 말이다.

그래서 유해진과 손호준이 바다에 나가 잡아온 좀 어설픈 것들을 차승원이 마치 ‘어부의 아내’라도 된 양, ‘집’에 있던 재료들을 가지고 쓱쓱 만들어 딱 알맞은 때에 맞춰 내오자 시청자들은 마치 더운 김나는 밥상이라도 받는 기분이었다. 그런 요리들을 만드는 소소한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누군가를 위해 온갖 지혜와 재주를 총동원하는 걸 구경하는 게, 그게 왜 그리 좋았을까. 손님 초대를 해놓고 식구들끼리 부산을 떠는 듯한 떠들썩함도 좋았고, 있는 재료들을 ‘대충’ 그러나 최대한 그럴듯하게 활용해 뚝딱 한 상 차려내는 솜씨에는 감탄이 나왔다. 있는 걸 활용하고 없는 것은 아쉬워하지 않고 꾸밈없이 차려낸 그 정성이 곧 맛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일상 같은 느낌이었다.

손님이든 식구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허기든 추억이든 미각이든 아무튼 그를 위해 요리를 하는 그야말로 ‘해 먹이는’ 과정의 진지함이 퍽 새삼스러웠다. 제작진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연이든 연출이든 우리는 그 맛에 반했다. 애초 멤버였던 장근석의 하차와 통 편집이라는 식구 셋 중 한 명이 싹둑 잘려나간 최악의 결핍상황을, 마치 그들의 만재도 생활처럼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이겨낸 의연함마저 이 놀라운 인기의 비결이 된 것일까. 레시피와 정해진 절차는 그저 한 ‘방식’일 뿐이다. 삶도 요리도 공식대로 되지만은 않으리니, 부족한 대로 손 가는 대로 한 끼 밥상을 차려봄이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