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버드맨

‘리건’의 자아를 회복하기 위한 과정

해마다 2월 말이면 온 세상 영화인은 물론 영화관객들이 주목하는 빅 이벤트가 미국 할리우드의 돌비극장에서 벌어진다. ‘오스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 87회를 맞은 이 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4관왕을 기록한 영화 ‘버드맨’은 진지함이 가득하지만 밸런타인데이의 달콤한 초콜릿 같은 새까만 블랙 코미디로 버무려 놓은 수작이다.

30년 전 블록버스터 ‘버드맨’의 주연이었지만 속편 출연을 거절한 뒤 추락을 거듭해온 퇴물 배우 ‘리건’은 예순의 나이에 남은 재산을 몽땅 쏟아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뉴욕 연극 무대에 올리려 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던 사고들이 이어지고 그와 그 주변에는 현실과 환상,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이게 된다. 자의식 과잉의 조연 배우 마이크(에드워드 노턴)까지 끼어들며 무대는 난장판이 되고 엎친 데 덮친 걸까? 옛 가상 영화 속 버드맨이 머릿속에서 그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이 작품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은 멕시코 출신으로 첫 장편 영화인 <아모레스 페로스>로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 천재감독이다. 젊은 시절 경험했던 다양한 삶을 통해 만들어낸 다채로운 캐릭터들로 유명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버드맨>에서 탁월하게 발휘한다. 자신이 지녔던 다양한 콤플렉스와 욕망을 작품 속에 창조시켜 실제 브로드웨이에서 벌어지는 연극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완성시켰다.

‘리건’을 연기한 마이클 키튼은 ‘배트맨’ 1호를 연기했던 자신을 염두에 두고 연기를 펼쳤다. 배트맨 2편 이후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자신과 ‘리건’의 비슷한 상황이 이야기의 사실감을 높여주며 열연을 펼쳐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순(耳順)’, ‘귀가 순해진다’는 뜻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주인공이 자아를 회복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스크린에 섬세하게 펼쳐진다. 최근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좋은 작품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영화를 통해 신·구세대 간의 소통을 도모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스크린 앞에서 아카데미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