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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영화 '타인의 삶'

벌써 몇 년 아니 한참 전의 일이다. 오후 수업이 없는 틈을 타 가끔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다. 그날도 그런 날 중의 하나였다. 학교 근처에 있는 영화관을 찾아서 무슨 영화를 볼까하고 고민을 하던 중 예전 유학시절이 생각이 나 독일 영화를 선택했다. 유럽의 영화는 예술적이고 감동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영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영화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 그날도 아마 그런 선입견 속에서 요행을 바라면서.

영화의 제목은 타인의 삶, 원제목 역시 Das Leben der Anderen이다. 영화는 1984년 동독의 한 비밀경찰(영화 속 이름은 비즐러)이 반체제 희곡작가인 드라이만을 도청하면서 타인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느낀 인간적인 후회 즉 철저히 파괴되는 개인의 삶, 타인을 감시하면서 느끼게 되는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와 타인에 대한 배려 등으로 인해 결국 소위 잘나가는 인생에서 추락하는 동독의 한 비밀경찰(스타지), 인간을 묘사하고 있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나 자신이 점점 더 몰입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특히 영화 속의 감시를 받던 드라이만이라는 작가가 통일이 된 후 자신의 반체제적인 행위에 대해 눈을 감아주고 그 대신 자신의 삶이 철저히 밑바닥 인생으로 추락했던 구 동독의 비밀요원에게 자신의 저서를 헌정하는 장면인 마지막 스틸 화면 속의 문구, HGW XX/7 gewidmet, Dankbarkeit(비밀요원 HGW XX/7에게 이 책을 바치며 감사를 전한다.)가 나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려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게 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나는 2시간 이상을 지켰던 내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눈시울을 적셨다. 기쁨, 애정, 사랑 그리고 서글픔의 감정이 교차되면서.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한다. 최근 올레길, 둘레길 등이 화두가 되면서 느린 삶(Slow Life)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를 생각한다. 속전속결, 가시적인 것, 결과적인 것, 계측 가능한 수치로 평가받는 것이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닌가? 그 속에서 정녕 우리가 찾아야 할 나, 우리 그리고 삶의 본질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나와 우리의 삶을 잃어가는 속에서 이 영화를 나 자신, 그리고 오늘 우리학생들에게 소개해야만 하는 이유는 진지하게 우리의 삶과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끔 해주는 하나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영화 ‘타인의 삶’은 ‘우리의 삶’ 을 발견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