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홈쇼핑, 마케팅의 블루오션?!

홈쇼핑 파워, 일반 매장 매출도 동반 성장


한경희 스팀청소기, 루펜리 음식물쓰레기처리기, 한방샴푸 댕기머리. 이들은 모두 중소기업으로 시작하여 홈쇼핑에서 성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1995년 8월 첫 방송을 개시한 국내 홈쇼핑은 중소기업에게 판로를 제공하는 순기능 때문에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로 가장 각광받는 유통망이 됐고 연간 4조원에 이르는 시장규모로 성장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홈쇼핑들의 중소기업 제품 방송 편성비율을 보면 롯데홈쇼핑이 80% 이상을, CJ홈쇼핑이 65~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GS홈쇼핑, 현대홈쇼핑 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홈쇼핑들이 이처럼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다루는 이유는 기존 유통망인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 비해 차별화된 상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됐든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이 됐든.
특히 이미 기존 유통망에 많이 소개돼 있는(대기업 제품 위주로) 가전이나 의류 등의 제품에서 홈쇼핑이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다. 이러다 보니 대기업에 비해 납품단가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런칭하고 있다.

홈쇼핑이 자리를 잡지 못한 초기에는 홈쇼핑 업체가 중소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저가의, 또는 특이한 제품을 발굴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홈쇼핑 시장이 연간 5조 원대 규모로 성장하고, 홈쇼핑을 통해 성장한 중소기업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이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홈쇼핑에 납품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보면 백화점은 입점하기조차 어려울 뿐더러 겨우 입점한다고 하더라도 대기업 제품에 밀려 매장 구석에 배치되기 십상이다. 대형마트도 백화점보다는 상황이 낫기는 하지만 대기업 제품에 밀려 중소기업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최근 자체브랜드(PB) 상품의 강화로 납품 조건이 중소기업에 불리하게 흘러가는 추세다.

중소기업 제품 유통망의 대안으로 인터넷이 뜨고 있기는 하지만 주 소비계층이 젊은층에 국한돼 있고,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아 아직 불리한 점이 있다.

반면, 홈쇼핑은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TV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연결해 주는 일종의 온라인 유통업종으로 매장 관리비, 인건비, 재고 관리비 등의 비용이 절약되고, 2차, 3차 중간 유통업자들의 마진을 최소할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
게다가 소품종 대량 판매를 통해 단기간에 자금 회전력을 높여 준다는 점 또한 중소 협력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시킬 수 있다.

즉 백화점, 대형마트에 입점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인터넷과 홈쇼핑이 대안이고, 그 둘 중에는 홈쇼핑이 인터넷보다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 최근 홈쇼핑사는 중소기업을 직접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은 뛰어나나 품질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위해 품질 인증을 지원해 주어 불량률을 낮춘다던가, 시장조사 역할을 대신한다던가 하는 것이 그러하다. 일단 팔고 보자는 중소기업의 잘못된 마인드를 고치기 위해 법률적 지원, 서비스 교육 등도 벌인다. 최근 잇따른 식품 이물질 사고 이후에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교육도 벌인다.

또 최근에는 홈쇼핑과 중소기업이 개발단계부터 함께 기획해 홈쇼핑에 걸맞은 제품을 만드는 공동 기획 제품도 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최근 선보인 늑대와여우 컴퓨터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홈쇼핑 최초로 인텔코어2쿼드 프로세서를 탑재한 늑대와여우 컴퓨터는 2004년 7월에 PC시장에 진입해 현재 7백개 대리점을 운영 중이며 월 평균 7천대 정도를 판매하고 있는 중견 컴퓨터업체.

늑대와여우 컴퓨터 이진선 팀장은 “홈쇼핑 진출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홈쇼핑 매출 외에 일반 매장 매출도 20% 가량 동반 성장하는 등 홈쇼핑 파워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조업체의 경우 고객이 어떤 상품을 원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홈쇼핑과의 공동 상품기획 작업을 통해 고객의 의견이 대폭 반영된 가격 및 상품구성을 통해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쇼핑업계, 중소기업계 등은 ‘홈쇼핑=무조건 대박’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윤 배분 과정에서 생각보다 중소기업들이 가져가는 몫이 많지 않다. 홈쇼핑에 의류를 납품하는 한 업체의 사장은 얼마 전 2천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막상 자신의 손에 쥔 돈은 1백만 원에 불과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홈쇼핑에게 수수료로 9백만 원을 떼이고 원가 5백만 원과 관리비용 5백만 원을 제하고 나니 달랑 1백만 원만 남은 것.

이처럼 절반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어가는 것은 극단적인 경우라고 하지만, 평균적으로도 홈쇼핑사의 마진은 약 25~30% 수준으로 여타 유통업태 대비 크게 낮지 않다. 때문에 입점을 계획하던 중소기업의 경우 높은 마진 수준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방송제작비, 배송료, 반품료, 케이블TV방송국(SO)에게 제공하는 송출수수료 등 부대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GS, CJ 등 선두권 홈쇼핑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대에 불과하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6~7%인 것과 비교해 높지 않지만, 아무튼 높은 수수료는 중소기업들의 불만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홈쇼핑이 중소기업 제품의 가장 좋은 유통망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조건적인 대박 신화는 없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