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었다. 이는 1995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가 세계인의 독서 증진을 위해 정한 날이다. 4월 23일은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사망한 날인 데서 유래한다. 현재 에스파냐·프랑스·영국·일본 등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연 책을 얼마나 읽을까?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소비지출은 2백12만1백22원이었으며 서적 및 인쇄물에 대한 지출은 1만2백88원으로 2005년 1만5백77원보다 2.8%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참고서와 잡지 등을 사는데 쓰인 돈을 빼고 순수한 책에 든 돈은 7천6백31원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산출한 지난해 우리나라 도서 한 권당 평균 가격은 1만1천5백45원으로, 이 기준에 따른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채 사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2006년 국민 도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23.7%였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수준이다.
지난 23일에는 희망의 책 전달, 사랑의 책 나누기 등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으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책을 읽는 사람이 없는데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를 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행사 자체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제 버릇 남 못준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타개하고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년 12월 제정된 ‘독서문화진흥법’이 지난 5일부터 시행되자 문화관광부는 범국민적인 독서진흥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독서는 국가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누가 시키기 전에 ‘지혜의 샘은 서적 사이로 흐른다’는 독일 격언이 있듯이 지금부터 틈틈이 시간을 내 책을 읽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