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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프란츠 카프카 ‘변신’의 변주

2019년 12월 중국 우한발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우리의 비자발적인 ‘변신’이 시작되었고, 우리의 변신을 주도한 것은 2020년 10월부터 의무적으로 착용하기 시작한 마스크이다. 그리고 2023년 1월 30일부터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에서, 특히 강의실에서 우리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주지하는바 ‘변신(Die Verwandlung)’은 유대인으로 프라하에서 태어난 독일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작품 이름이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에게 가장 중요한 실존적 문제는 ‘외판원’이라는 존재조건이다. 그레고르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실질적인 가장이 되어 5년 동안 매일 새벽 기차를 타고 출근했고 그동안 충전은커녕,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한 적이 없다. 외판원으로 일하면서 수시로 갑질을 당하고 실적조차 부진해 회사 내 입지도 매우 불안정했다.

 

살다보면 누구나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힘든 때가 있다. 최근에 처음으로 넷플릭스(Netflix)에서 ‘더 글로리(The Glory)’를 정주행했다. 고등학교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 제목이 ‘더 글로리’라 생각이 복잡해졌다. 물론 제목은 반어적 장치이다. 학교폭력 피해자 중에 살아남은 문동은(송혜교 분)이 ‘변신’하기 위해 붙들고 있었던 독서카드에 나오는 영어 단어이기도 하다.

 

‘더 글로리’ 시즌 1에서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영광’을 누린 가해자들이 시즌 2에서는 천벌을 받아 ‘오욕’의 시궁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달구어진 고데기로 지져진 살점을 벅벅 긁으면서 ‘오욕’의 시간을 견딘 피해자 동은에게는 화상이, 그 진물이 ‘영광’의 상처가 되면 좋겠다.

 

모든 ‘변신’에는 존재론적 인식과 자각이 전제되고 실존적 결단이 수반된다.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의한 ‘변신’으로 우리는 자연에 대한 오만한 개입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으로 ‘내던져진’ 존재의 실존적 면역력과 저항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은의 ‘변신’으로 ‘영광’과 ‘오욕’이 동전의 양면임을, 인과응보가 세상사의 예외 없는 이치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