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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물가상승 속 사상 첫 빅스텝 단행

지속적 금리인상으로 물가 상승압력 낮추는 게 더 큰 손실 막을 수 있어

 

※ 본고 작성과정에서 한국은행 블로그의 ① ‘국제원자재發 물가상승에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이유(공급發 물가상승의 2차 전이를 막아야)’ ② ‘금리인상 지속을 통해 높은 물가 상승압력을 억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장과 취약부문에 더 도움이 되는 방향’을 인용하였으며 아래의 글은 저자의 개인 의견으로 한국은행의 공식견해와는 무관합니다.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이란

2022년 7월 13일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빅스텝이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5%p(퍼센트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미 연준은 급격한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6월과 7월 2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는데 ‘자이언트스텝’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을 0.25%p 단위로 하는데 이를 ‘베이비스텝’이라고 한다. 베이비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이유는 물가변동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조정은 실물·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빅스텝과 자이언트스텝의 등장배경

그렇다면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등 금리를 빠른 속도로 인상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중앙은행의 기본 설립목적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한국은행법 제1조 제1장에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세계 대부분 중앙은행의 주된 설립목적은 바로 ‘물가안정’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률(본고 전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의미함)이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교 기준점이 되는 물가상승률이 필요한데, 한국은행은 ‘한국은행법’ 제6조 제1항에 의거 정부와 협의하여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대비) 기준 2%이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써 기준금리 조정을 시행하는 것이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은 왜 발생했는가?

최근의 급격한 물가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공급측 요인과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식·여행 수요 확대 등으로 인한 수요측 요인에도 일부 기인한다. 또한 글로벌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 상승압력을 추가로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7월 물가상승률은 6.3%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였고, 2022년 8월 25일 발표된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전망치(4.5% 및 2.9%)를 크게 상회하는 5.2% 및 3.7%로 각각 전망되었다.

 

급격한 물가 상승은 왜 문제인가?

높은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 시계(time-horizon)가 단기화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우선,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에 대한 우려로 소비를 줄인다. 명목임금이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실질임금은 교환할 수 있는 물건 단위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임금이 1만 원인 사람이 1천 원짜리 과자를 사면 과자 10개를 살 수 있지만 과자가격이 급격히 상승하여 2천 원이 되면 과자를 5개밖에 사지 못한다. 즉, 명목임금은 고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과자의 단위로 측정한 실질임금은 감소(과자 10개 → 과자 5개)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물가와 성장 전망의 높은 불확실성 때문에 고용과 투자를 미루게 된다. 높은 물가 상승 지속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 부진은 기업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임금(가계 명목소득)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가?

앞서 언급하였듯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에는 공급 요인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도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은행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데는 이러한 수요압력 완화를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서도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경제주체의 주관적 전망을 나타내는 개념으로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이 관심을 기울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핵심지표 중 하나이다. 다양한 기대인플레이션 지표가 있지만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 뒤 물가상승률의 경우 2022년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2022년 8월에는 전월에 단행된 빅스텝 등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한 4.3%를 기록)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기 시작하면 물가상승을 예측하는 가계가 기업에게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기업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상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게 되어 또 한 번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 임금과 물가 간의 상호작용 강화(wage-price spiral)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예시로 1970년대 미국에서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까지 불안정해졌는데, 이로 인해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와 기업의 가격인상이 상승작용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높은 수준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방법은 물가상승이 잡힐 때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중앙은행의 정책의지 표명 및 정책 실행이다. 단기적으로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인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은 경제주체로부터 높은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억제하게 되어 그러한 의지 표명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낮은 임금인상으로 이어져 악순환의 진입고리를 끊는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이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 기대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킨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기업의 제품가격 및 임금근로자의 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실제 물가상승률을 하락시키게 되는 것이다.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도 2022년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는 베이비스텝(0.25%p)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되 물가상방위험이 커진다면 빅스텝 등을 배제하지는 않겠다고 언급하였고, 미국 연준 파월 의장 역시 향후 미국 통화정책의 방향을 암시하는 잭슨홀 회의에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상(시장에서는 자이언트스텝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움직임이다.

 

금리인상이 지속되면서 성장 둔화, 취약부문의 이자부담 증대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총수요, 즉 소비와 투자 조정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물가에 대응한 금리인상 과정에서 단기적인 성장 손실은 불가피하며, 지금과 같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압력을 빨리 낮추어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전반은 물론 취약부문에 대해서도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어느 정도의 성장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고물가 고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실질소득 감소를 억제하고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도 해소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향후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완화될 때 「소비·투자 증가 → 기업·자영업자·소상공인 매출 증대 → 고용·임금 증대 → 소비·투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8월 26일 미국 연준 파월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급격한 물가상승을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치열한 고민이 맞닿아 있음을 확인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높은 금리, 느린 성장, 그리고 완화된 노동시장 상황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겠지만, 가계와 기업들에게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며, 물가안정 회복의 실패는 훨씬 더 큰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