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잇따른 부상… 연봉 협상 지체로 ‘삐그덕’
이후 구단 안팎으로 ‘할 수 있다’ 긍정의 에너지 넘쳐
전반적 조건 대구에 유리, FA컵 노릴만
프로축구 K리그1이 ⅓을 지나는 시점이다. 대구FC는 현재 리그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 여러 잡음에 흔들리며 하위권을 전전했으나 저력을 발휘하며 순위표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정상궤도에 진입한 만큼 대구의 2021시즌은 기대해봄직하다.
● 출발이 좋지 않았던 대구
대구는 겨우내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2020시즌을 감독대행으로 팀을 잘 이끌었던 이병근 감독에게 정식 지휘봉을 맡기면서 더 높은 곳을 바랐지만 내부 정리가 다 되지 않았다는 변수가 있었다.
특히 주전 자원들의 부상이 뼈아팠다. 득점 자원인 에드가를 중심으로 박기동, 홍정운 등이 빠졌다. 세징야라는 훌륭한 공격수가 있지만 홀로 공격을 이끌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에드가, 박기동이 결장하면서 대구의 화력은 크게 줄었다. 또 수비 중심을 잡아줄 홍정운이 없어 대구 강점인 수비도 흔들렸다.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버티기는 했으나 한계가 명확했다. 부진한 사이 대구의 순위는 바닥을 향했다.
계약 문제도 대구를 흔들었다. K리그는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도 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연봉협상을 한다. 일종의 로컬룰이다. 지난 시즌의 활약을 바탕으로 협상이 이루어지는 데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선수가 원하는 것과 구단이 생각한 게 다른 까닭이다.
대구도 그랬다. 합의점을 찾으면 이적료를 받고 타 구단 이적을 시키면 되지만 그게 안 될 경우에는 계속해서 협상을 벌여야 한다. 정승원이 그랬다. 대구에는 김대원, 정승원 등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있다. 김대원은 대구와의 동행 연장이 아닌 강원FC 이적을 택했다. 그러나 정승원은 그렇지 못했다. 대구가 제시한 비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시즌이 개막할 때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선수 등록이 안 돼 출전하지 못했다. 정승원과 대구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연봉조정위원회까지 갔다. 주전 자원들의 부상으로 전력이 온전치 않았던 대구는 또 다른 핵심 멤버인 정승원까지 빠지자 맥없이 무너졌다.
● 승리의 신은 대구를 버리지 않았다
다행히 부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승원과 대구가 극적인 합의점을 찾았다. 정승원이 그라운드로 돌아올 때 마침 에드가 등 주전 선수들도 부상에서 복귀했다. 비로소 대구는 온전한 전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7일 FC서울 원정으로 치른 ‘2021 하나원큐 K리그1’ 10라운드부터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했다.
돌아온 에드가가 복귀골을 신고했다. 초반 기세가 좋았던 서울 원정에서 대구 특유의 탄탄한 수비력과 빠른 역습 공격 흐름을 되찾았다. 그렇게 시즌 포문을 연 에드가는 3월 21일 수원삼성(1-0 승), 3월 24일 광주FC(1-0 승)전까지 대구의 3연승에 전부 결승골을 넣었다. 정승원, 홍정운 등도 완전한 기량을 되찾으며 팀 상승세에 이바지했다.
승리의 신 가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전급 자원들뿐 아니라 신예의 맹활약도 대구에 선물했다. ‘대구 성골 유스’ 이진용의 상승세가 무섭다. 대구 산하 신흥초, 율원중, 현풍고를 거친 이진용은 유스팀을 모두 거쳐 프로 무대를 밟은 대구 최초의 선수다. 프로 데뷔 첫해였던 2020시즌에는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츠바사, 이용래 등과 함께 대구 중원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대구의 화력을 더해줄 외국인 선수도 존재감을 뽐내기 위해 농익고 있다. 대구는 에드가, 세징야, 츠바사 외에 또 한 명의 외국인 선수로 세르지뉴를 택했다. 신장이 크지 않지만 전방에서 공을 운반하는 세징야의 부담을 덜어줄 적임자로 대구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적지 않은 출전 시간에도 아직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진 못했다. 다행히 에드가, 세징야 등 같은 브라질 동료들이 팀 적응을 돕고 있어 머지않아 터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세르지뉴까지 제 몫을 해준다면 대구의 2021시즌은 소위 ‘해볼 만’해진다.
'신예' 이진용 상승세 뚜렷
대구 중원 탄탄히 다져
● 진짜는 이제부터
2021시즌은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 안팎으로 반응이 좋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구단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가 돌고 있다. 대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정승원 사태와 부진이 맞물렸던 시기에는 ‘이번 시즌은 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다행히 최근 연승을 하면서 온도가 많이 바뀌었다. 선수들, 코치진, 사무국까지 선수단 전부가 하나로 뭉쳤다. 잔부상으로 빠졌던 선수들도 곧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좋은 흐름에 맞춰 본격적인 일정들이 대구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는 지난 23일 새 유니폼을 공개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착용할 유니폼이다. 대구는 이번 시즌 K리그, ACL 일정도 소화한다. 지난 시즌 리그를 5위로 마쳤지만 이번 시즌 ACL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K리그는 총 4개 구단이 ACL에 나설 수 있다. 리그 3위 이내 팀들과 FA컵 우승팀이 출전한다. 지난 시즌은 전북현대가 FA컵 우승을 하면서 4위 팀까지 나설 수 있게 됐다. 그런데 4위 팀이 상주상무(현 김천상무)였다. AFC 규정상 군·경팀은 대륙 간 클럽대항전 참가가 불가능하다. 자연스레 순번은 5위 대구까지 왔다.
원래대로라면 ACL 조별리그 일정은 2월에 치렀어야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나 일정을 연기했다. 애초 4∼5월이었다가 6∼7월로 연기됐다. 시즌 초반 어수선했던 대구로서는 나쁘지 않은 일정 변경이다. ACL 일정 전까지 팀 컨디션을 확실하게 회복한다면 2019시즌에 경험했던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다시 맛보지 않을 수 있다. 대구는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다면 본선에 진출해 I조에 속할 예정이다. I조에는 베이징궈안(중국),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 유니이티드 시티 FC(필리핀) 등이 배치돼 있다. 강호, 복병들과 한 조에 배정되지만 주전 자원들이 온전한 컨디션으로 출전한다면 대구의 자이언트 킬링은 마냥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실제 대구는 2019시즌 ACL 출전 당시 중국 강호 광저우 헝다를 안방에서 잡은 경험(3-1 승)이 있다.
FA컵도 대구를 기다리고 있다. 5월 26일 김해시청축구단을 홈 경기장인 DGB대구은행파크로 초대해 ‘2021 하나은행 FA컵’ 4라운드를 치른다. 대구에 좋은 기억이 있는 대회다. 대구는 지난 2018시즌 FA컵 결승전에서 울산현대를 꺾고 창단 첫 FA컵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우승팀 자격으로 그때 ACL도 처음 경험했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데다 상대도 K3리그(세미프로) 소속인 김해시청이어서 다음 라운드로 향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