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주식투자가 대세가 된 시대
탐욕에 눈멀어 빚에 허덕이는 일 경계해야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30조 9천899억 원, 58조 5천543억 원, 58조4천236억 원. 최근 몇 달 사이 천문학적인 돈이 일반 공모주 청약에 몰렸다.
주식 광풍의 시대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내는 것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모아) ‘주린이’(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어린이)의 모습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작은 지난 3월이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덮치자,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이 멈출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 속에 코스피는 1400선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1997년 외한 위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등 두 차례의 위기 상황을 보며 경제는 다시 반등한다는 것을 학습했다. 경기가 안 좋으면 미래를 대비해 현금을 쓰지 않고 모아놓는 것과 반대로 주식을 사 모았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급하게 팔아 값이 떨어진 국내 주식을 수집했다.
코스피는 마침내 바닥을 찍고 상승했다. 저금리로 투자할 곳을 잃은 돈이 주식으로 몰리면서 개미들의 전망은 맞아 떨어졌다. 이들은 태평양 건너 미국 주식에도 눈을 돌렸다. 몇 해 전부터 테슬라·아마존·애플·스타벅스 등의 기업에 대한 관심은 이미 커졌는데, 이 주식 값도 똑같이 떨어진 것이다. 올 상반기 국내투자자의 외화증권 결제금액은 1천424억 4천만 달러(약 171조 4천억 원)에 이른다.
열풍의 한가운데 20대도 있었다.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7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증가율은 20대가 가장 높았다. ‘빚투’다. 20대는 지난해 말 1천 624억 원을 빌렸는데, 현재 3천798억 원(올 8월말 기준)까지 늘었다. 증가율(133.8%)은 30대(71.6%)나 40대(70.5%) 보다 높다. 증권 계좌는 올해 1천69만 개가 늘었는데, 20대가 만든 계좌가 246만 개에 이른다. 이미 대학 내 투자동아리에 대한 인기는 과거보다 훨씬 높다.
다만 주식 시장 활황 뒤에는 기성 세대의 탐욕도 숨겨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함께 불붙은 모바일 신용대출 경쟁은 이전에 돈을 빌려주지 않았던 이들에게까지 거액의 대출을 실행한다. 대출이 늘면 금융사 이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이미 주식거래수수료 등으로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 책임’이라고 발을 뺄 것이다. 또 쏟아지는 투자 권유와 주가 상승은 이미 주식을 가진 이들의 부를 높이는데 기여한다.
젊었을 때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한다. 나중에 만회할 시간이 있으니 세상의 모든 기회에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빚투는 다르다. 마약 같은 빚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