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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신문

[독자마당] 아버지가 작아졌다

아버지가 작아지신 것 같다고 느낀 어느 날의 일기다.

 

연고도 없는 대구에 와 정신없이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중, 오랜만에 본가에 들르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자 일찍 퇴근하신 아버지께서 나를 맞아주셨다. 맞아주셨다고 적긴 했으나, 사실은 TV를 보시다가 ‘왔나.’ 하는 무심한 투의 말이 전부였다. 그 반응에 익숙하게 '응. 나 왔어.' 대답하던 찰나에, 아주 우연하게도 20년 넘게 의식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꼈다. 허리와 다리의 건강이 좋지 않아 앉아있는 게 힘든 아버지께서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앉아계셨다는 사실과 방으로 들어가는 내 등에 고정돼 있던 시선을. 그제야 알았다. 그것은 내가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온전한 애정이었다.

 

아버지는 매우 엄하시다. 인생에서 단연 변하지 않을 진리처럼 여기던 문장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산처럼 거대하고 가장 무서웠던 아버지는 겨울잠에 든 곰처럼 무던해지시고, 정오의 그림자처럼 작아지셨단 느낌이 들었다. 노쇠해져 다 빠져버린 치아의 자리에 틀니가 끼워지고, 까맣던 머리엔 하얗게 새치가 가득 들어차서 그랬을까.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연로해진 외관이었지, 아버지가 변한 게 아니었다. 당신은 내가 의식하지 못했지 여전히 엄하셨고, 처음 의식한 시선도 항상 나를 향하고 있었다. 변한 건 아버지가 아니라 나였다. 손톱처럼 시나브로 자라버렸기에 이젠 호통치던 목소리가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말씀이 없으신 지금도 입술을 열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눈빛에 서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온전한 마음을 깨달은 덕분에 지금은 아버지가 그렇게 무섭지 않다. 그럼에도 그 위엄은 여전하기에 당신께선 여전히 산처럼 크고 우뚝한 존재로 남아있다. 나를 키워주신 어떤 날들에 던지셨던 줄이 억압이 아니라 보호라는 울타리였음을 이해하게 됐다.

 

누군가 아버지를 떠올려 보라 하면 이제는 엄했던 모습이 아닌, 풀피리를 불어주시고, 함께 고기를 잡고, 막내인 나를 위해 그 좋아하던 술도 끊으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렸던 나는 이해를 먹고 자라나 아버지라는 산 안에서도 헤매지 않고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새가 되었다.





[사설] 지방대학 고사 막기 위한 정치권의 정책적 용단 필요 유난히도 올여름은 무더웠고 비도 많이 내렸다. 어느 한순간,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아름다운 계절이 되었다. 하늘 푸르고 높은 이 시간에 대학은 푸르고 높은 하늘만을 ‘멍’ 때리며 바라 볼 수 없다. 수시 입시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수시가 시작되면 전국의 대학들은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2024학년도 수시 입시의 지원 결과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입시경쟁률은 상승했고, 지방대학들의 경우는 하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예상했던 당연한 결과이지만 대부분의 신입생을 수시라는 입시제도를 통해 뽑고 있는 지방대학들에는 치명적이다. 지방대학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지방대학의 고사는 지방 인구의 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절대적인 위기의식을 불러오고, 향후 커다란 국가 전체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방안을 허겁지겁 제시하고 있지만 이미 임계점을 넘은 우리 국민의 지방 탈출, 즉 ‘지방 엑소더스’의 거대한 파고를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왜 서울을 선호하는가? 이다. 서울이 경제, 문화 및 교육의 중심지라는 생각과 출세가 가능한 곳이라는 현실과 믿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