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9.8℃
  • 구름많음강릉 16.7℃
  • 구름조금서울 12.5℃
  • 구름많음대전 13.3℃
  • 구름조금대구 15.3℃
  • 구름조금울산 15.5℃
  • 구름조금광주 14.2℃
  • 구름조금부산 15.0℃
  • 구름조금고창 11.2℃
  • 맑음제주 15.7℃
  • 맑음강화 8.6℃
  • 맑음보은 11.8℃
  • 구름조금금산 11.0℃
  • 맑음강진군 11.1℃
  • 구름조금경주시 12.6℃
  • 구름많음거제 12.6℃
기상청 제공

계명대신문

[독자마당] 아버지가 작아졌다

아버지가 작아지신 것 같다고 느낀 어느 날의 일기다.

 

연고도 없는 대구에 와 정신없이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던 중, 오랜만에 본가에 들르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자 일찍 퇴근하신 아버지께서 나를 맞아주셨다. 맞아주셨다고 적긴 했으나, 사실은 TV를 보시다가 ‘왔나.’ 하는 무심한 투의 말이 전부였다. 그 반응에 익숙하게 '응. 나 왔어.' 대답하던 찰나에, 아주 우연하게도 20년 넘게 의식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꼈다. 허리와 다리의 건강이 좋지 않아 앉아있는 게 힘든 아버지께서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앉아계셨다는 사실과 방으로 들어가는 내 등에 고정돼 있던 시선을. 그제야 알았다. 그것은 내가 알지 못했던 부모님의 온전한 애정이었다.

 

아버지는 매우 엄하시다. 인생에서 단연 변하지 않을 진리처럼 여기던 문장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산처럼 거대하고 가장 무서웠던 아버지는 겨울잠에 든 곰처럼 무던해지시고, 정오의 그림자처럼 작아지셨단 느낌이 들었다. 노쇠해져 다 빠져버린 치아의 자리에 틀니가 끼워지고, 까맣던 머리엔 하얗게 새치가 가득 들어차서 그랬을까.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의 연로해진 외관이었지, 아버지가 변한 게 아니었다. 당신은 내가 의식하지 못했지 여전히 엄하셨고, 처음 의식한 시선도 항상 나를 향하고 있었다. 변한 건 아버지가 아니라 나였다. 손톱처럼 시나브로 자라버렸기에 이젠 호통치던 목소리가 걱정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말씀이 없으신 지금도 입술을 열까 말까 하는 망설임이 눈빛에 서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온전한 마음을 깨달은 덕분에 지금은 아버지가 그렇게 무섭지 않다. 그럼에도 그 위엄은 여전하기에 당신께선 여전히 산처럼 크고 우뚝한 존재로 남아있다. 나를 키워주신 어떤 날들에 던지셨던 줄이 억압이 아니라 보호라는 울타리였음을 이해하게 됐다.

 

누군가 아버지를 떠올려 보라 하면 이제는 엄했던 모습이 아닌, 풀피리를 불어주시고, 함께 고기를 잡고, 막내인 나를 위해 그 좋아하던 술도 끊으신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렸던 나는 이해를 먹고 자라나 아버지라는 산 안에서도 헤매지 않고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새가 되었다.





[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계명대신문사로부터 이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대학 방송국 활동을 하던 시절이 떠올라 잠깐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대학생에게 권하는 한 권을 고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분과 같은 대학생일 때 제가 제일 좋아했던 소설은 틀림없이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어느새 나는 프랑스 벨빌 거리 어느 골목,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7층 계단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살찌고 병이 든 로자 아줌마에게는 힘이 부치는 계단입니다. 모모는 그녀가 자기를 돌봐주는 대신 누군가가 돈을 지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습니다. 로자 아줌마는 그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돌봐주는 줄 알았기에 밤새도록 울고 또 울었습니다. 빅토르 위고를 좋아하는 하멜 할아버지는 길에서 양탄자를 팝니다.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그렇다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입니다. 유태인 수용소에서 살아나온 로자 아줌마는 모든 위조 서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대 째 순수 독일인이라는 증명서도 있습니다. 로자 아줌마는 한밤중에 겁에 질려 지하실로 숨어 들어가기도 합니다. 로자 아줌마의 병이 깊어갈수록 모모는 밤이 무서웠고, 아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