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 VR) 분야가 컴퓨터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화두되고 있다. 가상현실은 가상과 현실이라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진 요소를 합한 개념으로, 점점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준재(게임모바일공학) 교수는 “가상현실이란 가상적으로 환경을 만들어놓아 사용자가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해 가상인데도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가상현실은 현대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가상현실이 왜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승우(LG경제연구원·사업전략부문) 연구원은 “가상현실이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그간 기술 발전의 한계로 널리 상용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이 발전하고 특히 오큘러스 같은 새로운 기업들이 소개되면서 가상현실이 이슈로 부각되었습니다. 특히 여러 기업들이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을 찾아 나서게 된 것도 가상현실이 주목받은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가상현실이라는 분야에서 구체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초반 미국 MIT대학에서 진행한 소형 디스플레이를 이용하여 양쪽 눈에 영상을 투영하는 위치 감각기를 이용한 최초의 머리 부착형 화면 표시 장치에 대한 연구이다. 이후로도 많은 연구가 계속됐지만,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후속적인 연구가 진행되는데 난항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후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하고, 다양한 기술 및 시스템이 개발되며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문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승우 연구원은 “현재까지 가상현실이 쓰이는 주요 콘텐츠로는 게임이나 영화일 것입니다. 아직 실감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러 기업들의 연구 개발로 콘텐츠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가상현실의 응용분야는 디자인, 교육, 의학, 여가 및 스포츠, 과학 및 군사, 전시, SNS, 기업 업무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가상현실에서 실제 수술 환경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연습할 수 있다. 또한 가상현실에서 등반을 해 실제로 등반을 가지 않고도 산에 있는 느낌을 받게 할 수 있고, 멀리 있는 사람들이 가상으로 모여 다 같이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가상현실의 응용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 가상현실이 우리의 문화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몇 가지 예시를 들어 가상현실에 대해 더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ㄱ군은 게임기를 켜고 헤드셋(혹은 게임 장치)을 끼운 후 게임을 실행했다. ㄱ군은 게임에 접속하고 싱그러운 바람, 바다 냄새, 따스한 햇살과 함께 해변을 거닐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동물을 피했으나, 옆에 있던 모래바닥으로 넘어졌다. ㄱ군은 손바닥으로 모래의 촉감을 느꼈다. 이것은 비단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게임과 가상현실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최근 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이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게임 산업 기술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스포츠를 즐기는 데에도 가상현실이 적용될 수 있다. ㄴ양은 작년에 열린 ‘2014 대한민국 과학창의축전’ 행사에서 관람객에게 입체 영상을 보여주는 가상현실 기기를 머리에 쓰고 스노보드를 타는 체험을 했다. 또한 ㄴ양은 케레보(CEREVO)가 개발한 ‘엑스온’이라는 스노보드를 탔다. ㄴ양의 스마트폰에는 실시간으로 스노보드를 탈 때 어떤 자세인지, 무게 중심은 어디로 쏠리는지 측정한 데이터가 전송되었다. ㄴ양은 이러한 데이터를 스노보드 강습과 자세 교정에 활용했다. ㄴ양은 스포츠를 가상현실을 통해 체험했다. 이처럼 이제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보내는 스포츠를 가상현실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상현실의 등장은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창출하고, 이에 따라 관련 기업(소재, 부품, 완제품, 소프트웨어) 및 IT 시장의 성장을 이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가상현실 기술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구토나 어지러움, 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고,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구시는 오는 9월부터 관광지 선택 기회 제공 및 현실감 있는 홍보를 위해 대구의 관광명소를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 관광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체험 장비인 머리에 착용하는 안경 스타일의 헤드기어를 착용했을 때 3D영상으로 대구의 관광지를 볼 수 있다.
가상현실에 대한 문화적 측면의 전망으로 전승우 연구원은 “아직 사람들은 가상현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두 번 호기심으로 즐길 수는 있지만 과연 이것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 전반적으로 가상현실이 확산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3D TV도 영화 아바타를 기점으로 확산되었지만 결국 시들해진 것도 3D TV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점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반드시 가상현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인기 있는 문화 콘텐츠가 등장한다면 가상현실의 보급이 조금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당장은 사람들이 가상현실 기반의 문화를 즐기기에는 기술적이나 대중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앞으로 가상현실이 더욱 확대·적용된 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전승우 연구원은 “여러 문화 영역에서 생생한 입체감을 가진 영상물이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감형 게임이나 영화의 확산, 체험형 학습의 일상화, 그리고 가상현실을 이용한 비주얼 아트 등 새로운 예술 작품이 활발히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령 가수들이 현장에 없어도 마치 현장에서 공연하는 듯 가상현실 콘서트를 즐기는 것도 미래의 모습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가상현실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 형태의 경험이 가능하므로 가상현실의 범위와 활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