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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까?

노동력 공급의 분산과 나라 간 수요의 균형을 잡는 것이 미래 일자리의 주요 과제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뒤이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흔히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과반 이상이 컴퓨터에 의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IT시스템은 이미 생산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로봇의 활용은 생산, 물류, 사무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러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첨단 기계의 등장으로 셀프주유소, 무인계산기 등 가까운 곳에서부터 건설업 분야의 자율주행 덤프트럭, 무인불도저 같은 무인화 기기들이 상용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남에 따라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게 될까?


우선, 정말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논의 해보자. 우리가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18세기 말에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는 1차 산업혁명뿐이다. 산업혁명은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던 사회를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회로 만들었다. 1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2차와 3차,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었는지는 모호하다. 그러므로 4차라는 단어에 집착하거나, 기술의 변화가 혁명적이었는가 아니었는가와 같은 사변적 논의를 중단하고, 현재 논의되는 4차 산업혁명이 어떤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그것이 현실에서 함의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와 무관하게 기술의 변화란 항상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술의 변화와 사회적 수용에 주목하자는 것인데, 이는 매우 생산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자리이다. 4차 산업혁명론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일자리 충격은 필연적이다. 어떤 이는 현행 일자리의 52%가 4차 산업혁명의 영향권에 있다고 하고, 다른 이는 1,800만 명의 고용이 위험하다고 말하며 특히 고도로 숙련된 일자리는 더 위험하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대규모 고용대란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정말 그러한가? 4차 산업혁명이란 기술혁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기술혁신이 일자리 감소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듣기엔 그럴 듯하지만 이론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역사적 경험에 따르면 더욱 그러하다.


기술혁신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현존하는 일자리를 감소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존하지 않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어느 경향이 더 우세한가를 선험적으로 알 수 없다. 오직 사후적인 분석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데, 지금까지 역사적 경험을 보면 일자리가 줄어든 것보다 늘어난 쪽이 더 많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얘기가 반복적으로 나왔지만 실제 역사는 이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했지만,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공장자동화를 구축하여 오랜 기간 4차 산업혁명의 실험장으로 기능해 왔다. 이 실험장이 보여준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자동화가 오히려 일자리를 증가시키고 있다.


그럼 왜 상식과 반대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가? 자동화 자체는 일자리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자동화가 원가감소를 야기하여 매출을 증대시키면 오히려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의는 기술발전의 한쪽 측면만 고려한 지나치게 단순한 주장일 뿐이다.


그렇다면 기술발전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술발전 자체가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은 기존에 존재하던 제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정되기 때문에 기술발전 자체가 인간의 삶에 아무런 매개 없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역사적 경험을 보면 기술발전이 해당 사회에 수용되는 역사적 패턴이 존재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술발전은 숙련노동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 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한 중간숙련 노동은 결국 기계와 컴퓨터로 대체되었는데, 기술변화에 적응한 숙련노동자들은 이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실질임금 역시 상승했다.


이 말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무관하게 기술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기술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과 개인이 어떤 부문에 소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가를 조기에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특정 직업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함양을 조기에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는 결코 바람직한 제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더라도 이를 이해하고 습득하여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 간 인재확보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도 인구통계학적 요인의 차이에 의한 인재확보 전쟁에 직면한다. 선진국은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노동시장에 진입한 젊은이의 감소, 고급교육을 받는 인력에 대한 수요 증가, 엄청난 인재격차 등이 원인이 되는 반면,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은 고등학교 및 대학졸업자 수 증가, 경제성장, 농업에서 제조업 및 서비스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 등이 원인이 된다. 특히 인구가 감소하는 선진국은 인재부족을 가장 절실히 느끼게 된다. 2011년부터 2030년까지 일본은 16.8%, 러시아는 13.5%, 독일은 11.9%, 한국은 9.5%, 이탈리아는 8.2%, 네덜란드는 6%의 노동인구가 줄어든다. 동시에 터키, 미국, 영국처럼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에서도 공석인 일자리를 채우는 어려움에 이미 직면했다. 고르지 않는 노동력 공급의 분산과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간 수요의 균형을 잡는 것이 미래 일자리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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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왜 읽고 생각하고 쓰고 토론해야 하는가? 읽는다는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지식의 습득은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지식 기반 사회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 정보를 수집해 핵심 가치를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창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읽기다. 각 대학들이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같은 인문·예술적 소양이 없으면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고전과 명저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교과 과정으로 끌어들여 왔다. 고전과 명저란 역사와 세월을 통해 걸러진 책들이며, 그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를 저자의 세계관으로 풀어낸,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발하는 정신의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과 명저라 할 수 있다. 각 기업들도 신입사원을 뽑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에세이와 작품집을 제출하는 등의 특별 전형을 통해 면접만으로 인재를 선발하거나, 인문학책을 토대로 지원자들 간의 토론 또는 면접관과의 토론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등 어느 때보다 인문과 예술적 소양을 중시하고 있다. 심지어 인문학과 예술을 모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