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코너에 몰려 불면증으로 또 밤을 새버린 어느 날에나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담아두고만 살았지 구체적으로 떠올려본 적은 없다는 것. 무엇이, 어떤 것이 나인가. 나는 이제껏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하강의 이미지로서의 고민이었다.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 내가 세상을 싫어하는 이유... 아래로 심연으로 구렁텅이로 파고들어가는 날들의 연속. 나는 ‘더 높은 곳의 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짧은 여행 중 만났던 새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히 날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는 새.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가 봤을 땐 제자리에 머물며 어떤 것도 해내지 못하는 존재. 여행 중 마주했던 그 새는 또 다른 나였다. 생(生)을 표현할 다른 단어를 찾다보면, 나는 언제나 정오(正午)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태양이 머리 위에서 작렬하고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며 내가 나 자신이 되는 때. 정오를 마주하며 그 새는 나에게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 새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날개 달린 새’로서의 삶을 살고 있을 뿐. 날고 있다는
야 진짜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어? 너 옛날에 엄마가 하고 싶은 일 못하게 해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잖아. 그래서 지금은 하고 싶은 일 찾았고? 난 네가 무슨 일하면서 사는지 제일 궁금하다. 결국 꿈 포기 당하고 성적 맞춰서 대학 갔잖아. 근데 과도 적성에 안 맞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잘 하는 것도 없다면서 고민을 그렇게 많이 하더니. 네가 나한테 해준 말 중에 그 말이 제일 슬펐는데.‘사실 나도 알고 있어. 엄마 때문이라고 핑계 댔지만, 사실 꿈을 포기한 건 바로 나야. 그거 하나 인정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 내가 꿈을 포기한 걸 인정하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미련하고 한심한 사람이 되는 거니까. 근데 꿈이란 건 쳐다만 본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 계속 멈춰있고 싶지 않았어. 근데 웃긴 건, 그 망할 꿈을 포기했는데도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거야. 결국 나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어.’라는 말.나는 요즘 저 말을 많이 생각해. 그냥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것 같았어. 잘하는 일이 ‘뿅’하고 나타날 것만 같았고. 어느 것이든 잘 될 거라고 생각만 했어. 나는 나이를 먹는 게 너무 무섭다. 고등학생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세종 25년, 임금이 친히 언문(諺文) 28자를 지었는데...(중략) 이것을 훈민정음이라고 일렀다.” 이는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 102권』에 수록된 문장으로, 세종대왕이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독자적으로 훈민정음을 반포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에 대한 업적을 높이 사며 후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그를 역대 왕들 중에서도 특히 존경하여 아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정설을 벗어난 내용의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하며 논란이 일었다. 다름 아닌 영화의 역사왜곡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나랏말싸미>에서는 한글창제의 주역으로 세종대왕이 아닌 승려 ‘신미’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 캐릭터는 한글창제 과정이 사료에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을 활용해서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허구의 인물이다.사실상 다른 역사영화에서도 허구의 인물은 빈번하게 등장한다. 역사 자체가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것이고 한정된 사료와 기록으로 인해 어느 정도 상상의 영역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실제가 아닌 창작물이라고는 하나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하는 등으로 인해 관객들이 실제 역사를 인지하는
계명대출판부 신간 버클리의 관념론과 헤겔의 경험론 문성화, 2019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들은 생존 당시에 과거를 탐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과거를 연구하는 까닭은 현재에 발을 딛고 있지만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정관념과 선입견,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버클리의 경험론’과 ‘헤겔의 관념론’은 바로 이와 같은 고정관념이자 선입견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서 흔히 알고 있는 버클리의 경험론과 헤겔의 관념론이 어떻게 해서 ‘버클리의 관념론과 헤겔의 경험론’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를 알리고자 한다. ● 문의: 출판부 580-6233 동산도서관 신착 도서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 스콧 더글러스, 2019 전신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운동이다. 최근에는 공원이나 도심 속에서 함께 달리는 ‘러닝크루’ 문화도 생겨났다. 이처럼 신체능력 향상과 사람 간의 교류에 도움 되는데 이 책 역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달리고 교류하며 불안과 우울, 공황장애 등을 해결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기분부전장애를 오랫동안 겪어온 저자는 달리기야말로 손
제11회 공유저작물 창작공모전 응모분야: 기획/아이디어, 디자인, UCC/영상, 예체능 접수기간: 2019.5.22.~2019.6.12. 2019 인권공모전 응모분야: 기획/아이디어, 디자인, 예체능 접수기간: 2019.6.1.~2019.6.30. 독립기념관 혁신 아이디어 공모전 응모분야: 기획/아이디어 접수기간: 2019.5.13.~2019.7.15. 2019 에너지 콘텐츠 공모전 응모분야: 디자인, 광고/마케팅, UCC/영상, 예체능 접수기간: 2019.5.13.~2019.7.31. 제14회 자생 동식물 세밀화 공모전 응모분야: 디자인, 예체능 접수기간: 2019.8.19.~2019.8.27. 공모전 순위 제공: 씽굿(http://www.thinkcontest.com)
이렇게까지 좋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게 된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았다는 반가움이 무엇보다 앞선다. 지금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원하는지 막연했던 것을, 극장에서 영화를 마주하고 나니 비로소 또렷해진 느낌이랄까. 연기한 배우들조차 전체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궁금하던 차에 시사회 직후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인터뷰가 빈 말이 아닌 듯하다. 올해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사 100년의 ‘성취’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야기다. 디테일에 철저하다는 봉 감독의 장기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다만 “스스로 장르가 되고, 진화했다”는 공개적인 찬탄을 들었을 만큼 디테일에도 질적 변화가 일어났다. 단지 모든 장면에 완벽을 기한다는 게 아닌, 일정한 간격과 호흡으로 가상의 한 세계를 온전히 구현해냈다는 쪽에 가깝다. 약간의 허술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꼼꼼함을 뛰어넘었다. 상상으로 그릴 수 있는 감당 가능한 선에서의 가장 커다란 ‘집’을 지었다. 대한민국의 한 부분을 떠냈는데, 세계 곳곳에서 온 영화인들이 모두 자기 나라 이야기라고 공감하며 세계 192개국에서 필름을 사갔다. 이 ‘집’이
윤택한 삶은 한 잔의 차로도 충분하다. 차의 다양한 효능은 인간의 마음과 몸을 맑고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시작한 차와 다도는 인류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나는 2005년경부터 차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 차를 연구하고 있다. 차 연구 중에서 현장 답사는 무척 즐거운 여행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부 지역에서 차밭을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감동시킨 곳은 경남 사천시 곤양면에 위치한 다솔사 적멸보궁 뒤편의 차밭이다. 내가 다솔사 차밭에서 감동한 것은 이곳이 우리나라 남부 독립운동의 본거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솔사 차밭은 우리나라 차의 역사만이 아니라 독립운동사에서도 아주 중요한 곳이다. 현재 나에게 차는 숙명이다. 차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솔사의 차는 우리나라를 지킨 성지라서 더욱 나에게 애틋하다. 그래서 차인이라면 반드시 다솔사의 차밭을 찾아야 한다. 차밭에는 그늘을 만드는 삼나무가 살고 있다. 나는 어느 해 봄날, 해가 질 무렵 이곳 차밭에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만해 한용운과 효당 최범술을 떠올리면서 가슴 벅찬 시간을 보냈다. 삼나무에 기대어 앞을 바라보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산자락이
혹시 자신이 한 달에 생활비로 사용하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가? 지난해 한 취업사이트가 대학생 2천7백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대학생들의 월평균 생활비는 51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자취나 하숙과 같이 본가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자취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평균보다 21만 원이나 높은 65만5000원을 다달이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보면 근래엔 어느 수준일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쉬워 70여만 원일뿐, 벌이가 시원치 않은 대학생들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부모님께서 보내주시는 용돈은 받을 때마다 송구할 따름인 데다, 짬짬이 틈을 내어서 하는 아르바이트로는 최소한의 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말 그대로 숨만 쉬어도 새어나가는 생활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 고민이 되는 것도 소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꼭 필요한 것만 쓰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돈은 항상 모자란다는 자취생이라면 가장 먼저 가계부 작성을 권한다. 일일이 손으로 기록하는 게 귀찮다면 문자로 날아오는 카드 결제 내역을 자동으로 입력하는 가계부 앱을 사용
좋아하는 한자어(漢字語) 써오기는 제가 교양 한자·한문 강의에서 꼭 한 차례 부여하는 과제입니다. 한자로 이루어진 두 글자 이상의 어휘, 그리고 그 낱말을 고른 까닭 한두 문장을 원고지에 써오면 됩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한자어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지만 반드시 중복되는 낱말들이 있습니다. 그 단어를 고른 학생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요. 그 가운데 곧잘 1위에 오르는 것이 ‘청춘(靑春)’입니다. 청춘을 글자 그대로 풀면 푸른 봄날. 학생 여러분들 스스로도 지금 이 시절을 푸른 봄날로 여기기에 이 낱말을 골랐겠지요. 그렇지만 봄이 푸르기만 할까요? 하늘은 푸르지만 그 아래 벚꽃도 피어나고 신록도 돋아나니 홍춘(紅春)이나 녹춘(綠春)은 안 될까요? 실은 청춘이 청춘인 까닭은 오행설(五行說)에서 청색이 봄에 배당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은 적(赤), 가을은 백(白), 겨울은 흑(黑)입니다. 그러니까 청춘은 그냥 ‘봄’이라는 말이죠. 알고 보면 좀 싱겁지요. 허진호 감독의 2001년 작 ‘봄날은 간다’는 바로 그런 봄을 그린 영화입니다. 나온 지 스무 해가 채 못 되었지만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로 이미 고전(古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수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