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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 수술과 몸의 해방

몸의 해방은 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때 가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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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성형수술 쿠폰이 경품으로 등장한 지 오래 되었다. 방학만 되면 자기 자식들의 손을 잡고 성형외과로 향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며, 심지어 연예인의 성형기를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케이블 TV의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온갖 논란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성형수술을 ‘뷰티 솔루션’이라고 표현할 만큼 대한민국은 성형 공화국이며, 외모 혹은 몸과 그 이미지에 대한 가치 부여가 극에 달해 있는 사회이다.

8월 말 뜨거운 논란 속에 막을 내린 ‘뷰티솔루션-이브의 멘토’(이하 이브의 멘토)는 우리 사회의 성형중독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시금석이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과거에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잊혀진 여자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전문가들을 멘토로 구성해서 변신을 시켜주는 것이 미션인, 일종의 ‘메이크 오버(재탄생)’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있는 멘토들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로 유명 트레이너, 스타일리스트, 헤어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이 포함되어 있고 성형외과 전문의도 그저 멘토의 일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시작 당시의 기획 의도는 20kg을 감량한 후에 갑작스런 다이어트 후유증에 시달리던 탤런트 이하얀 편을 끝으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개그우먼 심진화 편에서는 전신성형과 V라인 성형, 가수 김잔디 편에서는 가슴성형과 지방흡입 등에 초점을 맞춰 방송이 되었고 날이 갈수록 성형 의존도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아역배우 출신 김성은 편에서는 무려 9시간에 걸쳐 한꺼번에 쌍꺼풀 성형, 광대뼈 축소, 무턱 성형, 버선코 성형 등을 수술하는, 얼굴 성형의 완성편(?)을 내보내더니, 마지막 회인 뮤지컬 배우 김소향 편에서는 얼굴뼈를 9곳이나 조각내는 양악 수술과 광대뼈 수술 등을 감행해서 현대의학의 성형기술을 총망라했다.

이 프로그램이 특히 화제가 되었던 것은 각종 성형 수술의 명칭과 그 효과에 대해 세세히 공개하면서 성형수술이 진행되는 상황과 수술 방법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성형외과의 명칭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링크까지 걸려 있어서 마치 성형 홈쇼핑 프로그램 같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이 병원은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성형수술이 사실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그 많은 논란에도 꾸준히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재방송과 다시보기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봤는지 추정하기조차 힘들다. ‘양악수술’의 유행은 이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해도, ‘양악수술’이 어떤 수술이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세세하게, 그것도 긍정적으로 알려 주었기에, 수많은 예비 소비자들을 낳게 만들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몸에 대한 재발견과 몸의 복권은 20세기 말의 중요한 사상적 업적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성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통해 이성으로부터 몸을 구원해 내었고, 몸이 가지고 있는 조화로운 물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이성에 투자하는 일만큼 가치 있는 것임을 입증해 내었다. 그렇지만, 소비대중사회와 현대의 시각 문화는 이성으로부터 몸을 해방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고, 몸의 자본화를 더욱 가속시켰으며 심지어는 권력으로 재탄생시키기까지 했다. 몸은 이제 밖으로 드러나는 문화적인 자본이며, 이상적 이미지에 가까울수록 권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보이지 않은 힘에 자신의 몸을 기꺼이 맞춰 가는 것이 곧 이성적 선택으로 치부되는 사회가 현대 한국 사회인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가 결국 몸을 또다시 속박하는 사회라는 사실이다. 현대의 시각 문화가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이상적 이미지(ideal image)는 동질화와 정상화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 스스로를 속박하게 만든다. 동질화란 노출되는 이미지와 자신의 이미지를 같게 여기는 생각이고, 정상화란 스스로 지향하는 이미지가 정상적인 것이라고 간주하는 생각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집중적으로 노출되는 이상적 이미지가 정상이고, 자신의 이미지를 집중 노출되는 이미지와 동질화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결국 정상적 범주에 속하는 수많은 사람들조차도 비정상적 몸을 가진 것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게 만들어, 존재하지도 않는 남(타자)의 시선과 그 권력에 굴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형을 치료 성형과 미용 성형으로 분류하면서 미용 성형이 가진 긍정적 측면들조차 부정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타자의 시선과 그 권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타자의 시선에서는 모든 일반인들의 몸이 반드시 어딘가가 어긋나 있는 비정상적인 육체로 비치게 되기에, 일단 성형 수술을 선택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고 콤플렉스가 치유되기 보다는 또다른 결함이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라 단언한다.

시각을 매개로 하는 영상 미디어들은, 굳이 ‘이브의 멘토’ 같이 직접적이지 않더라도, 대량으로 만들어진 이상적 이미지들을 유통시킴으로서 우리를 스스로 감시하게 하는 타자의 시선을 내면화하게 만든다. 물론 이상화된 몸 이미지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의 시대는 여성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시각적 이미지의 횡포 속에 놓인 남성들도 자신의 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수시로 부각되는 ‘몸짱’ 이미지들 때문에 복근성형까지 성행되고 있는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실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이상적인 몸의 이미지와 자신의 볼품없는 몸과의 괴리가 얼마나 큰 지를, 그리고 그 이미지가 야기하는 폭력성과 자기 비하가 얼마나 무서운 지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성형이 부각되고 그에 중독되는 세상은 성형을 통해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자신감 있는 자아로 재탄생(메이크 오버)되는 세상이 아니다. ‘이브의 멘토’가 실패했듯이 오히려 타자의 시선에 종속되게 하고 굴복하게 만드는 세상이 성형 중독의 세상이다.

성형수술은 양가성을 지닌다. 지금까지는 몸을 자신의 의지대로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해방’의 이미지가 부각되어 왔으며, 이에 의한 다분히 도덕적인 의미에서의 비판 - 후유증이라든가 무허가 시술 등에 대한 비판 - 만이 남발되어 왔다. 하지만 내 몸의 나의 미적 가치에 의해 자행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기준과 가치, 그것도 현실에서 극소수만이 존재해서 오히려 정상이 아닌 만들어진 기준과 가치에 의해 난자당하게 될 수도 있기에 오히려 어렵게 해방된 몸과 이성을 모두 ‘종속’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또한 성형수술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지적되지 않았다.

몸의 해방은 몸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몸과 화해하고 상생하는 길은 몸을 관리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몸의 필요에 귀 기울이고 아낄 줄 아는 몸 친화적 태도일 것이다. 그것이 곧 몸의 물성을 이해하도록 하고 그 조화에 순종함으로 오히려 몸으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얻게 하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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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수결주의·합리주의 정치모델과 국가행복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실상 민주주의의 정체 또는 퇴행이라고 볼 수 있는 위기 가능성의 징후가 많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도, 정체성이 없는 정당정치 등은 한국 정치의 낮은 제도화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 토대를 위한 사회적 기반의 붕괴와 민주주의 절차의 핵심인 정당체제의 역할이 실종된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국민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한국정치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함의를 제시하기 위해 다수결주의와 합의주의 정치모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다수결주의는 말 그대로 다수의 뜻이 지배하는 정치원리를 의미한다. 이 원리는 다수를 점한 세력에게 정치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며, 일사분란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수결주의는 다수를 점하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야당은 다음 선거에서 권력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침묵해야 한다. 다수결주의는 이러한 면에서 매우 배타적이고 경쟁적이고 적대적이다. 다수결주의가 작동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합의주의는 다수가 지배하는 정치원리라는 면에서는 다수결주의와 다를 바 없으나, 다수에 의한 지배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