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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불라 라사 115 (계명교양총서 115선)] '좁은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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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1909)’은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프랑스 모랄리트스 문학의 전통에 속한 작품이다. 지드는 이 작품에서 종교적 미덕으로 인해 천진한 기쁨을 빼앗긴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 진실을 탐구해나가고자 했다.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주인공인 알리사와 제롬은 어릴 적부터 엄격한 청교도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였다. 어느 날 열네 살의 불안정한 소년이었던 제롬은 자신보다 두 살 위인 외사촌 누이 알리사를 사랑하게 된다. 알리사도 어머니의 불륜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받은 채 제롬을 의지하지만, 알리사와 제롬 두 사람 다 사랑으로 인한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성스러운 감정 안에서 그 사랑을 절제하는 데서 더 큰 기쁨을 느끼려 한다.

도덕적이고 신앙심이 깊은 알리사는 자신을 향한 제롬의 사랑이 하나님을 향해 제롬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우상이 된다고 자책하며, 제롬에게 이별을 알리고 끝내 요양원에서 혼자 죽어간다. 제롬 역시 사랑과 종교적 영웅주의를 구분하지 못한다. 소설이 후반부로 전개될수록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을 맞이하는 알리사와 제롬에 대해 우리는 혼란과 더불어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독자는 이 모랄리스트 작품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알리사가 사랑을 절제하며, 제롬을 피하려 했던 종교적 영웅주의는 과연 순수한 종교적 열정에서만 기인한 행동일까? 알리사는 세 명의 자매 중 맏이로서 어머니의 불륜으로 인해 지나치게 일찍 철이 든 것은 아닐까? 그 상처에 직면할 용기가 없을 정도로 섬약한 기질을 지녔기 때문은 아닐까? 또 알리사에게만 사로잡혀 종교적 덕행이라는 이름하에 자신의 사랑을 억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던 제롬 역시 알리사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지 못했던 나약한 인물은 아닌가?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종교적 영성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저마다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것 같은 감정 상태를 보여준다. 서로 겉돌며, 서먹서먹한 느낌을 없애지 못하며,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감정은 어긋나기 시작하며, 마침내 이별한다. 두 사람의 사랑은 ‘무엇보다도 머릿속 사랑이고, 애정과 신뢰에 대한 멋들어진 지적 집착’처럼 드러난다. 그렇다면 사랑의 방식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

1907년에 이미 지드의 친구들은 그에게 이 소설이 시대착오적이며 이제는 아무도 그와 같은 종교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거라고 말했으니 오늘날의 독자들은 더욱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이 두 사람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그들이 겪는 불행의 원인을 독자가 스스로 찾아내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지드 자신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겠다. 문학 속 인간의 불행한 삶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불행으로부터 벗어날 가느다란 빛 한 줄기를 엿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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